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작대기만 꽂아도 野 당선"…이 공식 여기선 안 통한다

김준희, 김하나 2024. 1.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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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15일 21대 총선 당시 이상직(왼쪽) 더불어민주당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후보가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해지자 지지자 축하를 받으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뉴스1


이상직 낙마…강성희 재선거 당선


호남은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하고 다른 정당이 발을 붙이기 힘든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이 작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호남에서 민주당이 고전할 것으로 예상하는 선거구가 있다. '전북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전주을이다. 전북특별자치도청·교육청·경찰청 등 핵심 기관이 모여 있는 전주 신도심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낙마하면서 치른 지난해 4월 전주을 재선거에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당선됐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 이 전 의원을 공천한 민주당은 "재선거 원인을 제공했다"며 공천을 포기했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강 의원은 지난 18일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 손을 잡은 채로 몇 차례 소리쳤다. 이에 경호원 5명이 강 의원 입을 막으며 행사장 밖으로 퇴장 조치했다. 이에 진보당 측은 "강 의원이 윤 대통령과 악수하며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자, 경호원들이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들어 끌고 나갔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강 의원이 윤 대통령과 악수했을 때 손을 놓지 않고 자기 쪽으로 당겼다. 경호처에서는 손을 놓으라 했다"며 "강 의원은 이후에도 계속 고성을 질러 행사를 방해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경호상 위해 행위라고 판단되는 상황이어서 퇴장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자꾸 사건을 만들려는 운동권 버릇"이라고 지적했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18일 전주시 덕진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악수하는 동안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해 끌려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호남 동행 의원' 이끈 정운천도 출마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오는 4월 10일 총선에서 후보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승리를 점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 선거보다 어렵다는 당내 경선을 통과하더라도 현역인 강성희 의원과 거물급인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비례대표)을 모두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정운천 의원은 2016년 20대 총선 때 전주을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출마해 당시 민주당 최형재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그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호남을 제2 지역구로 정해 예산 확보 등을 도운 '호남 동행 의원'을 이끌어 "여야 협치 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지역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내홍에 빠진 모양새다. 최근 문재인 정부 때 서울중앙지검장·서울고검장 등을 지낸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출마설이 돌면서다. 고창 출신인 이 위원은 이상직 전 의원과 전주고 동기이고, 문 전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직속 후배다.

2020년 9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호남 동행 국회의원 발대식에서 정운천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성윤 낙하산?…예비후보들 반발


이 위원은 법무부에 사의를 밝힌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사이비 정권을 끝장내는 데 최선봉에 설 것"이라고 썼다. 이튿날 전주교대에서 열린 『꽃은 무죄다』 북콘서트에서 전주을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지만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 위원을 전략 공천한다는 소문이 돌자 민주당 전주을 예비후보들은 "그런 가능성은 없다"(최형재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위원장), "이모씨는 영입 대상 자체로 거론된 바 없다"(양경숙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호남 전략 공천은 기득권 챙기기"(이덕춘 변호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민주당이 최근 현역 의원 불출마·탈당 등 이유로 정한 전국 17개 전략선거구에 전주을이 포함되자 "낙하산 후보를 내리꽂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총선 승리를 위해 전략적 검토가 필요한 선거구일 뿐 확정된 건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갈등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지난달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관련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정책 선거 실종" 지적도


일각에선 "정권 비판과 상대방을 흠집 내는 네거티브 공세만 있고, 정책 선거는 실종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전북은 특별자치도가 출범하긴 했으나 그 내용을 채울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이 부족했다"며 "정치권 변화나 새로운 정치 세력 등장을 기대해야 하는데, 이번 총선도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로 표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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