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처치스테이’…빈방은 없었다
1차 모집부터 숙소 5곳 ‘만실’
사흘간 선교사·부흥사 발자취 따라
“처치스테이는 고행 아닌 잔칫집”
광주의 한 교회가 체험형 ‘처치스테이’를 시작했다. 기독교인에게 한국교회 부흥의 뿌리를 전수하고 영육 간의 쉼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다. 숙소는 교회 밖에 5채를 지었다. 지원자들은 사흘간 선교사·부흥사들의 발자취를 되짚으며 영적 재각성을 다짐했다.
광주청사교회(백윤영 목사)는 지난 18일 ‘마룻바닥영성스테이’를 주제로 처치스테이 첫 손님을 맞았다. 2박3일간 진행된 프로그램엔 총 9명이 신청했다. 광주에 살고 있는 구하나(34)씨는 아들 조인호(3)군과 왔고, 홍광래 여수백합교회 목사는 아내와 함께 여수에서 올라왔다. A국에서 19년간 사역한 최열심 선교사는 “지난해 여름 추방당하다시피 A국에서 나왔다”며 “영적으로 재충전하고 싶어 서울에서 광주까지 내려왔다”고 했다.
숙소 외관은 서양 선교사들이 살던 양옥집을 본떴다. 건물 호칭은 제각각 다르다. 길선주(1868~1935) 김익두(1874~1950) 이성봉(1900~1965) 신현균(1927~2006) 박용묵(1918~1991) 목사 호텔. 숙소 출입구 옆엔 교회가 ‘한국교회 5대 부흥사’로 선정한 이들의 현판이 각각 걸려 있었다.
숙소 크기는 20여㎡(약 6평). 최대 4인 가족까지 사용할 수 있는데, 모든 방엔 침대가 없다. 잘 땐 이불을 펴야 한다. 방마다 차이점은 벽지에 있다. 길선주 방은 성경으로 벽을 도배했고 이성봉 방은 1900년대 신문이 벽지가 됐다. 길선주 목사는 평양대부흥운동 발원지인 장대현교회에서 시무했는데, 장대현교회는 성경을 벽에 바른 박영식의 집에 세워졌다. 초기 한국교회 대부흥을 이끈 이성봉 목사의 방에선 ‘80 세계 총복음화 대성회’ 신문 광고를 찾아볼 수 있었다.
처치스테이는 기도회로 시작됐다. 교회는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에 ‘샬롬마룻바닥기도회’를 여는데, 스테이 지원자들의 첫 공식 일정이었다. 기도회에는 스테이 참석자들을 포함해 약 250여명이 참석했다.
백윤영 목사는 ‘명령하는 말을 가감하지 않고 지키는 자’(창 12:1~3)를 주제로 설교하면서 ‘무릎 기도’를 강조했다. 백 목사는 “성경을 보면 ‘천사들이 보좌 앞에 엎드려 얼굴을 대고 하나님께 경배’(계 7:11)하는 모습이 등장한다”며 “이는 연극 관람하는 식의 오늘날 예배 문화와 거리가 먼 태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룻바닥은 무릎을 꿇고 간절함과 겸손함으로 기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며 “무릎으로 부흥을 일군 선진들의 기도 자세를 다음세대에게도 전수하자”고 강조했다.
기도회는 사흘간 세 차례 진행된다. 첫날 마룻바닥기도회를 시작으로 이튿날엔 본당에서 교인들과 함께 새벽 기도를 드린다. 다음 달 예정된 제2차 처치스테이 참석자들부턴 초가집 구조의 마룻바닥예배당에서 부흥회도 가질 예정이다.
외부 프로그램도 적지 않다. 설교나 기도를 중심으로 주로 실내에서 진행되는 기도원·부흥회 일정과의 차이점이다. 참가자들은 첫날 광주 호남신학교(총장 최흥진) 선교사 묘지를 방문한 뒤 ‘유진벨선교기념관’ ‘오방최흥종기념관’ 등을 둘러봤다. 다음 날엔 ‘순례자의 섬’으로 알려진 전남 신안군 기점·소악도에서 ‘기적의 순례길’을 따라 걸었다.
일상에 지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한 음악회도 프로그램 일부다. 무대는 이 교회 청년들이 준비했는데, 스테이 지원자들도 각자 나와서 애창곡을 불렀다. 마지막 무대 마이크를 잡은 백 목사는 좋은 생각이 난 듯 웃으며 CCM ‘내게 오라’를 즉석 개사했다. “잘생긴 자 내게 오라. 믿음 좋은 많은 사람들아 모두 다 내게 오라.”
참가자들의 ‘밥심’도 꼭 챙긴다. 아침엔 전복죽이나 된장찌개, 점심·저녁엔 연어 초밥이나 돼지갈비 등을 먹는다. 백 목사는 “우리 교회 처치스테이는 고행·금욕과 거리가 멀다”며 “기도·관광·식사를 잘 조율해 양육 간의 쉼을 제공하는 잔칫집을 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광주·신안=글·사진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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