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7일 만의 골, 동점골 기점 역할' 손흥민, 아쉬운 무승부에도 빛난 '주장의 품격'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손흥민이 빛나는 활약으로 무승부를 이끌어내며 주장의 품격을 보여줬다.

2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을 치른 한국이 요르단과 2-2 무승부를 거뒀다. 요르단은 조 1위(승점 4, 득실차 +4), 한국은 조 2위(승점 4, 득실차 +2)를 유지했다.

이날 손흥민은 조규성과 함께 선발로 나서 공격 진영에서 상대 골문을 겨냥했다. 선제골도 넣었다. 손흥민이 만들고 손흥민이 마무리했다. 전반 4분 조규성이 잘 버텨준 공을 황인범이 페널티박스 안으로 잘 넣었고, 이를 손흥민이 잡는 과정에서 수비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최초에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지만 비디오 판독(VAR) 이후 페널티킥으로 판정을 정정했다.

손흥민은 긴장되는 순간에서도 여유가 있었다. 전반 9분 페널티킥을 과감한 파넨카로 처리했다. 야지드 아불라일라 골키퍼도 속절없이 속아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은 2015 아시안컵 결승전 동점골 이후 3,277일 만에 아시안컵 득점을 만들어냈다.

세리머니로 주장으로서 품격도 보여줬다. 골을 넣고 트레이드마크인 '찰칵' 세리머니를 한 손흥민은 벤치에 들러 김승규의 유니폼을 받아들고 높이 들었다. 1차전 후 훈련 과정에서 십자인대 부상을 당한 김승규를 위로하는 의미가 담겼다.

그러나 한국은 뜨거운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선제골을 넣은 이후에는 거칠게 나오는 요르단에게 오히려 밀렸고, 전반 37분 박용우의 자책골로 동점을 허용한 데 이어 전반 추가시간 6분 알나이마트에게 역전골까지 헌납했다.

후반에도 좀처럼 경기력이 회복되지 않았다. 한국은 수비형 미드필더인 박용우를 빼고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홍현석을 투입해 공격적으로 나섰으나 요르단을 뚫어내기 버거워했다. 되레 요르단에게 날카로운 역습을 몇 차례 허용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공격진영에서 빛났다. 손흥민은 감각적인 패스로 여러 차례 동료들에게 좋은 기회를 공급했다. 후반 33분 백힐 패스로 정우영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준 게 대표적이었다. 또한 스피드 등을 활용해 좋은 드리블과 슈팅을 시도하기도 했다.

결국 손흥민이 동점골 상황에서도 빛났다. 후반 추가시간 1분 김태환이 올린 크로스가 반대편에 있는 손흥민에게 향했고, 손흥민은 침착하게 수비를 끌어들인 뒤 비어있던 황인범에게 패스를 내줬다. 황인범이 지체없이 시도한 슈팅은 상대 수비인 야잔 알아랍을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이날 한국은 우승후보라기엔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내내 점유율을 가져갔음에도 요르단의 거친 중원과 날카로운 역습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며 장기간 리드를 내주기도 했다.

손흥민은 무승부 속에서도 빛났다. 전반 과감한 파넨카로 경기 분위기를 한국에 가져오고자 했다. 후반 밀리는 상황에서도 마냥 슈팅하기보다는 침착하게 드리블과 패스를 통해 동료에게 더 좋은 기회를 공급했고, 이는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로 이어졌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