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호 부르기 시작한 北…김정은의 골칫거리 'MZ세대' 때문?

남가희 2024. 1.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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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우리를 '대한민국'이라고 칭하며 '통일 불가론'을 띄우고 있다.

북한의 이같은 호칭 변화는 북한 내 MZ세대에 대한 사상 통제가 어려워진 점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지도층은 북한의 MZ세대인 '장마당 세대'를 중심으로 사회 통제가 약화됐다고 판단하고, 남한은 아예 별개의 국가이므로 체제에 순응해서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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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공식 합의문에서만 '대한민국' 언급
담화 등에서 국호 언급한 것은 처음…통일 폐기 기조 반영
젊은층 통제 어려워진 듯… MZ세대 탈북자 수 ↑
지난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TV

북한이 최근 우리를 '대한민국'이라고 칭하며 '통일 불가론'을 띄우고 있다. 북한의 이같은 호칭 변화는 북한 내 MZ세대에 대한 사상 통제가 어려워진 점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북한은 남과 북이 함께 작성한 공식 합의문에서만 우리를 '대한민국'이라고 표기했다. 통상적으로 매체에서는 '남조선'이나, '남한'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두 개의 국가가 아니라 통일을 염두에 둔 '한 민족'이라는 의미에서였다.

이는 1991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에 기초한 것인데, 남북기본합의서에는 "남과 북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잠정적 특수관계"라고 적혀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은 각종 담화 등에서 우리를 '남한'이 아닌 '대한민국'이라 지칭하며 선 긋기에 들어갔다. 이는 그간 유지해 온 '잠정적 특수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 즉, 두 개의 국가 관계로 재설정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노동당 전원회의 5일차 회의에서 "북남(남북) 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며 "현재 조선반도(한반도)에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가 병존하고 있는 데 대하여서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는 "헌법에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김일성·김정일의 통일 유훈이 담긴 표현을 지우고 관련 기념물의 철거도 예고했다.

김여정 부부장도 담화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언급했다. 김 부부장이 대한민국을 언급한 이후 강순남 국방상도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전에는 '남조선'·'남측' 이렇게 표현했다"며 "지금 북한은 현재 남북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 관계'가 아니라 '적대적 국가 관계'로 규정했기 때문에 '남반부'·'북방부'·'동족'·'통일' 이런 표현을 다 삭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통일 노선 변경 저변엔 'MZ 세대'가?

그렇다면 북한이 과거부터 이어온 통일 노선을 급작스레 폐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 지도층은 북한의 MZ세대인 '장마당 세대'를 중심으로 사회 통제가 약화됐다고 판단하고, 남한은 아예 별개의 국가이므로 체제에 순응해서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김 위원장이 대한민국을 '제1적대국'으로 규정하는 조문을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교육사업 강화도 주문했는데 이는 '장마당 세대'의 사상 통제가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 MZ세대의 탈북도 증가했다. 최근 입국한 탈북민 196명의 절반 이상(99명)이 20·30세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내 MZ세대의 인식 변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지난 18일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북한 주민들이) USB나 미디어 기기를 통해서 외부 영상물을 시청하고 있고, 김정은 정권의 경제 사회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며 북한 사회가 내부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전하기도 했다.

해당 행사에 함께한 20·30세대 탈북민 영화감독 박유성 씨도 "북한에 텔레비전이 있는 가정 대부분이 한국 영화를 접했다고 볼 수 있다"며 "한류를 접한 젊은 층이 김주애를 내세운 4대 세습에 불만이 크며, 북한당국은 이들이 외부 문화를 접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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