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최강자 '싱어게인3', 불편한 진실은 따로 있다

김종성 2024. 1. 21.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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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JTBC <싱어게인3>

[김종성 기자]

 JTBC <싱어게인3>의 한 장면.
ⓒ JTBC
 
JTBC <싱어게인3>의 우승 타이틀은 홍이삭에게 돌아갔다. 최종 점수 2939.19점을 획득한 홍이삭은 2위인 소수빈(1983.36점), 3위 이젤(1146.75점)을 압도했다. 파이널 2차전에서 홍이삭은 결정적인 실수를 했지만,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실시간 문자 및 온라인 투표에서의 독주가 최종 결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팬덤의 힘이다. 

최고 시청률 7.581%(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한 <싱어게인3>는 오디션 최강자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비록 <싱어게인1>의 10.062%, <싱어게인2>의 8.659%와 비교하면 하락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지만, OTT 플랫폼의 급부상으로 인해 TV 시청률 하락이 본격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싱어게인3>의 시청률은 여전히 매우 높은 수치였다. 

<싱어게인3>는 일부 심사위원들이 교체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새로 합류한 임재범의 진정성 있는 심사평과 함께 '참 잘했어요'가 화제가 되며 반전의 계기가 됐다. 백지영도 섬세한 심사평으로 참가자들과 시청자 사이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했다. 자신만의 기준을 흔들림 없이 적용했던 코드 쿤스트의 존재감도 돋보였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윤종신도 제몫을 해냈다.

리부팅 오디션 역할 충실히 한 '싱어게인3'
 
 JTBC <싱어게인3>의 한 장면.
ⓒ JTBC
 
기왕 심사위원 이야기를 했으니 그와 관련한 논란들에 대해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우승자를 뽑아야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으레 있는 일이지만, <싱어게인3> 역시 많은 비판에 시달렸다. 주로 심사위원에 대한 것이었는데, 합격/탈락, 승리/패배를 결정짓는 역할을 하다보니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또, 시청률에 몰두하는 제작진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관련 기사 '초심 잃은 싱어게인, 무엇을 놓치고 있나'(오마이뉴스)를 보면 심사위원 짝수 제도, 과도한 1:1 경쟁 구도, 개인적 취향 드러내는 심사위원들을 문제 삼고 있다. 하지만 심사위원단을 남성/여성, 시니어/주니어 각각 5:5 비율로 맞춘 <싱어게인3>의 선택은 다양성, 공정성, 포용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진보적인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물론 홀수 체제로 변경한다면 모든 게 간단해진다. 동률이 발생하는 난감한 상황도, 심사위원 회의를 통해 승패를 결정하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동률이 발생할 희박한 확률 때문에 예능적 재미와 짝수 체제의 순기능을 포기하는 건 성급해 보인다. 게다가 홀수 체제로 전환한다고 했을 때 어느 쪽에 '+1'을 한단 말인가! 그로 인한 기울어짐을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심사위원들이 개인적 취향을 드러내는 것을 비판하는 게 온당할까. 취향 없는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수의 무대를 단지 음정, 박자, 테크닉만으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일까. 아니, 애당초 음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게 가능할까. 그렇다면 AI가 노래를 부르고, AI가 평가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그걸 바라는 시청자는 없지 않을까. 
 
 JTBC <싱어게인3>의 한 장면.
ⓒ JTBC
 
음악은 소위 '객관적 평가' 저 너머에 존재하는 무엇이다. '감동'은 객관화되지 않는다. 이는 결국 취향과 맞닿아 있다. 또, 실수조차도 감동을 줄 수 있다. 실수를 했더라도 이를 극복하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들은 그 순간을 포착해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또, 심사위원들의 취향은 결국 대중의 취향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동떨어져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혹자는 <싱어게인3>가 초심을 잃었다고 비판하지만, 대관절 <싱어게인3>의 초심이란 무엇일까. 한 번 더 기회가 필요한 가수들이 대중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리부팅 오디션이라는 점에서 그 할 일을 충실히 했다. 이번 시즌 역시 흙속의 진주를 캐거나, 완성형의 실력파 가수에게 대중의 주목을 받을 기회를 줬다. 이미 팬덤이 형성된 가수가 출연했다고 해서 불공정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진짜 불편한 진실은 따로 있다. '싱어게인'이 세 번째 시즌을 맞았는데, 우승자가 모두 남성 가수였다는 점이다. (시즌1은 이승윤, 시즌2는 김기태, 시즌3는 홍이삭) 우승자 남녀 비율이 비슷했던 SBS < K팝스타> 시절과 달리 '싱어게인'은 남성 가수의 압승이다. 그나마 시즌2에서 김소연(1610.77점)이 2위를 차지했지만, 1위 김기태(2807.26점)와 차이가 워낙 컸다. 

사실 < K팝스타 >가 예외적이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여성 참가자가 우승을 차지하는 경우가 드물다. Mnet <쇼미더머니>는 11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여성 우승자가 1명, 영지뿐이다. 그것도 워낙 압도적인 인지도를 바탕으로 거둔 우승이었다. 여성 우승자가 적은 까닭은 무엇일까. 오디션 프로그램의 최종 순위 결정에 시청자 투표의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투표에 적극적인 여성 시청자들이 남성 참가자에게 투표하는 게 일반적이다보니, 남성 참가자에게 유리한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팬덤 규모와 에너지가 큰 남성 출연자가 우승을 차지하는 게 흥행 면에서 반가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오디션 프로그램의 최강자 <싱어게인4>에서는 여성 참가자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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