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경기 연속 '칼교체'…이기제 '최고 장점'마저 사라졌다 [아시안컵]

김명석 2024. 1. 2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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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0166="">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요르단과 한국의 경기. 이기제가 패스 공간을 찾기 위해 전방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yonhap>

반전은 없었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으로부터 두 번째 기회를 받은 이기제(수원 삼성)가 또다시 ‘칼교체’ 대상이 됐다. 지난 바레인전 후반 7분에 이어 이번엔 전반전만 소화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기제는 지난 2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요르단전에 선발 출전했지만, 하프타임 김태환(전북 현대)과 교체돼 경기를 일찌감치 마쳤다.

지난 바레인전 부진을 털어낼 기회도 날아갔다. 이기제는 앞서 조별리그 1차전에서 선발로 나섰다가 거친 파울로 경고를 받고,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비판 여론의 중심에 섰다. 결국 그는 후반 7분 만에 김태환과 교체돼 일찌감치 경기를 마쳤다. 김태환이 오른쪽에 배치되고, 양쪽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설영우(울산 HD)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대신 자리를 옮기는 변화가 이뤄졌다.

바레인전 이후 비판 여론이 워낙 거셌던 터라 선발 제외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전에서 다시 한번 이기제를 왼쪽 측면에 배치해 두터운 신임을 보냈다. 이기제 입장에선 비판 여론을 극복할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기제는 이번에도 반전을 이루지 못한 채 오히려 바레인전보다 더 이른 시간 교체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또 한 번 이기제의 자리에 설영우를 왼쪽으로 이동 배치하는 똑같은 대응에 나섰다.

수비 상황에서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들이 잇따라 나왔다. 바레인전에 이어 요르단전 역시 상대 드리블 돌파에 허무하게 돌파를 허용하는 모습들이 나왔다. 2경기 연속 가장 먼저 교체되고, 그것도 이른 시간 교체 대상이 됐다는 건 클린스만 감독 스스로도 패착이었음을 인정한 셈이 됐다.

<yonhap photo-3811="">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요르단과 한국의 경기. 이기제가 슛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yonhap>

더 큰 문제는 이기제의 최고 강점마저 사라진 모양새라는 점이다. 그의 가장 큰 무기는 역시나 날카로운 왼발 킥력이다. 세트피스 상황뿐만 아니라 측면에서 문전으로 향하는 정교한 크로스가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기제는 앞선 2경기에서 단 1개의 크로스만 시도했다. 바레인전에서 시도한 1개의 크로스는 정확하게 연결되지 못했고, 요르단전에선 단 1개의 크로스도 전방으로 올리지 못했다.

날카로운 킥력을 가진 이기제를 측면에 배치하는 건 장신 공격수인 조규성(미트윌란)의 공중볼 경합을 통한 기회를 만드는 게 클린스만 감독 구상의 일환이다. 그러나 이기제의 강점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으니 활용도 역시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가진 것도, 그렇다고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도 아닌 데다 강점인 킥력마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으니, 클린스만 감독의 고민도 점점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이기제의 아시안컵 출전은 일찌감치 제기됐던 불안요소이기도 했다. 소속팀 수원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던 상황에서도 꾸준히 클린스만 감독의 부름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까지 승선하면서 논란이 일자 클린스만 감독은 “힘들고 어려운 시즌을 보낸 건 맞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사실 역시 알고 있지만, 이기제를 소집했을 때마다 대표팀에서 보여준 태도, 경기에 출전했을 때 역할 수행 등 경기력은 부족하지 않고 본인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고 봤다”며 감쌌다.

그러나 김진수(전북)의 부상과 맞물려 아시안컵 실전 무대에 2경기 연속 선발로 나선 이기제의 경기력은 팬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동안 이기제가 대표팀에서 보여준 경기력에 만족해 선발했다던 클린스만 감독도 2경기 연속 '칼교체'를 택하고 있다. 이기제로선 남은 경기에서 날카로운 왼발 킥력으로 보란 듯이 반전을 보여주는 게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지만, 앞선 2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돌아보면 사실 쉽지만은 않아 보이는 과제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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