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왜 ‘엄마 모임’에 나가지 않을까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1. 2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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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엄마들 모임에 안 나가는 이유’ 저자 강빈맘 인터뷰
내가 엄마들 모임에 안 나가는 이유.
지난해 말부터 화제를 모은 자기계발 서적이 있다. 엄마 모임에 대해 연구한 ‘내가 엄마들 모임에 안 나가는 이유’다. 출판 직후, 각종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았다. ‘맘카페’ ‘○○맘 모임’ 등 각종 모임에 참여하는 여성들의 심리, 그리고 모임 활용법을 상세히 기록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덕분에 자기계발 분야에서 판매량 상위권을 기록했다. 책을 쓴 저자 ‘강빈맘(필명)’ 작가를 만나 책을 지은 이유와 ‘엄마 모임의 세계’에 대해서 물어봤다.

Q. 책 제목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나.

책의 제목 ‘내가 엄마들 모임에 안 나가는 이유’에는 생략된 단어가 있다. 바로 ‘불편한’이다. 엄마들 모임 중에도 불편한 모임이 있고, 만나면 서로에게 힘이 되는 모임이 있다. 구성원 개인과 구성원과의 합이 중요하다. 나와 결이 맞지 않는 모임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나간다면 결국 지나친 감정 소모와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아이와 남편에게 돌아간다. 만약 엄마들 모임으로 인해서 스트레스가 크다면 무리해서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봐주면 좋겠다.

Q. ‘여성들의 군주론’이라는 평가가 흥미롭다. 처음 글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왜 엄마들 모임에 대한 책을 냈나.

처음부터 책을 쓰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그저 아이가 등원한 후 엄마들 모임에 나가는 시간보다 혼자 운동, 독서, 공부를 하며 나 자신을 위해 보내는 시간을 SNS에 기록했을 뿐이다. 하지만 예기치 않게 공감하는 엄마들이 많았다. 엄마들 모임의 즐거움 이면에 힘든 부분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아이를 위해서 엄마들과 친분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숙제하듯 엄마들과의 관계를 맺는 사람들뿐 아니라 아이 친구 엄마들과 자주 만나기 어려운 워킹맘도 힘들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엄마들 사이에서 은근한 따돌림과 험담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엄마들이 가슴 아픈 사연을 많이 들려줬다. 상상한 것보다 훨씬 심각할 정도로 엄마들 모임 내에서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SNS에 건강한 엄마들 모임을 위해서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한 글을 시리즈로 연재했다. 또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을 위해 개인 상담도 했다. 나중에는 채팅창을 열어볼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분들이 상담을 요청하셔서 개별 상담은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

Q. 엄마 모임에 나가지 않겠다고 생각한 이유도 궁금한데.

위에서 언급했듯, 나를 불편하게 하는 감정 소모적인 모임에는 굳이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엄마 모임에 안 나갈 이유는 없다고 본다. 건강한 관계는 서로에게 이롭다. 다만 아이를 매개로 한 엄마들의 관계는 특수한 면이 있다. 아이가 엮여 있으니 왠지 더 예민한 것 같고, 서로 불편한 게 있어도 말하기 쉽지 않다. 말을 못하니 불만이 쌓여간다. 각자의 가치관과 육아관의 차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상대 엄마의 기분을 상하게 할 때도 있다.

게다가 아이들은 늘 비교의 대상이 된다. 아이들 저마다 기질도 다르고, 발달 편차도 크며 개개인이 지닌 역량도 다르다. 다른 아이를 보면서 자신의 아이와 비교하고 조바심을 느끼게 된다면 조금 거리를 두는 게 좋지 않을까? 또한 아이들끼리 안 맞아서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것 역시 거리를 둘 이유가 된다.

Q. 엄마 모임이라는 현상에 대해 자세히 분석했다. 이런 모임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생존을 위한 무리 짓기 본능에서 기인한다. 무리 짓기는 생존을 위한 인간의 본능이지만 여자들이 남자보다는 무리에 소속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원시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사회생물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강한 남자들과 무서운 짐승의 위협에서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무리를 형성하는 것일 것이다. 혼자 남겨지는 것은 곳 죽음을 의미했고 이에 대한 두려움,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한 해결책으로 여자들은 사회적 유대감을 중요한 생존 전략으로 선택했다고 가정해볼 수 있다. 이것이 유전자에 각인돼 여자들은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관계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것 같다.

엄마들 모임도 마찬가지다. 처음 아이를 키우는 일은 엄마들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연습 없이 실전으로 부딪혀야 하는 일인 동시에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도 막중한 일이다. 엄마들이 모여서 육아 정보도 공유하고 힘들 때 서로 돕는 것은 어쩌면 생존을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둘째는 외롭기 때문이다. 이제는 무리를 짓지 않아도 생존에 문제가 없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사람에게는 친밀감에 대한 욕구가 있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중 3단계인 ‘사랑과 소속의 욕구’ 말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동시에 외톨이가 되는 것에 대한 불안이 있다. 처음 아이를 낳았을 때 무인도에서 아이와 나만 존재하는 듯한 고독한 시기를 겪었다. 남편은 늦게 퇴근하고 온종일 집 안에서 아직 옹알이만 겨우 하는 아이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게 되니 외로웠다. 비슷한 처지의 육아맘들에게 서로의 존재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기쁨과 불안을 공유하면서 서로 위안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들 모임에 속한다고 해서 ‘사랑과 소속의 욕구’가 언제나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서도 소외와 배제는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Q. 엄마 모임, 엄마의 커뮤니티에 대해 사회적으로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일부는 혐오 표현도 드러낸다.

엄마들을 벌레로 묘사하는 ‘맘충’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거나 엄마들 모임을 브런치를 먹으며 수다나 떠는 무의미한 집단으로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우선, 엄마라는 입장을 특권처럼 내세워 사회 전반에 직간접적인 피해를 주는 엄마들을 폄하하는 의미인 맘충이라는 단어부터 짚고 넘어가보자. 물론 엄마들 중에도 이기적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사람 사는 곳 다 비슷하지 않나? 어느 집단이나 이기성이 짙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 있는데 이를 두고 ‘엄마’라는 존재 자체가 혐오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브런치 수다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브런치를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것만 봐도 ‘뒷담화나 하는 쓰잘데기 없는 모임’이라고 말한다. 물론 타인에 대한 험담을 하는 모임도 없을 순 없다. 하지만 사람마다 다르며 모임마다 다르다. 엄마들 모임의 일부 부정적인 면이 엄마들 모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로 확산되는 듯해 안타깝다. 책에도 그 부분에 대해서 언급했다.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Q. 엄마 모임을 현명하게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엄마들의 관계는 인간관계 최상의 난이도에 속하는 관계라는 말이 있다. 이런 관계를 현명하게 활용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단한 자존감을 갖고 성숙한 태도로 관계를 맺는 것이다. 자존감이 단단하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성숙한 사람은 다름을 존중할 줄 안다. 서로의 가치관이 달라도 존중해줄 수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있으면 갈등이 생길 소지가 적다. 대화를 할 때 자신과 의견이 달라도 비난하지 않고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며 관심을 가진다. 불편한 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해 우회적으로 표현할 줄 안다. 각자가 가진 다양함을 존중하고 배울 점은 배운다. 다른 사람의 단점도 수용하고 포용할 줄 안다. 이런 자세로 엄마들 모임에 나간다면 아이에게도 사회성의 훌륭한 본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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