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 경고 트러블 '무려 7명'…그 중 김민재 '옐로카드' 가장 골치다 [아시안컵]

나승우 기자 2024. 1. 2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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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무려 5장의 옐로 카드를 받으며 요르단전서 '카드 세탁'을 노렸던 클린스만호가 오히려 2장을 더 추가하며 말레이시아와의 최종전을 부담을 안고 치르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핵심 수비수 김민재의 '옐로 트러블'을 어떻게 타개하느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서 2-2로 비겼다.

대표팀은 전반 9분 캡틴 손흥민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일찌감치 앞서갔다.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에 걸려 넘어진 손흥민은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깔끔한 파넨카 킥으로 성공시키는 대담함을 보였다.

그러나 요르단의 반격이 매서웠다. 전반 37분 코너킥 공격을 통해 박용우의 자책골을 이끌어냈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야잔 알나이마트가 박스 밖 호쾌한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흔들어 요르단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대표팀은 후반 내내 공세를 펼쳤지만 요르단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황인범의 슈팅이 상대 수비 발 맞고 들어가면서 간신히 패배를 면했다.

요르단전 무승부로 대표팀의 카드 관리 계획이 제대로 꼬였다. 앞서 대표팀은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서 무려 5장의 경고를 받았다. 

전반 9분 박용우가 상대에게 파울을 범해 첫 번째 경고를 받았고, 이어 전반 12분에는 김민재가 바레인의 역습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옐로카드가 주어졌다. 박용우는 바레인의 알리 마단이 공을 갖고 있을 때 반칙을 범했고, 김민재는 역습을 막기 위해 상대를 거칠게 밀었다는 이유였다.

이른 시간 핵심 선수 두 명, 그것도 수비 쪽에서 두 명이나 경고를 받자 한국의 수비도 위축됐다. 바레인은 이 점을 파고들어 더욱 날카로운 역습으로 한국 수비를 공략했다. 김민재와 박용우는 경고 누적을 피하기 위해 이전보다 신중한 플레이를 펼쳐야 했다. 카드 두 장이 경기 흐름을 바꾼 셈이다. 이어 전반 29분 이기제까지 경고를 받자 한국 수비진에는 비상이 걸렸다.

후반전에는 조규성과 손흥민이 추가로 경고를 받으며 수비와 공격 모두 불리함을 안게 됐다.

이번 대회는 8강까지 카드가 유지된다. 4강부터는 모든 카드가 리셋되지만 이 기간 동안 두 번째 경고를 받으면 1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으며 8강에서 카드를 받아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도 4강전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첫 경기 만에 5장의 경고를 받으면서 카드 관리가 가장 큰 문제로 떠올랐다.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대표팀에게 있어 적절한 로테이션은 매우 중요하게 고려할 사항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주전 선수들의 카드를 지워줄 필요가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바레인전 직후 "(경고를 받은 선수들이) 약한 파울만 저질러도 퇴장당할 수 있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김민재, 이기제를 교체했던 것"이라며 "첫 경기부터 옐로카드가 너무 많이 나왔다. 이건 우리가 생각해야 할 부분"이라며 "우리가 더 잘해야겠지만 (옐로)카드까지 주는 건 지나쳤던 것 같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할 정도였다.

바레인전 주심은 중국 심판 마닝이었는데 마닝은 보다 예민한 판정으로 태극전사들이 조금 위협적인 반칙을 가하자 경기 초반부터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손흥민의 경우는 시뮬레이션 액션이라고 보기 어려웠지만 역시 옐로카드를 줬다. 5장이나 준 것도 아쉬웠지만 손흥민, 김민재 등이 받은 게 꽤 치명적이었다.

클린스만호 입장에서 최고의 시나리오는 2차전 요르단전에서 '카드 세탁'을 하고 승리해 말레이시아와의 최종전을 부담 없이 치르는 것이었지만 요르단전 무승부로 모든 게 꼬였다. 오히려 요르단전에서 황인범과 오현규가 추가로 경고를 받으면서 7명으로 늘어났다. 말레이시아전 뿐만 아니라 16강, 나아가 8강에서도 옐로 카드를 주의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일본 언론에서도 한국의 과다한 경고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일본 스포츠 전문 매체 '닛칸 스포츠'는 20일 "한국은 이날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미드필더 황인범과 공격수 오현규가 위험한 플레이로 옐로 카드를 받았다"며 "앞선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도 5명의 선수가 옐로 카드를 받아 총 7명의 선수가 경고를 받은 상태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는 이번 대회 참가국 중 팔레스타인과 함게 공동 1위"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핵심 수비수 김민재의 카드 트러블을 해결하지 못한 것이 뼈아프다. 이번 대회에서 지금까지 가장 꾸준히 돋보였던 건 김민재였다. 손흥민이 1차전, 이강인이 2차전에서 부진할 때 김민재는 늘 후방 수비를 든든하게 지탱했다.

당장 2실점을 기록한 요르단전에서도 김민재가 아니었다면 몇 차례 더 실점을 내줄 가능성이 있었다. 김민재 덕분에 그나마 2실점으로 끝날 수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클린스만호는 이번 대회 오기 전 A매치 7경기 무실점을 기록한 상태였다. 지난 9월 웨일스와의 원정 평가전에서 0-0 비긴 것을 시작으로, 같은 달 사우디아라비아와 영국 뉴캐슬에서 친선 경기를 치러 1-0으로 이겼다. 이어 10월엔 국내에서 튀니지와 베트남을 각각 4-0, 6-0으로 대파했다. 11월엔 2026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을 치러 싱가포르를 5-0, 중국을 3-0으로 눌렀다. 이달 초 아시안컵 최종 리허설로 벌인 이라크전에서도 1-0으로 이겼다.

하지만 막상 본선에 돌입하고보니 수비 부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김민재 파트너인 정승현도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고, 백4 측면 수비수들도 불안하다. 레프트백 이기제는 2경기 연속 큰 아쉬움을 드러냈으며 김진수는 부상이다. 설영우도 요르단전에서 프랑스 리그1 몽펠리에 공격수 무사 알타마리를 막지 못해 혼났다.

결국 김민재의 월드클래스 수비를 앞세워 간간히 막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김민재가 말레이시아전에 출전했다가 경고를 받는다면 일본 혹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우승후보들과의 16강전에 출전하지 못한다. 말레이시아전을 잘 넘긴다고 해도 16강전에서 카드를 받으면 8강에 출전할 수 없다. 매 경기 카드 부담을 안고 뛰어야 한다는 뜻이며 이럴 경우 가뜩이나 수비 장면에 관여가 많은 김민재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카드를 받을 확률도 증가한다.

그렇다고 말레이시아전을 김민재 없이 치르는 것도 힘들다. 말레이시아가 2전 전패로 이미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하긴 했지만 아시안컵 1승을 목표로 내걸었던 만큼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팀 역시 조 1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승리가 필요해 쉽게 주전을 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김민재의 카드 트러블 해소는 말레이시아전, 그 이후 토너먼트 일정을 앞둔 클린스만 감독에게 가장 큰 숙제가 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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