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줘' 요구에 응답한 건 김민재뿐… 수비+빌드업 막대한 비중 견뎌낸 활약, 2실점에도 빛났다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개인기량에 의존하는 '클린스만호'의 축구지만, 요르단 상대로 알아서 해준 선수는 드물었다. 한 명을 꼽는다면 김민재뿐이었다.

2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2023 카타르 아시안컵 E조 2차전을 치른 한국이 요르단과 2-2 무승부를 거뒀다. 두 팀 모두 1승 1무를 기록했고, 골득실에서 밀린 한국이 조 2위를 유지했다.

한국이 앞선 바레인전 필드 플레이어를 고스란히 투입했기 때문에 김민재를 둘러싼 환경에 큰 변화는 없었다. 김민재 왼쪽에는 레프트백 이기제, 오른쪽에는 센터백 파트너 정승현이 있었다. 앞에는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가 주로 위치했다. 김민재의 뒤를 지키는 골키퍼만 김승규의 부상 때문에 조현우로 바뀌었다.

전반전이 진행되면서 한국은 계속 흐름을 빼앗기고 2실점을 내줬는데, 김민재는 그 와중에도 고군분투했다. 상대 역습에 실점 위기를 내줬을 때 김민재가 탁월한 스피드와 반칙을 하지 않으면서 어깨로 견제하는 특유의 수비를 통해 슛 타이밍을 빼앗기도 했다. 다만 그 수비 직후에 김민재가 없는 쪽에서 실점을 내줘 빛이 바랬다.

리드를 빼앗긴 채 후반전으로 돌입하고, 박용우가 빠지며 홍현석이 들어가 한국 포진은 더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김민재의 부담은 더 커졌다.

이때부터 한국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전방으로 올라갔기 때문에 후방에서 수비 및 빌드업 부담은 센터백들이 떠안아야 했다. 특히 김민재는 자신의 무거운 짐을 거부하지 않고 온몸으로 감당했다.

요르단은 역습이 강한 팀이다. 특히 스트라이커 야잔 알나이마트는 측면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즐기며, 오른쪽 윙어 무사 알타마리는 요르단 사상 첫 프랑스 리그앙 진출 선수로 몽펠리에에서 공격 에이스 역할을 맡는다. 드리블이 좋아 '요르단 메시'라는 별명도 있다.

후반전 김민재는 요르단 역습 상황에서 속도를 붙여 덤벼드는 알타마리를 막아야 하는 상황을 맞곤 했다. 그럴 때 상대 드리블을 허락한 뒤 일대일 승부를 벌이기보다는, 아예 드리블을 제대로 시작하지 못하도록 미리 견제했다. 김민재의 특기인 한발 빠른 수비였다.

후반전 내내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수비를 했지만 김민재의 판단은 번번이 적중했다. 오히려 조직적으로 여러 명이 수비할 때보다 김민재가 수비를 알아서 해줄 때가 더 안정적이라는 건 역설적이었다.

빌드업 측면에서도 김민재는 상대 롱볼을 따내는 동시에 원터치로 앞의 미드필더에게 주는 특기를 발휘했다. 가끔은 상대 선수 2명 사이 좁은 길로 전진패스를 찔러 넣는 것도 성공했다.

특히 종료가 임박한 시점, 알타마리가 드리블로 한국 수비를 위협할 때 김민재가 발을 쓱 넣어 공을 빼내고, 공격이 안 풀리자 직접 오버래핑해 측면 깊숙이 공을 운반하며 마지막까지 가장 돋보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김민재, 이강인, 손흥민 등 '해줘'라는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선수를 여럿 갖고 있지만, 요르단전은 이들이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시스템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부담을 견뎌내고 역전 가능성을 높인 건 김민재의 수비능력 뿐이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