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기도’ 인도에 전한 저명한 목회자 눈 감다
인도의 복음주의 목회자 충탕 티에크 목사가 75세를 일기로 최근 별세했다. 티에크 목사는 한때 박해받던 한국 기독교인들이 산에 올라 했던 이른바 ‘산기도(Prayer Mountain)’를 인도에 전하는 등 한국과의 인연이 적지 않다.
기독교 단체인 인도 복음주의 연합(Evangelical Fellowship of India·EFI)은 최근 티에크 목사의 부고를 전했다. EFI는 티에크 목사가 1988년부터 2015년까지 27년간 EFI의 사무총장으로 지내며 교회 공동체에 큰 공헌을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독교매체 크리스채너티투데이도 지난 10일자 티에크 목사의 일대기를 보도했다. 티에크 목사는 마니푸르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아삼주의 한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는 네 살 때 아버지를 잃었다. 이후 티에크 목사는 마니푸르로 이주해 추라찬드푸르 외곽의 한 마을에서 고등학교에 다녔다. 그는 동물학과 수학 학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에는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 있는 유니언 성서 신학교(Union Biblical Seminary)에서 신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티에크 목사는 수학 교사로 근무하다 목회자로 진로를 틀게 됐다. 1986년 7월 11일, 그가 이끌던 청소년 캠프의 마지막 날 티에크 목사는 ‘일어나 다시 세우라’는 비전을 받았다. 이 비전은 티에크 목사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꾸었다. 그는 이 비전을 받고 제자 훈련과 복음주의 사역을 시작하게 됐다. 티에크 목사는 그날 받은 비전이 ‘후에 그들에게 이르기를 우리가 당한 곤경은 너희도 보고 있는 바라 예루살렘이 황폐하고 성문이 불탔으니 자, 예루살렘 성을 건축하여 다시 수치를 당하지 말자 하고’라는 느헤미야 2장 17절 말씀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한다.
티에크 목사의 청소년 캠프에 참여했던 동역자 파랄만리엔 마나는 “(1986년) 당시 마니푸르, 특히 추라찬드푸르의 상황은 열악했다”며 “알코올 중독은 약물 남용과 마찬가지로 이 나라의 청년들 대부분을 사로잡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청년들의 영적 상태가 깊은 구덩이에 빠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티에크 목사가 캠프에 있던 청소년들에게 메시지를 전하자 이들의 마음이 움직였다고 한다. ‘우리의 영적인 삶과 가정, 공동체는 물론이고 사회 전체를 재건하기 위해 함께하자’는 그의 메시지를 듣고, 당시 캠프에 모여 있던 200여 명의 청소년 중 115명이 나라와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결단했다. 그날 ‘느헤미야 기도단(Nehemiah Prayer Team·NPT)’이 탄생했다.
티에크 목사와 느헤미야 기도단(NPT)은 1989년 한국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한때 박해를 받던 크리스천들이 자연 속에서 하나님과 대화하며 피난처를 찾는 운동인 산기도에 대해 알게 됐다. 한국 여행에서 돌아온 티에크 목사는 한국의 산기도처럼 사람들이 기도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새 비전을 품었다. 티에크 목사의 장남 조슈아 티에크는 “아버지가 사람들이 기도할 장소를 구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고 말했다.
마침 지역 지도자가 1990년 티에크 목사에게 한 산의 소유권 일부를 넘겨줬다고 한다. 이후 산기도가 개최됐고, 지역 교인들은 기도하기 위해 이 산으로 향하게 됐다. 산기도에는 매달 4500명에서 6000명가량의 인원이 방문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산에 올라 금식하고 기도를 한다고 전해진다.
티에크 목사는 눈을 감기 전까지 사역에 힘썼다. 암 치료를 위해 떠나기 몇 주 전인 지난해 2월에도 기독교인 600명과 산기도를 열었다. 4월에는 동역자인 마나를 만나 다음 사역에 대한 비전을 나누기도 했다. 마나는 “티에크 목사님이 이 사역을 시작했고, 주님은 오늘날까지 우리를 인도해 주셨다”며 “비록 티에크 목사는 소천했지만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우리를 인도해 주실 것”이라고 했다.
최하은 인턴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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