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전 '김민재 딜레마' 어쩌나…경고 받으면 16강 징계 결장, 클린스만 '결단' 기로

김명석 2024. 1. 2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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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4021="">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요르단과 한국의 경기에서 2대2 무승부를 거둔 대표팀 김민재가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yonhap>

지난 요르단전에서 그나마 제 역할을 다한 선수가 있다면 단연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였다. 수비의 핵심인 만큼 2실점의 책임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순 없겠지만, 경기 내내 폭넓은 수비 반경을 앞세워 번번이 상대 공격을 끊어냈다. 중앙뿐만 아니라 양 측면까지 부지런히 누볐고, 공격에 가담했다가 상대 역습이 곧바로 이어진 상황에선 폭발적인 스피드로 상대 공격을 끊어내 박수도 받았다.

이에 앞서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선 패스 능력까지 선보이며 한 개의 어시스트도 쌓았다. 이기제(수원 삼성)와 김민재, 정승현, 설영우(이상 울산 HD)로 이어지는 클린스만호 수비라인은 2경기에서 3실점을 허용할 만큼 불안한 측면이 있는데, 그중에서 김민재는 그나마 제 역할을 넘어 주변의 불안요소까지 최대한 지우느라 매 경기 존재감을 보여주는 중이다.

이같은 김민재의 압도적인 존재감은, 오는 25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말레이시아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을 앞두고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은 16강 진출 가능성이 매우 유력하지만 만에 하나 탈락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 클린스만호 수비진에 김민재는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지만, 동시에 ‘경고 리스크’도 안고 있다는 점이 클린스만 감독 고민의 지점이다.

만약 김민재가 말레이시아와 최종전에 출전했다가 옐로카드를 받게 되면, 김민재는 다음 16강에 출전할 수 없다. 앞서 바레인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한 차례 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경고 2장이 누적되면 다음 경기에 나설 수 없다. 8강전까지 모두 치른 뒤에야 경고 기록은 삭제된다. 김민재는 8강전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진 경고 누적 리스크를 안은 채 경기를 치러야 한다. 김민재뿐만 아니라 손흥민과 이기제, 박용우(알아인) 조규성(미트윌란)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오현규(셀틱)도 옐로 트러블에 걸려 있다. 이 가운데 포지션과 팀 내 역할을 고려하면 아무래도 추가 경고 가능성이 제일 큰 건 센터백이자 활동 범위가 넓은 김민재다.

지난 20일 요르단과의 2023 AFC 아시안컵에서 수비하고 있는 김민재(왼쪽 세 번째). 사진=게티이미지

특히 한국의 16강 상대가 일본 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우승 후보들 간 맞대결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김민재가 경고 누적으로 빠지게 되는 건 그야말로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객관적인 전력 차가 큰 최약체 말레이시아전만큼은 김민재에게 휴식을 주고, 부담스러운 16강 토너먼트 출전이 가능할 수 있도록 구상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관건은 클린스만 감독이 과연 김민재 없는 수비라인을 꾸릴 수 있을 만큼 ‘결단력’이 있는지 여부다.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김민재를 의도적으로 선발 명단에서 제외한 건 지난 6일 아시안컵 전 마지막 평가전 이라크전이 유일했다. 당시엔 김민재뿐만 아니라 손흥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핵심 유럽파들을 모두 제외했던 경기이기도 했다.

다만 당시 김민재가 빠진 채 김영권(울산)과 정승현으로 꾸려진 수비는 이라크 공격진에 수차례 위기를 허용하며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정승현을 빼고 김민재를 투입한 뒤에야 수비진이 안정감을 찾았다. 김민재가 기초 군사훈련 여파로 소집되지 못했던 지난해 6월 A매치 평가전에서도 페루에 이어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5위 엘살바도르에도 실점을 허용하는 등 불안한 수비를 보여준 바 있다. FIFA 랭킹 130위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수비가 흔들리면 자신을 향한 여론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 클린스만 감독이 선발 라인업에 김민재의 이름을 지우는 결단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 요르단전 승리로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하고, 의도적이지 않은 선에서 김민재가 2번째 경고를 받고 말레이시아전에서 경고 리스크를 지우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였겠지만 모든 게 무위로 돌아갔다. 이제는 김민재를 말레이시아전 선발로 내세웠다가 자칫 수비 과정에서 불가피한 경고를 받고 16강에 출전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마주할 수도 있다. 김민재가 출전하되 경고를 안 받는 게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수비 과정에서 경고가 나오는 건 심판 성향 등 워낙 변수가 많아 조절하기 어렵다. 클린스만 감독의 고민 역시 깊어지게 됐다.

한편 한국은 승점 4(1승 1무)로 요르단(승점 4)에 득실차에서 밀린 조 2위다. 오는 최종전 말레이시아전에선 무승부만 거둬도 자력으로 16강 진출이 가능하다. 같은 시각 열리는 요르단과 바레인전 결과와 무관하게 최소 조 2위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다만 말레이시아에 덜미를 잡히고, 요르단도 바레인에 패배하면 요르단과 득실차를 따져 조 3위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조 3위는 6개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상위 4개 팀에만 16강 진출권이 주어진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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