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유명무실하게... 대통령 레임덕 왔나 싶었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영광 2024. 1. 2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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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이영광 기자]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1.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30년 된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하겠다는 것이다(관련 기사: 윤석열 대통령의 위험한 정치 "재건축 규제 확 풀어" https://omn.kr/271gb). 지금까지와 달리 이제부터 30년 넘으면 안전진단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 들린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1.10 부동산 대책을 평가해 보고자 지난 17일 서울 용산역에서 전문가인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을 만났다. 다음은 최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이해 없이, 무성의하게 만든 정책... 총선용이라 보여"
 
▲ 윤석열 대통령, 1기 신도시 노후 아파트 단지 현장점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송마을 5단지를 방문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입주자 대표,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대표 등 주민들과 함께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 부동산 대책을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했잖아요, 총평은 어떠세요?
"딱 드는 느낌은 레임덕이 벌써 왔나 싶었어요. 공무원들이 굉장히 무성의하게 정책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총평이에요. 정책이 상당히 뜬구름이죠. 정책을 만들려면 굉장히 정성 들여서 만들어 넣는 정책이 있고 그냥 던지는 정책이 있잖아요. 후자의 정책들이 많아요. 어차피 실행될 거로 생각하지 않고 막 던진 것 같아요."

- 집권 3년 차인데 왜 그럴까요?
"정책이 잘 나오려면 기본적으로 공무원들도 열심히 일해야 되고 LH공사 같은 데서도 열심히 일해야잖아요. 근데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은 결과 이런 정책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

- 문재인 정부 때와 비교해 보면 어때요? 그때도 말이 많았잖아요.
"그래도 당시엔 정책 보고 '이런 걸 내가 읽고 있어야 되나'라고 자괴감이 들었던 적은 없어요. 그러나 저와 생각이 다르다는 걸 감안해도 이 정책은 자괴감 많이 들어요. 이 사람들이 어차피 할 생각도 진지하게 하지 않고 낸 정책인데 내가 왜 이렇게 정독하고 논평을 해야 하냐는 생각이 정말 들 정도예요."

- 가장 문제는 뭐라고 보세요?
"일단 재건축 재개발에 대한 이해도 없이 정책이 만들어져 있는 거죠. 지금 왜 재건축이 안 되고 있냐면 그건 사업성이 안 나오고 분담금이 너무 높기 때문이거든요. 지금 조합과 조합원 간의 갈등도 많아지는 게 알고 보니 몇억 원씩 분담금 내야 되는 상황이란 말이에요. 건축비가 높아지니 안 그래도 많았던 분담금이 더 올라가는 거죠. 이윤을 추구하는 재개발, 재건축은 사업성이 핵심 문제인데 여기에는 지금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잖아요. 안전진단을 없애는 것도 아닌 것이, 원래는 안전진단을 받아야 구역 지정하고 그다음 단계로 가던 걸 (순서를) 흐트러뜨린 거예요."

- 안전진단 안 해도 된다는 게 아닌가요?
"안전진단을 안 해도 된다는 게 아니라 그 순서를 바꾼 거죠. 안전진단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겠죠. 지금은 구조 안전진단 같은 게 굉장히 중요한데 그런 걸 유명무실하게 만들겠지만, 안전진단을 안 한다는 게 아니고 원래 안전진단 뒤 구역 지정하고 조합 추진위 결성 단계적으로 되던 걸 얘를 그냥 짬뽕을 해놓는 거죠."

- 그럼, 안전진단은 통과의례인가요?
"이런 걸로 혜택을 받는 지역은 굉장히 제한적일 거예요. 서울 강남 주택 가격이 높은 데일 거거든요. 이번 발표에서 계속 국민, 시민 이렇게 호명하고 있지만 이런 대책으로 이익을 보는 지역과 사람은 한정적이거든요."

- 마치 지지자들 보고 한 정책 같네요?
"총선용이라고 봐야죠. 안전진단이라는 건 꼭 필요한 거죠. 재건축할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 이 아파트 그냥 계속 살아도 되는지를 사회적으로 정하는 절차였죠. 집이라는 게 만드는 게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상품이잖아요. 원래 있던 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 방식은 자본도 많이 들어가지만, 갈등도 많아서 사회적 비용도 많이 들어가요.

우리가 이걸 계속 써도 되는지 안 되는지 정하는 절차가 안전진단인데, 30년만 되면 무조건 재건축 추진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거거든요. 어차피 서울, 강남, 수도권 일부 지역, 부산과 대구 등 대도시의 일부 지역 아니면 재개발, 재건축은 사업성이 없어서 추진이 안 되거든요. 안전진단 때문에 못 하는 게 아닌 사업성이 안 나와서 개발을 못하는 비수도권의 노후 주택들은 어떻게 될까요?"

- 낭비가 아닐까요?
"엄청나게 낭비죠. 기후 위기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지구 공동체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을까요?"

"'세금 깎아줄 테니 돈 없어도 집 사세요'란 얘기"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 이영광
 
- 재개발·재건축 이유는 수리 기술 부족 탓인지, 아니면 합리적 이유가 있는 건가요?
"30년 만에 해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죠. 왜냐하면 지금 아파트는 50년 100년 가는 거예요. 구조물이 지금 고속버스터미널 앞에 있는 반포 주공아파트도 1970년대에 지었으니까 50년 썼잖아요. 그럼 그 이후에 지은 아파트들은 그것보다 못 지어서 30만 년만 있으면 무조건 다 건축을 해야 하나요? 그렇지 않죠. 30년 기간 자체가 중요한 기준이 될 수는 없죠. 원래 30년이 된 단지 중 안전과 생활에 불편한 문제가 있으면 재건축하자는 거였거든요. 하나의 허들이 더 있었던 거죠. 

지금 재건축뿐 아니라 재개발도 문제예요. 재개발도 동의율을 낮추겠다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촉진 지구에서는 노후 주택 비율을 60%였던 걸 50%로 낮춘다는 거예요. 근데 그건 거꾸로 생각해 보면 50%가 신축 주택이어도 집 새로 짓는다는 거거든요. 더 심각하죠. 서울에서 도심 복합 사업은 새 집도 부수고 아파트로 짓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걸 가속화시키겠다는 거잖아요."

- 살다 보면 녹물이 나온다든지 콘크리트에 금 간다든지 하는 게 있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안전진단 하는 거잖아요. 새로 짓는 것밖에 방법 없다면 재개발 재건축 하는 거죠. 녹물만 문제라면 설비를 다시 하면 되잖아요. 그런 기술은 얼마든지 있는 거고 관련 사업도 많이 있죠. 안전 진단과 규제를 얼마나 완화해서 유명무실하게 만들지 모르겠지만 박근혜 정부 때 생각해 보면 구조 진단의 점수를 굉장히 낮추겠죠."

- 용적률도 높이겠다는 건데.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로 하는데 그러면 주거 환경도 엄청 악화될 거예요. 저희 집 앞에도 산이 있고 새로 짓는 아파트들이 있는데 그게 용적률 230% 정도인데, 산을 가릴까 봐 막 조마조마했거든요. 용적률을 그렇게 높이면 결국에는 산을 다 가릴 정도로 올라가게 되는 거죠. 용적률이라는 건 아파트가 사실은 공공의 것이라는 생각이 도시 계획적으로 맞는 건데 그런 생각이 너무 없는 것 같아요."

- 도심 내 다양한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소형 주택의 구입 부담을 낮추기 위해 종부세·양도세·취득세에서 소형 신축 주택의 주택 수 제외를 추진하는 건 어떻게 보세요?
"그것도 정말 심각하게 보죠. 앞으로 빼겠다는 거잖아요. 근데 그게 건축왕, 빌라왕 전세 사기친 사람들이 그렇게 했던 거거든요. 취득세 등을 부과할 때도 1천~2천 채씩 샀는데. 이건 주택 수 제한이 전혀 없잖아요. 전세 사기가 생산되는 구조를 그대로 다 담고 있어요. 피해자분들이 답답해하는 것 중 하나가 전세 사기범들이 몇천 채씩 사들이는 동안 정부는 무얼 했냐는 건데, 이번 대책에서 정부가 그런 걸 행위를 세금 감면 통해 권장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 윤 대통령 측은 이전 정부가 다주택자를 너무 악마화 했다는 건데.
"집 많이 가진 사람들 악마화하는 게 아니라, 이런 식이면 그걸 가질 능력이 부족한 사람, 전세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가지게 되잖아요. 다주택자에게 중과되는 취득세도 못 낼 정도의 경제 능력인 사람이 집을 여러 채 갖게 되면 어떤 문제가 벌어지는지 지난해 내내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 사기가 똑똑히 보여줬잖아요. 근데 그 문제 불러일으키는 모든 게 다 들어가 있단 말이에요. 건축왕을 만들어냈던 취득세, 등록세 중과하지 않으니까 거래 비용이 낮아져 집을 몇 채라도 살 수 있죠. 그 사람이 결국 사고 내면 세입자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가잖아요. 악마화 하는 게 아니라 그런 사람은 악마죠."

- 전세 사기는 임대차3법 때문이란 게 국민의힘 측 이야기인데.
"전세가가 오르는 전세대란도 임대차3법 탓이고, 전세가가 떨어져서 문제가 되는 전세 사기도 임대차3법 때문이라는 주장인데,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임대차 3법 중의 하나가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이고 그 내용은 주택 가격과 전월세 가격 신고를 제대로 하자는 거거든요. 제대로 된 정보 없이 어떻게 전세 사기를 막을 수 있겠어요? 주택 가격 신고는 2006년에 의무화돼 있었고, 임대차3법이 개정되면서 전월세 신고가 의무화됐어요. 그건 전세 사기를 막을 수 있는 굉장히 강력한 수단이죠. 원래 과태료 매겨야 되는데 윤석열 정부에서 계속 과태료 부과를 유예하고 있어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냐면 아파트가 2억 원짜리인데 3억 전세인 허위신고가 한 달에도 200세대 정도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수십 건이 등록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그런 것들에 대한 해결 장치는 전혀 없어요. 

지금 나오는 정책 중 하나가 아파트 말고 비아파트 부문에 규제 완화하겠다는 거잖아요. 제가 계속 전세 사기 얘기를 하는 건 그런 주택들이 지금 다 사기가 발생한 집들이기 때문이에요. 처음에 땅값의 10%를 가지고 사업 해야 되는데 지금 5%만 가지고 할 수 있게 하겠다고 규제 완화를 해요. 그 사람들이 지금 다 전세 사기 발생시킨 사람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그걸 더 강화하겠다는 얘기만 하는 거거든요. '세금 깎아줄 테니까 돈 없어도 집 사세요'란 거고, '돈 없어도 돈 빌려서 집 지으세요.'라는 거죠. 근데 그러면 결국 그게 전세 사기가 되는 거예요."

- 이번에 건설사에 대한 대책도 나온 거 같던데.
"제가 제일 열받았던 것 중의 하나는 지금 전세 사기 관련해서는 계속 요구했던 게 기금 같은 걸 만들어서 정부가 먼저 보증금의 최소한이라도 지불하고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으로 세입자들에게 최소 구제책을 마련해 달라는 거예요. 그거 다 하면 추산해 보면 1만 가구일 때 한 1조 2천억 원이면 보증금 100% 돌려줄 수 있어요. 근데 그렇게 요구하는 게 아니거든요. 이 피해자들은 일부라도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하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여기에서는 2조 2천억 원짜리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기금 만들어서 하겠다는 얘기가 너무 많아요. PF라는 게 사업성 없는 걸 사업해서 이렇게 문제가 되는 거잖아요. 부실 사업장이 된 건데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돈을 몇십조 넘게 부으면서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어요. 자기들도 미안하니까 대책에 언급은 있지만 거의 있으나 마나 한 정책이죠."

- 공공주택을 당초 12.5만 호에서 14만 호로 확대하겠다는 건 어떻게 보세요?
"사실 문 정부에서는 공공주택 20만 호 이상 공급했거든요. 그러니까 이건 줄인 거예요. 물량을 많이 줄인 거죠. 공급 부족해서 주택 가격 높였다고 하면서 이번 정부는 그 정도도 공급할 능력이 없어요. 3기 신도시 지금 문 정부에서 발표한 것조차 제대로 추진 안 하면서 '빨리할게' 말만 하고 있잖아요. 신뢰가 안 가는 게 지금까지 보여준 게 없어요. 지금 문 정부 때 2018년 19년에 지정된 3기 신도시도 제대로 진척이 안 되고 있죠.

제가 맨 처음에 '아무도 일 안 하는 것 같다. LH공사도 일 안 하고 공무원들도 일 안 한 것 같다'고 했는데, 3기 신도시도 이렇게 진척이 없고 2020년에 발표한 영등포 쪽방촌 개발, 동자동 쪽방촌 개발도 아무것도 진행이 안 되고 있어요. 정부는 매번 빨리하겠다는 말만 하고 있고, 실천은 보여주고 있지 못해요."

- 분양 주택과 임대주택 차이가 나는 것도 문제 아닌가요?
"그건 공공임대주택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라고 생각해요. 제주도 서귀포시의 LH에서 공급한 임대인 3단지와 분양인 4단지를 가 보잖아요? 임대주택이 훨씬 더 잘 관리되고 있어요. 공공임대주택에 저소득층들이 많이 사시잖아요. 저소득층 사는 민간임대주택 얼마나 열악한지 생각해 보세요. 그 열악한 민간임대주택에 사는 분들은 공공임대주택에 너무 들어가서 살고 싶어 하시죠."

- 관건은 1·10 대책이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같거든요, 어떻게 전망하세요?
"지금 거의 영향을 주고 있지 않은 걸로 나타나고 있잖아요. 이게 문제는, 당장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경기가 활성화될 때 나중에 문제가 되는 거거든요. 박근혜, 이명박 정부 때의 규제 완화가 결국 문재인 정부 때 터지잖아요."

덧붙이는 글 | '전북의소리'에도 중복게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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