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레코드]김한민 감독 "조선도 두동강날 뻔…이순신 큰 뜻 기억해야"
'명량'·'한산' 이은 이순신 3부작
집요한 노량해전…완전한 종결·항복 의미
"실로 천행이었다…." 김한민 감독(55)은 이순신 장군(1545~1598년)의 말을 인용해 10년에 걸쳐 쌓아 올린 시리즈 마지막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를 완성한 소회를 밝혔다.
한국영화 최대 관객수를 기록한 '명량'(2014·1761만명)에 이어 지난해 '한산: 용의 출현'(2022)으로 726만명을 모았다. 대미를 장식한 '노량'은 지난달 20일 개봉해 누적 관객수 443명을 기록했다. 김 감독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떨리고 긴장되면서 안도감이 든다"고 말했다.
'명량' 개봉 당시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2020년에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번져 '한산'과 '노량' 촬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를 떠올리며 김 감독은 "운이 좋았다"면서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이순신 이름에 누가 되지 않으리라" 확신
지난달 20일 개봉한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영화다. 7년 임진왜란을 끝낸 '노량해전'을 배경으로 한다. 1598년 음력 11월 18일에 조선 수군 70여 척, 명나라 수군 400척이 노량으로 진군했다. 군사는 1만6000명. 이순신은 명나라 부총병 진린과 다음날 새벽부터 노량해협에 모인 일본군을 공격했다. 일본으로 건너갈 준비를 하고 있던 왜군 선단 500여척 가운데 200여척을 격파했다. 이후 관음포로 달아나는 왜군을 추적하던 이순신은 날아온 탄환에 맞아 전사했다. 영화는 이를 배경으로 완성됐다.
"불굴의 의지로 이순신에 천착한 건 아니예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네요. 매 순간 어떻게 돌파해갈까 고민했지만, 흔들린 적은 없죠. 각 해전이 의미 있다고 봤어요. '노량해전'은 특별했어요. 이순신이 왜 그렇게 집요하고 치열하게 마지막 전투에 임했는지, 그가 말하려는 게 무엇인지가 화두였어요. 고민 끝에 완전한 종결, 항복이라는 답을 얻었죠. 결론을 발견하고는 '장군님께 누가 되지는 않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노량'은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는 유언으로 잘 알려진 이순신 전사 장면이 담겼다. 널리 알려진 이 대사 대신 매우 담백하고 힘있게 장면을 완성했다. 이는 영화의 가장 큰 미덕으로 꼽힌다. 김 감독은 "전 국민이 아는 장면을 찍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지만, 반드시 찍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순신이 한마디 더 했다면, 어떤 말씀을 하셨을까. 고민해보니 확신에 찬 한마디가 떠올랐다. 어떻게든 그 말을 하시며 돌아가시는 장면이 필요했다. 그게 내가 노량을 만드는 의미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상여가 나가는 장례식 장면은 주변에서 다들 말렸다. 프로듀서들까지 제작비를 이유로 만류했다. 300명 이상 동원되는 탓에 쉽지 않은 프로덕션이었다. 김 감독은 "찍어야 한다"고 밀어붙였다.
"3부작을 마무리하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이순신 장군을 온전히 보내드리는 의미가 컸어요. 그 장면에서 생각지 못한 깊은 여운이 전해지지 않을까 기대했죠. 죽음 장면은 시나리오상에 장례식과 전쟁이 끝난 장면 사이에 있었어요. 찍어놓고 그렇게 붙여놓으니 안 붙더라고요. 그런데 장례식과 붙이니 잘 붙었죠. 생각지 못한 효과도 봤어요. 이순신 유지와 그 장면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잘 마무리 됐죠."
"두 동강 날 뻔한 조선…종전 의미 잊지 말자"배우 최민식, 박해일에 이어 김윤석이 마지막 이순신을 연기했다. 김 감독은 "3부작을 연출하다 보니 10년이 지났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명량 이순신은 용장, 한산은 지장, 노량은 현장의 느낌이 중요했다. 명량에서는 모두가 두려움에 빠진 상황에서 나선 용맹한 장수의 모습이 필요했고, 최민식 캐스팅이 적합했다. 냉철한 지략과 전략 전술에 능한 젊은 이순신은 박해일을 내세웠다. 노량에서는 지혜로우면서도 미래를 내다보며 전쟁을 어떻게 종결할지 고민하는 이순신이 필요했다. 아우라를 지닌 김윤석이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이순신 영화 3부작을 마무리하고 임진왜란으로 진격한다. 임진왜란을 다룬 드라마를 기획 중이다. 그는 "이순신이 없었다면 우리가 일본말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나라가 두 쪽 날 뻔한 건 당시에도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임진왜란은 침탈의 역사도 무섭지만 그사이 5년 동안 진행된 강화 협상이 가장 무섭다. 그 핵심은 조선을 두동강 내 나눠 가진다는 게 아닌가. 상상만으로 끔찍하다. 임진왜란 7년간 처참했던 일을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를 갈라놓으려 한 시도가 당시에 일어났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우리가 배제된 세력 싸움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역사에 있어서 완전한 전쟁의 종결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명확히 기억해야 한다. 그걸 주장하고 수행하다 돌아가신 분이 이순신 장군이라는 걸 꼭 이야기하고 싶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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