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당황한 '한국-요르단' 무승부..."우린 16강 누구랑 해?" [아시안컵]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한국 축구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전 졸전 끝 무승부에 일본도 당황하는 모양새다. 16강 토너먼트부터 '한일전'을 각오하고 있던 상황에서 이제는 어떤 팀을 만나게 될지 알 수 없게 됐다.
일본 축구 전문 매체 '사커 다이제스트 웹'은 "아시안컵 E조에서 1위로 통과하는 팀은 이라크에게 패해 D조 2위를 노리는 일본과 16강에서 만난다"며 "일본이 D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인도네시아를 꺾고 조 16강 토너먼트에 오르더라도 한국도 요르단도 아닌 바레인과 격돌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있는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E조 2차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은 지난 15일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D조 1차전 3-1 승리에 이어 대회 2연승을 노렸지만 요르단전 무승부로 승점 1점 추가에 그쳤다. '복병'이긴 하지만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요르단에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게 고전하면서 조 1위 조기 확정이 무산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을 상대로 기존에 즐겨 쓰던 4-1-4-1 전형을 들고 나왔다. 이기제, 김민재, 정승현, 설영우가 포백 수비라인을 구성했다. 3선에 박용우가 배치돼 홀로 수비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았다.
2선은 손흥민, 이강인, 황인범, 이재성으로 짜여졌다. 최전방 공격수로는 조규성이 출격했다.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으로 이번 대회를 조기마감한 김승규를 대신해 조현우가 오랜만에 골키퍼 장갑을 낀 부분을 제외하면 베스트11은 '복붙'이었다.
한국의 출발은 산뜻했다. 전반 3분 손흥민에 페널티지역 내에서 넘어졌고 긴 시간 비디오판독(VAR) 끝에 페널티킥이 주어진 것이다. 페널티킥을 얻어낸 손흥민이 특유의 강슛이 아니라 상대를 허탈하게 만드는 파넨카킥을 오른발로 가볍게 차 넣으며 1-0을 만들었다.
하지만 한국은 외려 리드를 잡은 뒤 요르단의 반격에 밀리기 시작했다. 요르단은 조금씩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한국을 압박했다.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기회가 생기면 지체 없이 슈팅을 시도하면서 위협했다. 전반 20분 알타마리가 페널티지역 오른쪽 외곽에서 기습적인 왼발 슛을 날렸으나 조현우의 선방으로 고비를 넘겼다.
흔들리던 한국 수비는 결국 동점을 허용했다. 전반 38분 코너킥 상황에서 휘어져 들어오는 볼을 골문 먼 쪽에 있던 박용우가 머리로 걷어낸다는 것이 자책골로 연결됐다.
한국은 리드가 사라진 뒤 볼점유율에서 요르단에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 알 나이마트에게 역전 골까지 내줘 1-2로 끌려갔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전 이기제와 박용우를 빼고 김태환, 홍현석을 교체투입하는 변화를 줬지만 요르단의 밀집 수비를 깨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조규성이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면서 분위기가 더 가라앉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최전방 원톱을 조규성에서 오현규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외려 요르단이 빠른 역습으로 추가 득점을 노리는 장면이 꾸준히 이어졌다.
한국은 '도하의 비극'이 눈앞에 아른거리던 후반 추가시간 힘겹게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김태환이 요르단의 오른쪽 측면을 빠른 돌파로 허문 뒤 박스 안으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받은 손흥민이 박스 안으로 쇄도하던 황인범에게 연결했다.
황인범은 지체없이 강력한 왼발 슈팅을 날렸다. 황인범의 발을 떠난 공은 요르단 수비수 몸에 맞고 굴절돼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2-2 동점이 됐다. 공식 기록은 황인범의 득점이 아닌 요르단의 자책골이었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내친김에 역전을 노렸지만 더는 요르단의 골문을 열지 못한 채 패배 같은 무승부로 게임을 마쳤다. 이날 요르단을 꺾었다면 승자승 원칙이 적용되는 아시안컵 규정에 따라 오는 25일 말레이시아전 결과와 무관하게 조 1위를 확정할 수 있었지만 물거품이 됐다.
한국은 말레이시아전도 쉬엄쉬엄할 수 없는 처지에 몰렸다. 로테이션을 가동해 손흥민, 김민재 등 핵심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하려는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역대급 '황금세대'라는 평가를 받던 한국 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7위 요르단에게 토너먼트가 아닌 조별리그 단계에서 졸전 끝 무승부를 거뒀다는 자체가 굴욕이다.
한국이 요르단과 비긴 결과는 일본에게도 당혹스럽다. 일본은 지난 19일 이라크와의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1-2로 패하면서 조 1위 가능성이 사라졌다.
일본은 지난 14일 베트남과 조별리그 D조 1차전을 4-2로 이기면서 나쁘지 않게 이번 대회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라크에게 일격을 당하면서 오는 24일 인도네시아를 꺾더라도 조 1위가 아닌 2위로 16강 토너먼트에 오른다.
2023 아시안컵 대진표는 D조 2위와 E조 1위가 16강에서 격돌한다. 일본은 이라크전 패배 후 한국이 요르단을 꺾고 일찌감치 E조 1위를 확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공은 둥글었고 한국도 일본처럼 아시안컵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자이언트 킬링'의 희생양이 될뻔했다. 한국은 패배는 피했지만 아시안컵에서 복잡한 경우의 수를 계산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일본은 우리보다 머리가 더 아프다. 한국에게 졌던 바레인이 말레이시아에 극적인 1-0 승리를 거두면서 승점 3을 확보, E조 1위로 16강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는 시나리오도 가능해졌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한국이 말레이시아와 비기고 바레인이 요르단을 꺾는다면 바레인이 E조 1위, 한국이 2위, 요르단은 3위가 된다. 이 경우 일본은 16강에서 바레인을 상대한다.
'사커 다이제스트 웹'은 "바레인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한국에게 1-3으로 졌지만 요르단과의 최종전을 이기고 한국이 말레시이아와 비기면 승점 6점으로 조 1위로 16강에 오를 수 있다"며 "혼전 상의 E조가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할 것인가"라며 오는 25일 최종전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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