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살인예고 32명 구속…'공권력 투입'땐 수천만원 배상도

김정민 2024. 1. 2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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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8월 6일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6차례에 걸쳐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주·김해·대구·인천·김포국제공항 등 5개 공항에 대해 폭탄 테러와 살인을 예고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지난해 9월 협박,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항공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같은 해 11월 23일 제주지법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런 1심 결론에 대해 “형량이 가볍다”며 항소했고, 법무부는 A씨를 상대로 “전국 경찰 571명이 투입돼 혈세가 낭비됐다”며 별도로 32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까지 제기했다.

‘묻지마 칼부림’에 이어 ‘무차별 테러·살인 예고’가 잇따르면서 공항 보안 경비가 강화된 지난해 8월 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무장한 경찰특공대원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뉴스1

대검찰청은 A씨처럼 ‘온라인 살인예고 범죄’를 저지른 32명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21일 밝혔다. 온라인 살인예고 글은 지난해 7~8월 신림역·서현역 인근에서 흉기난동 살인 사건이 벌어진 뒤 급증했다. 전국 검찰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경찰에서 송치된 189명 가운데 32명을 구속기소 했다.

A씨 외에도 흉기 구매 내역 사진과 함께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고 올린 사례(서울중앙지검)와 인천 부평 로데오 거리(인천지검)·놀이동산(수원지검)·프로배구 선수단(포항지청) 등에서 다중을 상대로 흉기난동을 예고한 사례 등이다.

대검은 불특정 다수를 위협하는 게시글이 각종 미디어에 퍼지고 시민 불안을 조성함에 따라 지난해 8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일선 검찰청에 강력범죄 전담 대응체계를 정비하고, 소년범이라도 기소유예를 지양하라는 등의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검찰은 “모방범죄 등을 막기 위해 처벌 규정도 적극적으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살인과 관련된 구체적 내용이 있고 흉기를 준비하는 등 물리적 실행 행위가 있는 경우 ‘살인예비’ 혐의를, 경찰관 등이 동원돼 일반 치안활동에 지장을 초래한 경우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생명·신체 등을 위협한 내용의 경우 ‘협박’ 혐의를, 반복적으로 공포감이나 불안감을 유발한 경우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다는 내용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최근 온라인 살인예고 범죄는 감소 추세다. 지난해 8~10월 매달 40~50명에 달하던 검찰 송치 인원은 11월 27명→12월 15명으로 줄었다. 대검은 이를 “수사기관이 엄정하게 대응한 결과”로 분석했다.

검찰은 “법원에서 집행유예 등 가벼운 형이 선고된 경우 적극 항소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법무부는 경찰력 등 공권력이 낭비된 경우 형사처벌과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하고 있다.

대검은 지난해 8월 법무부에 ‘공중협박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을 건의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경미한 수준의 살인예고 범죄는 처벌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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