축구가 혐오의 스포츠가 되고 있다…AC밀란 GK, '원숭이 구호' 격분→10분간 경기 중단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 AC밀란 수문장 마이크 메냥이 인종차별을 당하면서 경기가 약 10분 정도 중단됐다.
글로벌 매체 '트리뷰나'는 21일(한국시간) "마이크 메냥은 세리에A의 인종 차별적인 학대 속에서 경기장을 떠났다"라고 보도했다.
AC밀란은 21일 이탈리아 우디네에 위치한 블루에네르기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디네세와의 2023-24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2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3-2 승리를 거뒀다.
선제골은 원정팀 밀란에서 나왔다. 전반 31분 오른쪽 측면에서 날아온 테오 에르난데스의 낮은 크로스를 페널티 박스 안에 있던 잉글랜드 미드필더 루벤 로프터스-치크가 오른발 인사이드 슈팅으로 골대 안에 집어넣으면서 선제 득점을 올렸다.
홈팀 우디네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전반 42분 미드필더 라자르 사마르지치가 선수 한 명을 제친 뒤 박스 바로 앞에서 왼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이 슈팅이 그대로 밀란 골대 구석에 꽂히면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양 팀이 전반전을 1-1로 마친 가운데 후반전에 추가 득점에 성공한 건 우디네세였다. 후반 17분 프랑스 윙어 플로리앙 토뱅이 박스 안 돌파에 성공한 뒤 골키퍼 머리 위를 노리는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면서 역전골을 터트렸다.
쫓아가는 입장이 된 밀란을 구한 건 세르비아 공격수 루카 요비치였다. 후반 38분 올리비에 지루의 박스 안 슈팅이 굴절된 뒤 골대를 맞고 튕겨져 나왔다. 이때 요비치가 집중력을 발휘해 재빨리 세컨볼을 머리에 갖다 대 골대 안으로 밀어 넣으면서 스코어 2-2를 만들었다.
후반전 정규 시간이 모두 흘러 추가시간에 들어간 이 경기를 결정지은 건 밀란의 2000년생 스위스 윙어 노아 오카포였다. 코너킥 상황에서 지루가 머리로 떨궈준 공을 오카포가 받아 슈팅까지 연결하면서 다시 앞서가는 득점을 넣었다.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오카포의 득점은 그대로 결승골이 됐다. 이날 난타전 끝에 밀란이 3-2 승리를 거두며 승점 45(14승3무4패)로 늘려 리그 3위 자리를 사수했다. 반면에 승점 18(2승12무7패)인 우디네세는 강등권 바로 위인 17위 탈출에 실패하면서 강등 공포가 엄습했다.
한편, 이날 경기장에서 밀란 골키퍼 마이크 메냥을 향한 인종차별이 발생하면서 축구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매체는 "추악한 장면이 우디네세와 밀란 간의 세리에A 경기를 망쳤다"라며 "전반 34분이 됐을 시점에 메냥은 홈 관중의 인종차별에 항의하며 그라운드를 떠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엔 동료들이 메냥을 위로했지만 그는 골키퍼 장갑을 벗고 터널로 내려갔다"라며 "동료들은 터널 안에서 메냥 주변에 모여 경기장으로 돌아오도록 그를 설득했다. 그 사이 경기는 10분간 중단됐다"라고 덧붙였다.
메냥을 분노케 한 인종차별은 다름 아닌 원숭이 소리였다. 이는 흑인을 원숭이와 동일시 여기며 비하하는 행동으로 엄연한 인종차별 행위에 속한다.
경기 후 메냥은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첫 골킥을 차기 위해 공을 챙겼을 때 원숭이 소리를 들었고, 이때는 아무 말도 못했다"라며 "이후 두 번째 골킥 때도 같은 소리가 들리자 난 벤치와 대기심에게 가나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처음 아니기에 화가 났다. 난 뛰고 싶지 않았지만 우린 가족이고 동료들을 놔두고 그렇게 떠날 수 없었다"라며 "난 심판한테 '이런 식으로 축구를 할 수 없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라고 덧붙였다.
또 "대화로는 더 이상 아무런 효과가 없기에 매우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라며 "우린 그들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걸 말해야 한다. 관중 전체가 아니다. 대부분의 팬들은 팀을 응원하고 선수를 조롱하고 싶어 하는데 이는 정상이지만, 인종차별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메냥이 경기 중 인종차별 피해를 입자 많은 이들이 그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다. 메냥 소속팀 밀란은 구단 공식 SNS을 통해 "우리 경기에서 인종차별이 설 자리는 전혀 없다. 우린 경악했다. 우리는 메냥과 함께 있다"라고 응원했다.
밀란 라이벌이자 세리에A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인터밀란도 "우린 세계의 형제이며, 모든 형태의 차별에 반대한다. 너의 곁에 있다"라고 성명문을 전했다.
이날 결승골을 터트린 오카포도 경기 후 'DAZN'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종차별은 축구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상처를 준다. 흑인이든 백인이든 아무 상관 없다. 우리 모두 똑같다"라며 밝혔다.
한편, 세리에A는 유럽 최고의 프로축구리그 중 하나이지만 인종차별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메냥 외에도 케빈 프린스 보아텡, 마리오 발로텔리, 로멜루 루카쿠 등 수많은 흑인 선수들이 인종차별 피해를 입으면서 팬들을 분노케 했다.
사진=트리뷰나 캡처, 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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