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콘서트 예매 실패하자 '띠링~' 알람…"임영웅 티켓 100만원" [헛다리경제]
콘서트 18만원 좌석이 550만원까지 치솟아
암표 전쟁에 연예인들이 직접 대응하는 이유
"가수·관객 적극 대응하고 정교한 입법 필요"
편집자주 - 좀 더 나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똑똑한 경제활동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헛다리를 짚은 경우가 많다. 기업 마케팅에 속거나 순간적 이득에 눈이 멀어 잘못된 판단을 하면 결국엔 피해 보는 쪽은 소비자다. 일상생활 속 대상을 잘못 파악하고 일을 그르친 '헛다리' 짚는 경제활동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딸아, 임영웅 콘서트 가고 싶어!”
엄마가 가수 임영웅 팬(영웅시대)이 됐다. 환갑 나이에 쉽지 않은 온라인 티켓팅. 아주 조심스럽고도 간절한 얼굴로 이같이 말씀하셨다.
피켓팅에 참전했다. 5,4,3,2,1…. (매진)
장렬히 전사했다.
"됐어?" 엄마 얼굴이 기대로 가득하다. 식은땀이 흐른다. 차마 '실패했다'는 말을 못 하겠다. 그때 당근마켓에서 게시글 알림이 울렸다.
‘임영웅 서울 콘서트 티켓 100만원에 양도합니다.’
소위 '된다' 하는 공연·콘서트에 피켓팅(피+티켓팅, 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켓팅)은 필수인 시대가 됐다. 임영웅, 아이유 등 유명 가수 콘서트는 대표적인 피켓팅 격전지다. 예매 오픈 1분 만에 매진된다. 카운트다운에 맞춰 마우스로 '딸깍' 한 번 할 시간에 전석이 매진된다는 얘기다. 뮤지컬도 예외는 아니다. 유명 뮤지컬배우가 출연하는 공연에는 일명 '회전문 관객'(한 작품을 캐스팅 배우별로 계속 보는 관객)까지 가세해 티켓 확보가 치열하다.
공연업계는 피켓팅이 치열해질수록 암표상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을 중심으로 암표상을 비롯해 가짜 표까지 횡행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SBS 가요대전'은 아르바이트생까지 동원한 조직적 가짜 표 판매가 나타나면서 행사장이 아수라장이 되는 사태가 벌어졌고, 결국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잡았다 요놈" 암행어사·공연취소 '초강수'일부 가수들은 불법 거래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판단, 직접 팔을 걷고 암표상과의 전쟁에 참전한다. 가수 성시경은 매니저와 함께 온라인 암표 단속에 직접 나섰다. 지난해 11월 공연을 앞두고 온라인에서 구매자로 잠입해 암표상을 붙잡은 것. 티켓 판매자는 15만4000원짜리 VIP석 티켓을 45만원~50만원으로 불법 판매하려 했고, 이를 매니저가 티켓을 양도받는 척 좌석번호와 계좌번호 등을 알아낸 뒤 해당 티켓을 취소 처리했다. 이후 성시경은 이 내용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주의를 당부했다. 성시경 측은 "불법 거래를 목적으로 판매하는 티켓은 모두 홀드 처리돼 계정이동 및 취소 후 판매가 불가하게 조치했으며, 예매 티켓은 자동 취소됐다"고 알렸다. 불법 거래 리스트에도 올려 앞으로 성시경 팬클럽 가입과 공연예매를 못 하게 막았다.
일명 '효도 콘서트'라 불리는 임영웅은 가장 치열한 격전지다. 하늘에 별 따기라 불리는 콘서트 티켓 18만원 좌석이 550만원까지 거래되자 소속사가 부정 사례를 직접 걸러냈다. 물고기뮤직 측은 "거래 사기 주의를 당부하라고 공지하고 있다"며 "예매 창 모니터링에서 부정 예매 및 부정 거래 의심 건은 직접 취소했다"고 밝혔다.
아이유는 지난해 9월 열린 팬콘서트 불법 거래를 제보한 이들에게 티켓을 선물하며 암표 근절에 나섰다. 부정 티켓 예매로 확인된 12건에 대해선 취소절차도 진행했다. 소속사 EDAM엔터테인먼트는 불법거래 예매와 관련해 부정 티켓 거래 및 거래 시도자를 아이유 공식 팬클럽 '유애나'에서 제명 조처했으며, 예매 사이트인 멜론 티켓 ID 이용을 1년간 제한했다.
장범준은 최근 팬들을 위해 2년 만에 소극장 공연을 기획했다. 5만5000원 티켓 가격이 3배 넘게 치솟자 공연 이틀 전 10회차 티켓 예매를 전면 취소했다. 그는 "작은 규모의 공연인데 암표가 많이 생겼다"며 "정상적인 경로 외에 표를 구매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전체 좌석인 500석 중 70석 이상이 암표로 의심되자 "공평한 방법을 찾아 공지하겠다"며 예매를 취소했다. 이후 새로운 예매방식인 추첨제를 도입했다.
지긋지긋한 암표…법적 규제 가능한가
온라인 암표 거래를 제재할 강력한 법 규정이 없다는 것은 문제다. 암표상 대부분은 컴퓨터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표를 사재기한 후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키를 한 번만 눌러도 동일한 명령을 내린 것처럼 인식해 짧은 시간에 여러 좌석을 예매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경범죄처벌법 제3조 2항의 암표 매매와 관련한 규정은 처벌 대상을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등’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 등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들로 한정하고 있다. 이렇게 적발돼도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의 가벼운 형에 처한다.
가요·공연계가 암표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관련법 제정을 촉구한 끝에 '매크로 사재기' 관련 법안이 오는 3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암표상 근절 해법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이 법안은 매크로를 이용한 부정 티켓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정보통신망에 주문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입장권 등을 부정 판매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매크로 여부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업계에서 법안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암표상 근절을 위해서는 티켓의 수급 불균형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돼야 하지만 대형 공연장이 부족한 한국의 사정상 쉽게 해결이 어려운 부분이다. 한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충분한 수요를 공급함으로써 암표를 줄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팬들 대다수가 '암표는 사지도 말고, 팔지도 말자'고 외치고 있지만, 웃돈을 주고도 기꺼이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에 가고 싶어하는 마음은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는 "희소한 만큼 더 가치가 있기 때문에 암표를 완전히 막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수 입장에서 방관할 수 없고, 방관해서도 안 된다"며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가수와 팬이 암표에 대응하는 분위기와 함께 정교하게 보완한 입법도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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