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 들고 매서운 거리로...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해주세요

김영남·송후봉 2024. 1. 21.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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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엄마, 아빠가 꼭 밝힐게"...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을 다오"

참사 발생 438일 만에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여당 요구를 반영한 수정안이었지만, 여당은 끝내 표결을 거부했습니다.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의 뜻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특별법 공포를 애타게 기다리는 유가족들이 대통령에게, 시민들에게, 하늘로 간 자녀에게 전하는 말을 몇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기자말>

[김영남·송후봉]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사거리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 대회에 참석한 희생자 최혜리씨의 엄마 김영남씨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며 쓴 편지글을 낭독하고 있다. ⓒ 참여연대


글쓴이 : 김영남, 희생자 최혜리의 엄마

미술공부를 위해 고등학생 시절부터 홀로 상경해 멀리 떨어져 있던 늦둥이 막내딸과 매일 통화를 했다. 그런 딸이 참사를 당했다는 현실이 아직까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참사 당시 딸의 스마트워치에는 자정 0시 11분까지 맥박이 뛰는 걸로 기록이 되어 있지만 응급조치를 받았는지조차 확인할 길이 없다. 그래서 더욱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매주 강릉과 서울을 오가며 유가족협의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전쟁터도 아닌 매일 걷던 거리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이, 이런 참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황망하고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우리 아이들. 인생중 가장 찬란한 시기에 죽음을 맞이한 아이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는 그때도 없었고 지금도 없습니다. 희생자와 유가족은 나라없는 난민같습니다. 이태원법은 우리국민을 위한 안전법입니다.

대통령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특검을 왜 거부합니까? 죄 졌으니 거부하는 겁니다. 떳떳하면 사정기관을 통해서 권력자도 조사받고 측근도 조사받는 거지."

우리 유가족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만희 의원이 국정조사로 모든 진상규명이 이루어졌으니 배보상만 남았다며 진상규명은 완전히 빠진 피해자 단순 지원과 보상만 다룬 법을 발의 했습니다. 시체팔이 부모라는 망언에 우리 유가족을 꿰맞추려는거 같습니다. 제발 불쌍한 아이들을 정쟁으로 몰아 싸우지 마세요.

저도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북의 지령을 받았다구요. 기가 막혔습니다. 저는 어떤식으로든 대통령의 브리핑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한 번도 없었습니다.

요즘은 실망에 실망을 하여 2번 윤석열을 뽑았다는 말을 어디에서도 못합니다. 내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2번을 뽑은 손을 자르고 싶은 심정입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제발 국민들 안으로 들어오셔서 국민을 바라봐 주세요. 그래야 국민들의 고통과 아픔에 공감이 가며 국민을 위해 노력하는 제대로된 나라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제발 이번 이태원특별법에 대해 다시 한 번 들여다 보십시요. 정부와 국민의힘에서 주장해온 것을 모두 반영한 법입니다.

저희 아이는 그 좁은 골목에서 생사를 다투는 중에 마지막 전화를 했습니다. 지금도 매일 그 좁은 골목에 아이들의 비명이 울려퍼지던 것이 귀에 선해 저도 숨이 막히는것만 같습니다.

이태원특별법을 하루 빨리 공포하여 주십시오. 어느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조사기구가 설립되어 낱낱이 진상을 조사하여 그날의 진실을 꼭 알고 싶습니다.

저는 내 딸과 159명에게 약속했습니다. 그날의 진실은 엄마, 아빠들이 꼭 밝힐테니 너희들은 하늘에서 가장 반짝이는 별이되어 세상을 아름답게 비추기만 하라고. 부디 이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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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세차게 내리던 1월 17일, 159명 희생자 영정을 들고 유가족들이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즉각 공포를 촉구하며 대통령실까지 행진했다. ⓒ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글쓴이 : 송후봉, 희생자 송은지의 아빠

10.29 이태원 참사로 애교 많고 싹삭했던 둘째딸 은지를 잃었다. 참사 다음날 오후 4시가 지나서야 평택 장례식장에 은치가 안치되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신분증도 소지품도 다 있었는데도 연고지도 아닌 곳에 왜 은지를 데려갔는지 항의해도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다.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라 진상규명을 위한 유가족협의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오늘도 거리에 나선다.

너를 보낸 지 445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억울하게 희생된 너를 대하는 세상의 시선은 그리 따뜻하지만은 않은 거 같아 아빠는 마음이 아프다.

찢어지는 마음을 뒤로한 채 너의 명예를 찾아주기 위해 분향소에서, 국회에서, 용산에서 부단히 맞서 싸우고 있지만 자기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권에 의해 가로막혀 있단다.

지난 여름 뜨거운 도로에서 거리행진도 하고 온 몸을 던져 삼보일배, 오체투지도 해서 만들어 놓은 특별법을 여당, 용산의 기득권자들은 자기들 뜻에 맞지 않는다하여 거부권을 행사할 태세다.

가족들의 슬픔도 보듬어주지 못하고 아픔도 함께하지 못했으면서 이제 진실을 밝히자는 요구마저 묵살하려하는 무도한 이 정권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힘을 다오.

너의 힘을 믿고, 너의 영정을 안고 오늘도 매서운 거리로 나선다.
힘을 다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10.29 이태원참사 공식홈페이지(www.1029act.net)에도 업로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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