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나쁜 선례"…'이재명 피습' 수사 지휘자 증인 부른 野 [현장에서]
특정 사건의 수사 지휘자가 국회 증인으로 채택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해 우철문 부산지방경찰청장과 김혁수 대테러센터장의 증인 출석 요구를 상정해 의결했다. 우 청장은 관련 사건을 직접 지휘한 책임자다. “제1야당 대표 암살 시도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인데도 경찰이 부실수사로 마무리했다”(강병원 민주당 의원)는 이유다. 두 사람은 오는 25일 행안위 전체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공정ㆍ중립이 생명인 수사에 입법부가 직접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증인 출석은 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전례가 된다면 특정 혐의로 수사를 받는 국회의원을 비호하기 위해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수사 지휘자를 증인으로 불러 몰아세울 수 있게 될 수도 있다.
특히 증인 출석은 강제성을 띈다.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도 국회는 필요에 따라 강제 구인(동행 명령)에 나설 수 있다. 허위진술의 경우 국회 고발에 따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이렇게 증인석에 앉힌 수사 지휘자에게 사건 관련 답변을 강요하면 이는 법이 금지한 피의사실 공표를 요구하는 꼴이 된다. 민주당은 그렇게 할 태세다. 16일 행안위에서 강병원 의원은 “경찰의 수사 결과를 보면 범행 동기, 공범 여부 파악과 피의자의 변명문ㆍ당적ㆍ신상정보를 모두 비공개했다”며 “중요사건의 경우 피의사실 공표 문제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수사 결과를 발표해 오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4년 전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당시 사회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만들어 국민의 알 권리를 옥죈 건 다름 아닌 당시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였다.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특정 정당이 수사에 외압을 가하려는 목적이 뚜렷해 보인다”며 “수사의 정치화, 사법의 정치화로 가는 매우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이 대표 피습사건이 축소ㆍ은폐됐다는 논리를 펴며 대대적으로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최근 서울경찰청에 대테러종합상황실 소속 공무원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죄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과도하다 보니, 여당으로부터 “민주당이 이번 총선을 피습 음모론을 무기 삼아 치르기로 작정한 모양”(윤재옥 원내대표)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정말 그럴 속내가 아니라면 민주당은 수사지휘자의 증인 채택을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 형사사법 체계마저 흔들어서야 되겠는가.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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