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외교부장 유력' 中 류젠차오, 北대사에 “지역 평화 희망”

신경진 2024. 1. 2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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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베이징에서 류젠차오(오른쪽) 중국공산당 중앙 대외연락부장이 이용남(왼쪽) 주중 북한 대사를 만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수로를 논의했다. 중련부 홈페이지 캡처

차기 중국 외교부장에 유력한 류젠차오(劉建超·60) 중국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장이 지난 19일 이용남 주중 북한 대사를 만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했다. 앞서 류젠차오 부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만나 대만 및 북한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같은 류 부장의 행보를 두고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당선자의 대만 독립 노선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무력 도발을 관리해야 하는 미·중이 대만과 북한을 각각 상호 책임 아래 관리하려 한다는 추정이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19일 류 부장은 이 대사를 만나 “신변 벽두에 시진핑 총서기와 김정은 총서기가 축전을 교환하고 2024년을 ‘중·조(북) 친선의 해’로 선포했다”며 “중국은 북한과 함께 수교 75주년과 ‘중·조 친선의 해’를 계기로 전략적 소통을 심화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중련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이어 “중국 중련부는 북한 노동당 국제부 및 주중 북한 대사관과 당 대 당 채널을 통한 소통 협력과 양자 관계의 발전을 위해 마땅한 공헌을 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 대사는 회담에서 “북한 노동당 8기 9차 전원회의 결과를 통보하고, 대만·홍콩·인권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의 수호를 위한 투쟁을 굳게 지지했다”고 중련부가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지난 연말 북한 노동당 8기 9차 전원회의의 구체적 내용을 중국과 공유했다는 의미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오른쪽) 미 국무장관이 워싱턴에서 류젠차오(왼쪽) 중국공산당 중앙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대만 및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 중련부 홈페이지 캡처


앞서 류 부장은 지난 8~13일 미국을 방문해 대만과 북한 현안을 논의했다. 당시 중국 중련부는 대만과 북한을 특정하지 않고 “류젠차오는 관련 문제에 입장을 밝히고, 양측이 마주 보고 나아가며 중·미 관계의 안정·건강·지속가능한 발전의 추진을 강조했다”고만 발표했다. 반면 미 국무부는 블링컨·류젠차오 회담이 끝난 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의 유지의 중요성을 되풀이했다”며 “양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 중동, 홍해 항행을 포함한 지역 및 글로벌 이슈의 관점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대만과 북한 문제에 대해 미·중의 논의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美는 라이칭더, 中은 김정은 관리 모드”


미·중 사이의 물밑 행보에 대해 북·중 관계에 밝은 한 전문가는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라이칭더의 당선이 유력해지고 동시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워싱턴은 대만의 급작스러운 독립 선포로 인한 대만해협의 불안을 막고, 베이징은 평양의 도발로 인한 한반도 무력 충돌을 막는 모종의 분업형 ‘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블링컨 장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해 “미국은 대만 문제에 있어 오랜 시간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해 왔으며, 이것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동시에 우리는 평화와 안정이라는 현 상태 유지를 단호히 지지한다는 점도 확실히 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대만 독립론자에 의한 현상 변경 가능성을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되는 발언이다.

북한 외무성이 지난 8일 2019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이징 방문 5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글. 북 외무성 홈페이지 캡처

한편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를 오가는 '등거리 외교'를 이어갔다. 중국이 미국과 대만 문제에 치중하던 14~18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이끌어냈다.

반면 중국과는 거리를 유지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15일과 16일 이틀간 브리핑에서 “대만 독립 반대” 입장을 밝혔다며 열거한 50여 개국 명단에 북한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북한 외무성은 지난 8일 2019년 김 위원장의 베이징 방문 5주년을 기념해 “조중친선은 끊임없이 강화 발전될 것이다”라는 글을 발표하고 김정은·시진핑 두 지도자 사이의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조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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