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0대는 게시글 안 올린다…'SNS 소통' 시대의 종말 [세계 한잔]

김민정 2024. 1. 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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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한잔]은 우리 삶과 맞닿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에스프레소 한잔처럼, 진하게 우려내 한잔에 담는 중앙일보 국제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왼쪽부터 메타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앱 로고와 틱톡 앱 로고. 사진 각 사 로고 캡처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약사로 일하고 있는 카시우스 허드슨(31)은 한때 자신과 주변의 소소한 소식들을 일주일 두어번 인스타그램에 올리곤 했다. 그런데 이젠 중단한 지 오래다. 허드슨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제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행동을 하고서도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한테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스스로를 검열하고 포스팅하는 내 모습에 지쳤다"며 "어느 순간 내 삶을 지켜보는 이들(watcher)만 있고, 진짜 소통하는 이들은 없다는 걸 깨닫고 SNS를 사실상 접었다"고 털어놨다.

미국 캘리포니아 칼스배드에 사는 아이사이아 허그(24)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물을 올린 지 1년여가 지났다. 하루에 두 시간씩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를 스크롤 하면서 연예인·크리에이터의 영상을 즐기고 남들 글과 이미지를 '눈요기' 할 뿐이다.

시시콜콜 개인사를 옮기며 소통하던 네트워킹 시대가 종말을 맞았다는 외신들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SNS에서 적극적으로 콘텐트를 올리고 소통하던 이용자 상당수가 자신의 글·이미지를 올리는 대신 그저 살펴만 보면서 '끼리끼리' 소통에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미국 리서치기업 가트너가 미국 성인 2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절반(51%)이 SNS를 통한 소통을 2년 안에 접거나 제한적으로 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SNS를 등지려는 이들이 꼽은 첫 번째 이유는 'SNS의 매스 미디어화'다. SNS가 급속도로 확장된 데엔 매스미디어와 달리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소수가 생산한 콘텐트를 불특정 다수 독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신문·TV·라디오와 달리 누구나 생산해 관계 중심의 쌍방향 소통이 가능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최근 SNS는 과거 매스미디어처럼 소수 인물·기업이 제작한 콘텐트가 중심이고 다수는 관객 역할만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 창작자(크리에이터)를 보유한 대행사들이 기업과 손잡고 광고용 콘텐트를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니엘 팔테섹 오리건 주립대 연구원은 "과거 TV 리모컨으로 방송 채널을 넘나들었던 것처럼 이제는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페이스북 등에서 엄지손가락으로 페이지를 넘기며 SNS를 마치 넷플릭스를 보듯 오락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란드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도 "이제 SNS 구조는 소수의 계정이 다수가 보는 콘텐트 대부분을 생성하는 구조"라며 "SNS에 있는 다수는 이 소수의 콘텐트를 확산하고 소비하는 역할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신상 공개나 여론 재판에 대한 두려움도 한몫한다. 특히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처럼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공개할 때 자칫 보복·심판이 따를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데이터 회사 모닝컨설트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SNS 계정을 보유한 미국 성인 응답자 61%가 "게시물 올리기가 더 까다로워졌다"고 답했다.

자기 생각을 피력한 글들이 뒤늦게 사회 진출에 지장을 주는 사례도 영향을 줬다. 최근 일본 기업들에선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개인 SNS 계정을 몰래 조사하는 '뒷조사 대행 서비스'가 유행해 논란을 빚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의뢰 기업에 지원한 입사 지원자들의 이력서에 담긴 생일·출신·학교 등을 바탕으로 개인 SNS를 찾아낸 뒤 SNS 게시물을 4단계 등급으로 매겨 기업에 전달한다. 기업들은 채용 후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논리지만, 이런 조사 자체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SNS에서 적극적으로 게시글을 올리고 소통하던 때를 지나 이제는 비공개 그룹 메신저나 채팅에 특화된 '끼리끼리' 소통에 익숙해지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끼리끼리 대화가 더 낫다"


요즘 이용자들은 SNS 대신 비공개 그룹 메신저나 채팅에 특화된 '끼리끼리' 소통에 익숙해지고 있다. 관련 업체들도 이런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메타는 자사 채팅 음성 메시징 앱 메신저(Messenger)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지난해 말 텍스트, 동영상, 전화 등을 비공개로 전환해 제삼자가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완전 암호화된 서비스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메시지를 보내고 받는 사람만 해독할 수 있고, 메타조차 해독할 수 없다.
'끼리끼리' 소통에 익숙한 요즘 사용자들을 위해 인스타그램은 지난해 11월부터 '친한 친구' 기능을 탑재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은 지난해 11월 폐쇄적인 커뮤니티 기반으로 소통하고 있는 사용자들을 위해 '친한 친구' 기능을 탑재했다. 사용자는 게시물이나 릴스를 공유하기 전에 '관중'(audience) 메뉴를 클릭해 '친한 친구'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자신의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아닌, 내가 지정한 친구에게만 게시물을 공유할 수 있는 형태다.

앞서 지난 7월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는 "요즘 10대들은 피드 게시물을 거의 올리지 않는다. 고정된 게시물보다 24시간 내 사라지는 스토리, 스토리보다 다이렉트 메시지(DM)로 재미난 밈(인터넷 유행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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