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총책을 아줌마 콤비가 잡았다… '란 자매'의 맹활약
대세 중견 라미란‧염혜란 뭉쳐
보이스피싱 잡는 아줌마 수사대
"다음 작품은 사랑하는 사이?
예상 뛰어넘는 새로운 호흡 기대"
“혜란이는 동생이지만 친구 같아요. 평소엔 낯 가리지만, 연기할 때는 거침 없죠.”(라미란)
“연기자로서 미란 언니의 ‘말랑함’과 여유, 능청스러움을 배우고 싶어요.”(염혜란)
배우 라미란(48)과 염혜란(47)이 범죄 영화 ‘시민덕희’(24일 개봉)로 뭉쳤다. 라미란은 영화 ‘정직한 후보’(2020)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데 이어, 드라마 ‘나쁜엄마’(JTBC)·‘잔혹한 인턴’(티빙) 등에서 주연급 존재감을 다졌다. 염혜란은 ‘경이로운 소문’(tvN), ‘더 글로리’·‘마스크걸’(넷플릭스) 등 출연 드라마마다 글로벌 흥행 중이다. 둘이 함께 출연한 건 영화 ‘걸캅스’(2019)에 이어 두 번째다.
'시민덕희'는 지난해 해녀 범죄 영화 ‘밀수’의 김혜수‧염정아, 연쇄 아동실종 범죄 소재의 '리미트'(2022)의 이정현·문정희·진서연에 이어 중견 여성 배우들이 뭉친 상업 장르 영화다. “한국 영화에서 이렇게 동년배 여성 배우끼리 모인 작품이 드물다. 같은 역을 놓고 경쟁하던 배우들이 한 작품으로 만났다”고 라미란은 반색했다.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 대출 사기로 전 재산을 날린 세탁소 아줌마 김덕희(라미란)가 조직 총책(이무생)을 잡으러 중국 칭다오로 직접 날아가는 범죄 드라마다. 덕희를 움직이는 범죄 제보자가 바로 그에게 대출 사기를 친 보이스피싱 콜센터 직원 손 대리(공명). 조직에 억지로 감금돼 있다는 손 대리의 구조 요청을 계기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공조 작전이 펼쳐진다.
2016년 경기도 화성시 세탁소 주인 김성자 씨의 실화에 상상을 보탰다. 칸 국제영화제 초청 단편 ‘1킬로그램’(2015), 독립영화 ‘선희와 슬기’(2019)에 이어 ‘시민덕희’로 상업 데뷔한 박영주 감독이 피해자의 눈물 젖은 사연보다 평범한 중년 여성들이 힘을 합쳐 범죄 조직을 소탕하는 통쾌한 여정을 부각시켰다.
포기란 없는 싱글맘 덕희의 칭다오 여정에 같은 세탁공장 친구인 중국동포 봉림(염혜란), 아이돌 덕후 숙자(장윤주), 칭다오에서 택시를 모는 봉림의 동생 애림(안은진)이 동행한다. 각각 현지 통역, 증거물 촬영, 총알 운전로 뭉친 이른바 ‘아줌마 수사대’다. 이름의 끝 글자를 따 ‘쌍란’ ‘란 자매’란 별명까지 얻은 라미란‧염혜란을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라미란 "히어로물 아니라 피해자 자존감 이야기"
Q : ‘시민덕희’ 출연 계기는.
라미란: “대본이 재밌고 덕희가 용감해 보였다. 우리 이웃에 있을 법한 평범한 인물이잖나. 실화라니까 더 존경스러웠다.”
염혜란: “보이스피싱 소재를 가해자와 피해자의 연대로 다룬 점이 신선했다. 간절함을 이용한 범죄잖나. 피해자들이 공감하고 용기 얻길 바랐다.”
Q : 염혜란은 ‘더 글로리’ ‘마스크걸’ 등 사적 복수 소재 작품에 잇따라 출연했는데.
염혜란: “연달아 복수 화두 작품들이 들어왔다. 복수란 게 하나의 세계를 전복시키고, 지금까지 계속돼온 역사를 뒤집고 싶은 마음이잖나. 법과 공권력이 해결 못 해주는 아픔이 이 세계에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Q : 실제 모델 김성자 씨를 시사회 때 만났다고.
라미란: “정말 대단한 분이다. 당시 상황과 관련해 지금도 싸우고 계시더라. 저도 인생의 막다른 길에 가게 된다면 덕희처럼은 못 하겠지만,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나아갈 것 같다.”
Q : 각자 캐릭터에 반한 점은.
라미란: “히어로물이 아니라 한 개인의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로 봤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하고 움츠려있던 덕희가 보이스피싱 총책한테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니가 잘못한 거’라고, 고개를 빳빳이 드는 장면이 소름 돋게 좋았다.
염혜란: “그 장면은 저도 감동적이었다. 미란 언니는 연기가 넘치지 않는다. 자식들 떼어놓는 가슴 찢어지는 장면도 힘주지 않고 적확하더라.”
Q : 중국어 대사는 어떻게 준비했나.
라미란: “혜란이는 중국어‧사투리 대사량이 상당했다. 현장에서 중국어 선생님한테 묻고 또 물으면서 엄청나게 노력했다.”
염혜란: “중국어 구강 구조부터 공부했다. (웃음) 봉림은 나름 멋 부리는 캐릭터라 의상팀도 신경을 많이 썼다. 꽃무늬, 금줄 시계, 샌들, 양말, 머리띠 등 의상 결정까지 옷을 가장 많이 입어본 작품이다.”
염혜란 "웃음은 즉발적, 힘 뺐을 때 더 터지죠"
Q : 코믹한 호흡의 비결은.
염혜란: “코미디로 마음을 열기가 어렵다. 슬픔은 스며든다면 웃음은 즉발적이다. 애쓴다고 될 일도 아니고 오히려 힘이 빠졌을 때 웃음이 나온다.”
라미란: “‘정직한 후보’ 때는 매 장면 재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늘 있었다. 근데 ‘시민덕희’는 덕희의 감정선만 집중하면 되고 든든한 친구들 덕분에 훨씬 편안했다.”
Q : ‘라미란표 캐릭터’가 생긴 것 같다.
라미란: “그러면 안 되는데. 영화든 드라마든 끊임없이 출연 중이라 대중이 제게 느낄 피로도가 걱정된다. 근데 멈출 수가 없다. 혜란이 같은 배우가 치고 들어와서 언제 일이 끊길지 모른다.(웃음) 어차피 언젠가는 쉬게 돼 있으니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하자는 말을 몇년 째 하고 있다.”
Q : 염혜란은 작년에만 특별출연작 ‘달짝지근해: 7510’·‘거미집’을 포함해 영화 4편, 드라마 3편을 선보였다. 왕성한 다작으로 ‘제2의 라미란’이란 수식어가 나온다.
라미란: “이제는 ‘제1의 염혜란’이다.”
염혜란: “연기를 안 하면 전작의 아쉬운 부분에 천착해서 우울해질 것 같아 쉼 없이 일하게 된다. 최근 차기작을 준비하며 촬영을 쉬다 보니 일 없는 시간을 못 견디겠더라. 일 중독인 것 같다.(웃음) ‘경이로운 소문’에서 액션을 하면서 근육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껴 퍼스널 트레이닝도 받고 있다.”
Q : 다시 한 작품에서 함께한다면?
라미란: “좀 달라야 극중 ‘발란스’가 맞을 텐데 성격이 비슷해서 쌍둥이를 해야 하나 싶다.”(웃음)
염혜란: “얼마 전 잡지 화보를 같이 찍었는데 미란 언니랑 얼굴을 밀착하고 찍은 게 기억난다. 서로 애틋하게 사랑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예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걸 하고 싶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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