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린 것도 억울한데…" 비자발적 퇴사 절반, 실업급여 못 받아

김은하 2024. 1. 2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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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발적으로 일자리를 잃은 직장인 2명 가운데 1명은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러한 비자발적 퇴사자 91명 중 절반이 넘는 이가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것이다.

실업급여 수령이 가능한 비자발적 퇴사자가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이유는 대부분 사측이 제도를 악용했기 때문이라고 조사대상자는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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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실업급여 제도 악용이 원인

비자발적으로 일자리를 잃은 직장인 2명 가운데 1명은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측이 실업급여 제도를 악용한 영향이 크다.

21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2월 4~11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업급여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1월 이후 비자발적 실직을 경험한 91명 중 49명은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 실업급여는 권고사직이나 해고 등 비자발적 의사로 일을 잃은 후 취업 활동을 하는 이가 받을 수 있다.

서울 중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실업급여 수급 희망자들이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지난해 1월 이후 실직 경험을 물어본 결과, 10명 중 1명(12.3%)이 실직을 겪었다. 이들 중 74.1%(91명)는 해고, 권고·희망퇴직, 계약기간 만료 등 비자발적으로 퇴사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러한 비자발적 퇴사자 91명 중 절반이 넘는 이가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것이다. 실업급여 수령이 가능한 비자발적 퇴사자가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이유는 대부분 사측이 제도를 악용했기 때문이라고 조사대상자는 답했다.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관련 민원 사례를 보면 사측이 사실상 해고를 하면서 사직서를 받는 방식으로 자진 퇴사를 유도했다. 한 제보자는 "해고 통보를 받았고 인사 담당자가 퇴사 일자 조율을 하자고 했다. 알겠다고 하자 사측에서 퇴직 사유를 개인 사정으로 처리해 놓았다"며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고 근무를 끝내는 일자만 제가 정한 건데, 이게 정말 개인 사정에 의한 퇴사가 맞는 것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실업급여 요건인 이직확인서나 상실 신고 사유를 거짓으로 기재하는 경우도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공론화하지 않는 조건으로 실업급여 수령을 제안하거나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실업급여 혜택을 받지 못한 사례도 드러났다. 또 다른 제보자는 "회사에서 퇴직 사유로 직장 내 괴롭힘을 적지 않고 개인 사유로 적었으면 실업급여를 해주려고 했지만, 사유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적었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해줄 수 없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또 고용 형태 차이도 실업급여 수령 여부에 영향을 줬다. 정규직은 10명 중 6명(61.3%)이 실업급여를 받았다고 답했지만 비정규직은 10명 중 6명(63.3%)이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러한 상황은 정부의 실업급여 개편에 대한 현장의 불신을 낳는 결과로 이어졌다. 설문에서 우리나라의 사회보장 제도에 대해 51.4%는 "충분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없애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응답이 64%로 '동의한다'(36%) 응답보다 28%포인트 높았다.

직장갑질119는 "현재 정부는 실업급여 제도 개선안으로 실업급여 하한액 삭감·폐지를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며 "수급액과 수급대상자를 줄이는 손쉬운 방식만으로 재정 안정화를 꾀하다 보면, 실직 노동자의 생계 불안을 줄여 재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비자발적 이직과 실업급여 미수급을 어떻게 막을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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