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씻었다"에 "위생적이네"…짠한 영끌족 돌아온 안재홍

황지영 2024. 1. 2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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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NS' 스틸컷. 사진 티빙


“어떤 한 가정의 거실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생생하고 사실적인 감흥을 드리고 싶습니다. 분명 연기인데 연기가 아닌 것만 같은, ‘생활 연기의 끝’을 보여주겠습니다.”

19일 1~2화가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감독 임대형·전고운)에서 ‘영끌족’ 남편 사무엘을 연기한 배우 안재홍(38)이 밝힌 각오다. 그는 지난해 8월 공개된 전작 넷플릭스 ‘마스크걸’에서 인터넷 방송에 빠져 사는 음침한 성격의 주오남을 맡아 신들린 연기를 보여줘 '원작웹툰을 찢고 나왔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캐릭터와 혼연일체돼 모든 걸 소진한 연기였단 점에서 '은퇴설'까지 나올 정도였다. 앞선 ‘LTNS’ 제작발표회에서 “은퇴 아니고 복귀작”이라며 너스레를 떤 안재홍은 “부부로 호흡한 이솜과 폭넓은 감정을 그렸고 삶의 희로애락을 모두 표현했다”고 말했다.


“결혼은 미지의 영역”


안재홍은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 각인시킨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의 김정봉 이후 드라마에서 맡는 역할마다 몰입도 높은 연기를 보여줬다. 6년째 연애만 하는 현실남친 김주만(KBS2 ‘쌈, 마이웨이’), 능청스런 스타감독 손범수(JTBC ‘멜로가 체질’), 비정상적인 관계에 몰두하는 주오남(‘마스크걸’) 등 캐릭터 열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개성이 뚜렷했다.

그에 비하면 ‘LTNS’의 사무엘 캐릭터는 평범하다. 전 재산에 대출까지 끌어모아 낡은 복도식 아파트를 7억원에 샀지만, 이후 높은 금리에 허덕이며 김치 하나로 밥을 먹고, 커피를 사치품으로 여긴다. 서울대를 졸업한 뒤 스타트업을 차렸다가 망하고 택시 또한 빚으로 마련해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다. 아내 우진(이솜)과의 관계는 소원한지 오래. 아내가 “씻고 나왔다”고 유혹해도 “위생적이겠네”로 받아치는 삭막한 부부다. 제목 'LTNS'는 'Long Time No Sex'란 뜻이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는 영화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과 '소공녀' 전고운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사진 티빙


안재홍은 집에선 아내 눈치에 잠도 잘 못 자지만, 혼자 뿐인 택시에서만큼은 두 발 뻗고 꿀잠 자는 모습을 보여줘 기혼자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그가 기혼자 역할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결혼한 전고운 감독을 멘토 삼아 유부남의 감정을 끌어냈다고 한다. 그는 제작발표회에서 “결혼은 알 수 없는 세상 같았고, ‘미지의 영역’이란 걸 많이 느꼈다. 이솜과의 애정신은 액션신과 같았다. 카메라와의 호흡이 중요했다. 작전에 나가는 군인처럼 신속 정확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느낌으로 임했다”고 밝혔다.

같이 살지만 결혼식은 올리지 않고, 아이도 계획하지 않는 딩크족, 때문에 시댁에도 시달리지 않는 아내 등 요즘 부부 형태를 사무엘·우진 커플에 투영한 임대형 감독은 “전통적인 성 역할을 뒤집는 미러링 캐릭터들은 이전부터 다양한 시도로 이어져 왔지만, 현실의 변화 속도를 비춰보면 여전히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불륜 소재


드라마는 사무엘이 친구의 불륜 사실을 숨겨주는 대가로 3000만원을 손에 쥐면서부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불륜 협박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호텔 프론트에서 일하는 아내 우진이 적어 온 블랙리스트를 바탕으로 택시기사의 탈을 쓴 불륜 추적자가 된다. 회차가 진행될수록 새로운 불륜 커플이 등장하고 사무엘과 우진의 관계도 변화할 예정이다.
'LTNS' 스틸컷. 사진 티빙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안재홍의 생활 연기는 더욱 돋보인다. 아내가 친구의 불륜을 미끼로 3000만원을 뜯어내는 상황에 난감해하면서도, 그 돈으로 중형차 택시를 뽑아 몰고 다닐 땐 그 누구보다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불륜으로 협박한다는 것이 잘못된 일이란 생각에 불안에 떨면서도 돈 앞에서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 어쩔 수 없는 감정들을 그린다.
안재홍과 이솜은 전 감독의 전작 '소공녀', 안재홍이 연출한 단편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에서 커플로 호흡을 맞춘 데 이어 이번에는 부부 역을 맡았다. 탄탄한 케미(호흡)에서 우러나는 자연스러운 일상 연기가 돋보인다.

안재홍은 드라마 'LTNS'에서 짠한 현실에 돈을 벌기 위해 불륜 커플들의 뒤를 쫓게 된다. 사진 티빙


안재홍은 “내 이야기인 것 같은데 인정하고 싶진 않은 블랙코미디다. 전개가 예측불가라서 캐릭터에 현실성을 더욱 부여하고자 했다. 뉘앙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어미까지 신경 써서 말이 가진 힘을 전달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배우 안재홍은 지난 17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LTNS'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사진 연합뉴스


전고운 감독은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마에스트라’, TV조선 드라마 ‘나의 해피엔드’ 등 넘쳐나는 불륜 소재를 들고 나온 이유에 대해 “요즘 시대에 필요한 자극과 풍자를 담고 싶었다. 불륜과 성이라는 소재가 자극적일 순 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다. 부부 관계, 직업, 꿈 등 우리 모두 한때 무언가에 뜨거웠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그걸 잃어버린 현대인의 초상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LTNS’는 매주 목요일 2화씩 총 6화가 공개된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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