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계약' 김성현, 평범한 선수의 특별한 계약
[양형석 기자]
2006년부터 18년간 인천야구를 지켰던 유틸리티 내야수가 장기계약을 따냈다.
SSG랜더스 구단은 20일 공식 SNS를 통해 유틸리티 내야수 김성현과 계약기간 3년, 총액 6억 원의 다년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김성현은 계약을 마친 후 "다년 계약을 먼저 제시해주신 구단에 감사하며 오랫동안 함께 한 SSG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 행복하다. 팀에서 베테랑의 역할을 기대하시는 만큼 앞으로도 후배들과 함께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 SSG와의 2+1년 계약이 끝난 김성현은 FA를 1년 남겨두고 다시 3년의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
ⓒ SSG 랜더스 |
야구는 투수 한 명과 8명의 수비수, 그리고 공격에만 출전하는 지명타자까지 총 10명의 주전선수들로 경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10명의 주전 선수가 전 경기, 전 이닝을 소화할 수는 없기 때문에 프로리그에서는 25~27명의 1군 엔트리를 두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내야 유틸리티는 언제든 결원이 생길 수 있는 내야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장기 레이스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자리다.
2023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LG 트윈스에는 김민성이라는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있었다. 2019 시즌을 앞두고 주전 3루수로 활용하기 위해 키움 히어로즈와의 사인앤트레이드로 영입한 김민성은 2021년 문보경이라는 젊은 3루수가 등장하면서 입지가 크게 줄어 들었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 부임 이후 2023년 시즌 유틸리티 내야수로 활약한 김민성은 내야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며 112경기에서 타율 .249 8홈런 41타점의 알토란 같은 활약을 선보였다.
최하위에서 정규리그 2위로 올라선 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며 저력을 보인 kt 위즈에는 오윤석이라는 '대기만성 내야수'가 있다. 2014년 롯데 자이언츠에 육성선수로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오윤석은 롯데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2021년 4월 트레이드를 통해 kt로 이적했다. 그리고 이적 3년 차가 된 올해 유격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82경기에서 타율 .251 4홈런 17타점 24득점으로 kt의 내야구성에 큰 역할을 했다.
2023년 정규리그 5위로 가을야구행 막차를 탔던 두산 베어스는 FA포수 박세혁(NC 다이노스)의 보상선수였던 박준영이 유틸리티 내야수로 활약했다. 보상선수 지명 당시부터 어깨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었던 박준영은 2023년 7월 두산 유니폼을 입고 팬들에게 첫 선을 보였고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며 51경기에 출전해 타율 .228 4홈런 17타점을 기록했다. 박준영은 2024 시즌 유격수 주전경쟁에 뛰어들 예정이다.
왕조시절부터 조동찬(삼성 라이온즈 작전·외야코치)이라는 리그를 대표하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를 거느리고 있던 삼성은 현재도 내야 유틸리티 자원이 가장 풍부한 팀으로 꼽힌다. 두산과 KIA 타이거즈 시절부터 리그 최고의 유틸리티 자원으로 꼽히던 류지혁이 있고 지난 17일 계약기간 1+1년 총액 3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하며 삼성에 잔류한 강한울도 있다. 물론 두 선수 모두 2024 시즌의 목표는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는 것이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내야 유틸리티 자원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후 2006년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0순위로 SK에 지명된 김성현은 지난 18년 동안 한 번도 인천을 떠난 적이 없다. 2011년까지 1군 출전 경기가 24경기에 불과했을 정도로 SK 내에서 존재감이 적었던 김성현은 2012년 88경기, 2013년 97경기에 출전하면서 조금씩 1군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4 시즌을 앞두고 정근우가 한화 이글스로 이적하면서 김성현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김성현은 2014년과 2015년 SK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251경기에 출전해 231안타를 기록하며 주전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2루수로 변신한 2016년에는 138경기에서 타율 .319 153안타 8홈런 65타점 66득점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11년 만에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김성현은 구단 사정에 따라 2루수와 유격수를 오가면서 매년 성실한 자세로 꾸준한 활약을 선보였고 구단과 동료 선수, 팬들 사이에서 신망이 점점 두터워졌다.
김성현은 2020 시즌이 끝난 후 2+1년 총액 11억 원에 데뷔 첫 FA계약을 체결했지만 공교롭게도 2021 시즌을 앞두고 김성현의 신상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SK는 구단을 SSG에 매각하기 전, 뛰어난 타격을 자랑하는 FA 2루수 최주환(키움 히어로즈)을 4년 42억 원에 영입했고 유격수 자리에는 유망주 박성한이 2021시즌부터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그렇게 김성현은 졸지에 7년 동안 지켜 오던 주전 자리를 잃고 말았다.
하지만 김성현은 흔들리지 않고 유틸리티 내야수로서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특히 SS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22 시즌에는 2루수로 105경기, 유격수로 20경기, 3루수로 18경기에 출전하며 내야의 빈자리를 잘 메웠다. 김성현은 한국시리즈에서 6차전 결승타 및 데일리 MVP를 포함해 타율 .348(23타수 8안타) 4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SSG의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그리고 지난 20일에는 FA가 아니었음에도 3년의 장기계약을 따냈다.
김성현의 장기계약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의미하는 바가 작지 않다. 김성현은 2023년까지 프로에서 18년이나 활약했지만 스타플레이어 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선수에 가까웠다. 따라서 김성현의 이번 장기계약은 다른 선수들도 김성현처럼 성실하고 모범적으로 팀에 기여하면서 선수생활을 이어 간다면 모든 프로선수들의 꿈인 '장기계약'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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