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불안' 클린스만호, 요르단과 가까스로 무승부
[박시인 기자]
클린스만호가 요르단과 고전 끝에 간신히 무승부를 거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요르단과 2-2로 비겼다.
이로써 1승 1무(승점 4)를 기록한 한국은 골득실에서 요르단에 밀려 E조 2위를 유지했다.
▲ 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요르단과 한국의 경기. 한국이 요르단 야잔 알나이마트에게 역전골을 허용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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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손흥민-조규성이 최전방에 위치하고, 이재성-박용우-황인범-이강인이 미드필드에 포진했다. 포백은 이기제-김영권-김민재-설영우, 골문은 조현우가 지켰다. 바레인전과 비교해 골키퍼 1명만 바뀐 라인업이었다.
한국은 전반 2분 이강인의 중거리슛으로 첫 슈팅을 기록했다. 선제골은 이른시간에 찾아왔다. 전반 3분 조규성이 등을 지며 소유권을 유지한 뒤 황인범이 스루패스를 찔렀다. 이때 박스 안으로 쇄도하던 손흥민이 하다드의 태클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VAR 판독 끝에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전반 9분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파넨카 킥으로 페널티킥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손흥민은 부상으로 하차한 김승규의 유니폼을 들고 골 셀레브레이션을 선보였다.
한 골을 내준 요르단은 라인을 올리고 전방 압박을 가했다. 이에 한국은 롱패스의 빈도를 높이며, 압박을 벗어나고자 했다.
손흥민은 득점 이후에도 가벼운 몸놀림으로 많은 기회를 엮어냈다. 전반 12분 손흥민의 중거리 슈팅은 영점이 맞지 않았다. 전반 19분 이강인의 크로스를 받은 이재성이 손흥민에게 패스를 내줬다. 손흥민의 결정적인 왼발슛은 수비수 다리에 걸리며 골문을 벗어났다.
요르단도 전반 중반 점유율을 가져가면서 조금씩 슈팅 기회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현우 골키퍼는 전반 20분 박스 오른쪽에서 알타마리 기습적인 왼발슛을 선방했다. 전반 28분에도 알 마르디의 프리킥을 쳐냈다.
한국은 하프 라인 밑에서 빌드업이 매끄럽지 못하며 실수를 범했다. 선수 간의 넓은 간격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주도권을 요르단에게 빼앗기며 고전하던 한국은 결국 전반 37분 실점했다. 왼쪽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파 포스트에서 박용우가 머리를 갖다댄 공이 한국의 골문으로 들어갔다.
다시 안정을 찾은 한국은 손흥민의 프리킥과 조규성의 중거리슛으로 조금씩 흐름을 되찾았는듯 보였으나 전반 추가시간 역전을 당했다. 51분 알타마리의 슈팅이 정승현의 몸에 맞고 박스 밖으로 흘렀다. 이어 아크 정면에서 알 나이마트가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전반 종료 직전 이기제의 슈팅이 골키퍼에 막히고 리바운드된 공을 조규성이 오른발로 연결했지만 빗맞으며 아쉬움을 남겼다. 전반은 요르단의 2-1 리드로 종료됐다.
▲ 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요르단과 한국의 경기.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이 터지자 황인범과 손흥민이 기뻐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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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이기제, 박용우 대신 김태환, 홍현석을 교체투입했다. 설영우가 왼쪽 풀백으로 이동하고, 오른쪽은 김태환이 맡았다.
요르단은 후반 들어 5-4-1 포메이션을 중심으로 수비 위주의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한국은 상대 진영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한 것에 반해 효율이 크게 떨어졌다. 후반 21분 이강인의 유효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24분 이재성, 조규성 대신 정우영, 오현규를 투입해 승부수를 던졌다. 손흥민이 왼쪽, 정우영이 공격형 미드필더에 위치하는 전형이었다.
한국은 주로 왼쪽 중심의 공격을 전개했다. 양질의 크로스와 슈팅에도 좀처럼 요르단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후반 35분 왼쪽 박스 모서리 지점에서 정우영의 슈팅은 골대 위로 높게 떠올랐다. 1분 뒤에는 아크 정면에서 이강인의 왼발슛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고 말았다.
한국은 여전히 중원에서 불안감을 노출했다. 후반 40분 한국 수비 진영에서 어이없이 공을 빼앗기며 아와드에게 중거리 슈팅을 내줬다.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우던 후반 46분 한국은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왼쪽에서 손흥민이 밀어주고, 황인범의 왼발슛이 알아랍의 발에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한국은 남은 시간 역전을 위해 온힘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후반 53분 세트 피스 상황에서 홍현석의 왼발슛이 옆그물을 때리면서 역전에는 실패했다.
많은 문제 노출한 클린스만호...25일 말레이시아와 최종전
클린스만호는 지난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3-1 승리를 거뒀지만 상대 밀집 수비에 고전했다. 후반에 터진 이강인의 원맨쇼 활약이 아니었다면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요르단전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주전 골키퍼 김승규가 십자인대 부상으로 남은 아시안컵 잔여 일정에서 출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클린스만호에게 큰 전력 손실이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 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이유는 단 한 명의 부상자 없이 카타르에 입성했다는 데 있다. 그런데 황희찬, 김진수가 훈련 도중 부상으로 바레인, 요르단전에서 명단 제외됐으며, 김승규는 중도하차하는 악재를 맞았다.
한국은 극심한 수비 불안과 중원 장악력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요르단에게 후반 종료 직전까지 리드를 당했다. 후반 추가 시간 황인범의 슈팅으로 상대의 자책골을 유도해 가까스로 패배를 면한 것이 유일한 위안 거리였다.
당초 2연승을 거두고, 남은 말레이시아와의 최종전에서 로테이션을 돌리며 체력을 안배하는 플랜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물론 16강 진출 가능성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관건은 순위 싸움이다. 조1위 혹은 조2위에 따라 향후 토너먼트 운영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국은 오는 25일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2023 AFC 아시안컵 E조 2차전
(알투마마 스타디움, 카타르 도하 - 2024년 1월 20일)
요르단 2 - 박용우(자책골) 37' 알나이마트 51+'
한국 2 - 손흥민(PK) 9' 알아랍(자책골) 91+'
선수 명단
한국 4-4-2 : GK 조현우 - 설영우, 정승현, 김민재, 이기제(46'김태환) - 이강인, 박용우(46'홍현석), 황인범(94+'박진섭), 이재성(69'정우영) - 조규성(69'오현규),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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