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리가 1500그루 위력 '탄소 저장'…50년 만에 돌아온 참고래
최근 대형고래류, 점박이물범 등 멸종위기에 처한 해양포유류가 우리나라에 출몰하고 있다. 수십년 간의 포획 금지 노력, 지구 온난화로 인한 서식지 이동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초대형 포유류 참고래·향고래, 동해 분포
대형고래류는 이른 바 ‘살아있는 대형 탄소저장고’로 불린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대형 고래는 한 개체 당 평균 33t의 이산화탄소를 수 세기 동안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 해 동안 나무 1500그루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이다. 과도한 포획으로 대형고래가 멸종위기에 처하자 우리나라는 1982년 상업 포경을 금지했다.
이후 50여년 만에 대형고래가 대거 포착됐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는 지난 17일 “참고래가 50마리 이상, 향고래가 100마리 이상이 동해 상에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참고래와 향고래는 체장(주둥이 끝에서 척추 뒤끝까지 길이)이 각각 23m, 19m다. 참고래는 지구에서 대왕고래(체장 24~30m) 다음으로 큰 포유류다. 과거 동해에 빈번히 나타났지만 과도한 포경으로 1970년대에 멸종위기에 처한 이후에는 우리나라 해역에서 드물게 발견됐다. 향고래 역시 이빨고래류 중 가장 크다. 참고래와 향고래가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포획된 건 각각 1980년, 1937년이다.
고래연구소는 또 “참돌고래 4만 마리, 밍크고래 700마리, 상괭이 4500마리가 동해와 서해, 남해에서 집단 서식 중”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조사가 어려웠던 남서해 연안의 상괭이 개체수가 확인된 건 처음이다. 중심 서식지는 충청남도 태안과 전라남도 진도 사이로 추정된다.
앞서 국립공원공단 다도해해상국립공원사무소도 “전남 완도 여서도 인근에서 흑범고래(체장 4m)와 큰돌고래(2m) 200여 마리가 함께 무리 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관측했다”고 밝혔다. 흑범고래는 대형 어종으로 분류되며, 큰돌고래 역시 돌고래 중 제일 큰 종이다. 오창영 다도해해상국립공원사무소 해양자원과장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해양포유류 서식 여건의 변화로 고래류의 활동 범위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멸종위기 해양포유류인 기각류도 서식이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각류는 지느러미 모양의 발을 가진 포유류로 물범, 물개, 바다코끼리 등이 해당된다.
지난해 9월 백령도에서는 멸종위기종인 점박이물범 324마리가 관찰됐다. 이는 해양수산부가 백령도에서 점박이물범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 개체 수다. 고래연구소도 동해에 물개가 서식하는 정황 등을 확인해 기각류 조사를 기존 연 2회에서 4회로 강화하기로 했다.
"한해에 고래류 1000마리 그물 걸려 죽어"
돌아온 멸종위기종을 지키기 위해 해양 환경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우리나라 고래류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그물 때문”이라며 “그물에 우연히 걸려 혼획된 개체는 판매할 수 있는데 밍크고래의 경우 한 마리에 8000만원~1억원에 팔 수 있어 혼획을 빙자한 불법포획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동물운동연합 측은 “한해에 상괭이 500~700마리, 고래류 총 800~1000마리가 우리나라 해역에서 그물에 걸려 죽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물에 혼획저감장치를 의무화하고 경제적 가치가 큰 대형고래류는 유통이나 판매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점박이 물범같은 기각류는 사체에서 해양쓰레기가 많이 나와, 해양 환경을 정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동식 국립수산과학원 원장은 “올해 고래류 조사와 연구 활동을 더욱 확대해 서식환경을 개선해 해양포유류 보호를 위한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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