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고우석 반긴 '빅리그 선배' 김하성의 조언…"전 국민이 응원, 더 책임감 가져야"

유준상 기자 2024. 1. 21.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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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인천공항, 유준상 기자) '어썸킴'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빅리그에 입성한 '바람의 손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고우석(샌디에이고)에게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하성은 2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미국 로스엔젤레스(LA) 출국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났다. 그는 "한국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기쁘고 좋다. (고)우석이가 우리 팀에 와서 너무 기분이 좋고 같은 팀에 한국인 선수가 있다는 것 자체가 생활하고 이런 데 있어서 엄청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이)정후가 너무 좋은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너무 축하하고 한편으로는 동생이기 때문에 그 금액을 뛰어넘을 수 있는 활약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정후와 고우석은 나란히 2023시즌 종료 이후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빅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가장 먼저 계약을 맺은 선수는 이정후다. 지난달 13일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약 1511억 원)에 도장을 찍으면서 빅리그 입성을 확정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당장 공격과 수비에서 팀에 보탬이 될 선수를 원했고, 지난해 초부터 이정후에게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해 2월 샌프란시스코 구단 관계자가 이정후의 소속팀이었던 키움 히어로즈의 훈련장을 방문한 데 이어 피트 푸틸라 단장은 지난해 10월 직접 한국에 와서 이정후의 마지막 홈경기를 관전했다.

이정후는 포스팅 개시 이후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아 빠르게 계약을 마무리했고, 샌프란시스코의 진심에 이정후의 마음도 움직였다. 그는 지난달 19일 입국 기자회견 당시 "많은 구단들이 있었지만, 피트 푸틸라 단장님이 한국에 와주시고 협상하는 데 있어서도 가장 나를 원하는 기분이 들었다. 자세한 건 말씀드리지 못해도 이렇게 역사가 깊은 팀에서 뛰게 돼 너무 영광이라고 생각해서 빨리 결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주전으로 나서게 된 건 물론이고 리드오프 중책까지 맡을 전망이다. 지난달 미국 현지에서 진행된 이정후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파르한 자이디 사장은 "이정후가 (2024시즌) 개막전부터 매일 중견수로 뛰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다. 공격적인 부분에서 콘택트 능력을 갖춘 선수가 필요했고, 비시즌 동안 우리가 가장 영입하고 싶었던 선수가 이정후였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지난달 22일 미국의 한 팟캐스트에 출연한 멜빈 감독은 "이정후를 영입한 뒤 몇 개의 라인업을 작성했는데, 어떤 경우에도 이정후는 1번타자였다. 이정후에게도 편안한 타순이고 이정후가 (KBO리그에서도) 쳐봤던 자리"라며 이정후를 리드오프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다음 주자는 고우석이었다. 고우석의 경우 이정후와 다르게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이 의외였다. 선수가 적극적으로 미국행을 원한다는 뜻을 밝혔던 적이 없던 데다 2023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았던 탓이었다. 원 소속팀 LG 트윈스가 지난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29년 만의 우승의 한을 풀면서 포스팅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고우석은 해를 넘길 때까지 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2024 시즌도 LG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보였지만 포스팅 마감 시한을 19시간 남겨두고 있던 상황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미국 언론 '뉴욕포스트'의 존 헤이먼이 "고우석의 샌디에이고행이 임박했다. 그는 마무리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고우석은 곧바로 미국으로 출국해 신체 검사와 계약 등의 과정을 마무리하면서 샌디에이고 입단을 확정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등 미국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양 측은 총액 450만 달러(약 59억원)의 조건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과 2025년 연봉은 각각 175만 달러, 225만 달러로 상호 옵션 실행 시 2026년 연봉은 300만 달러다. 옵션 미실행 시 고우석은 바이아웃 금액 50만 달러를 수령하는데, 만약 2024~2026년 인센티브 금액을 모두 받는다면 최대 94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시즌 82승80패(0.506)으로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으나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밀리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올겨울에는 재정난의 여파로 외야수 후안 소토가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됐고, 조시 헤이더(휴스턴 애스트로스) 등 FA 자격을 얻은 투수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샌디에이고는 그런 상황 속에서 마쓰이 유키에 이어 고우석을 영입했고, 불펜 보강을 완료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미국에서의 일정을 소화하고 6일 귀국한 고우석은 "머릿속으로는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계속 말씀드린 것처럼 아직 내가 메이저리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 메이저리거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뭔가 나의 능력을 보여줘야 진짜 메이저리거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또 고우석은 "내가 먼저 정후에게 물어봐서 연락처를 받아 연락을 드렸다. (김)하성이 형이 축하한다고 해주셨다"며 "외국으로 가서 야구를 하는데 같은 리그에서 뛰었던 선수, 그리고 대표팀에서 만났던 선배가 있다는 게 마음에 안정이 조금 생긴다"고 김하성과 한솥밥을 먹게 된 것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올해로 '빅리그 4년 차'가 된 김하성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우석이가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해이기 때문에 비록 내가 야수이긴 해도 캠프 때부터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 또 미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끔 옆에서 열심히 도우려고 한다. 우석이도, 나도 둘 다 좋은 시즌을 치렀으면 좋겠다"며 "정후도 올해 빅리그에서 첫 시즌을 맞이하는데, 항상 얘기했던 것처럼 건강하게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면 '한국의 이정후'를 미국에서도 그대로 보여줄 것이고, '이정후가 이정후한다'는 시즌을 만들어낼 거라고 생각한다"고 두 선수의 선전을 기원했다.

키움에서 이정후와 한 팀에서 뛰었던 김하성은 이정후가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길 바랐다는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김하성은 이정후의 프로 무대에 데뷔했던 2017 시즌부터 2020 시즌까지 4년 동안 영웅 군단을 함께 이끌었다.

김하성이 2021 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 빅리거가 된 이후에도 이정후와 끈끈한 우정을 이어갔다.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한국시리즈 5차전을 함께 관람하기도 했다.

김하성은 "정후가 우리 팀에 오길 사실 엄청 바랐고 기대하기도 했는데, 너무 좋은 조건에 계약했기 때문에 사실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 선수가 그런 계약을 맺는 것 자체가 결국 자신의 가치이기 때문에 잘 됐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어쨌든 적이기 때문에 시즌 개막 이후 정후의 타구가 내게 향하면 봐주는 것 없이 다 공을 잡아내도록 하겠다"고 미소 지었다.

김하성은 빅리그 선배로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적응하기 위한 생존법보다는 마음가짐을 강조하면서 이정후, 고우석의 선전을 기원했다.

김하성은 "항상 말했던 것처럼 그 선수들(이정후, 고우석)도 부담감과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나가야 할 텐데 이제는 소속팀 팬분들의 응원이 아니라 전 국민의 응원을 받는 것이기에 좀 더 책임감을 갖고 뛰게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어 "그 선수들이 잘해줘야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아마추어 선수들과 KBO리그에서 뛰는 후배들이 또 도전할 수 있고 좋은 계약과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하성은 LA에서 약 3주간 개인 훈련을 소화하다가 팀 일정에 맞춰서 샌디에이고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올겨울 트레이드설에 휩싸인 김하성이 팀을 옮기지 않고 2024시즌을 맞이한다면 오는 3월 20~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LA 다저스와의 2024 메이저리그 개막전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MLB World Tour Seoul Series 2024 Presented By Coupang Play)’를 통해 한국 팬들을 만나게 된다.

사진=인천공항, 김한준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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