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임효준 금메달 본 주재희… 6년 뒤 같은 곳에서 청소년올림픽 금메달
주재희(18·한광고)가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 한국 선수단 첫 메달리스트가 됐다. 6년 전 임효준의 금빛 레이스를 지켜본 그 곳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재희는 20일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24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21초906으로 장진저(중국·2분22초095)를 0.189초 차로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정재희는 한국 선수단에 첫 번째 메달을 안겼다. 김유성(17·한광고)은 2분22초148의 기록으로 3위에 올랐다. 정재희는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져 기뻤는데, 감정을 억눌렀다"고 했다.
한국은 역대 청소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압도적인 강세를 보였다. 2012 인스부르크 대회에서 금메달 4개, 2016 릴레함메르 대회에서 금메달 3개, 2020 로잔 대회에서 금메달 4개 등 역대 금메달 15개 중 11개를 휩쓸었다. 주재희가 선전을 펼치면서 이번 대회에서도 금맥을 이어갔다. 지난 대회까지는 쇼트트랙 1500m가 없었고, 주재희가 초대 챔피언이 됐다.
준준결승과 준결승을 모두 1위로 여유있게 통과한 주재희는 김유성과 함께 나란히 결승에 출전했다. 장진저와 장바오(중국)가 나란히 선두 그룹을 형성하자 주재희는 꾸준하게 견제를 했다. 중국 선수들의 뒤에서 달리던 주재희는 피치를 올려 아웃코스에서 장바오를 추월했다. 이어 안쪽을 파고들어 장진저까지 제쳤다. 선두로 나선 주재희는 마지막 바퀴에서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1위로 골인했다.
주재희는 "장거리 전문이라 체력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며 "많이 힘들었지만 1등을 하니 기쁨이 두 배로 온다. 부담감도 큰 대회였지만 응원이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하니 더 많은 힘이 났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여자부 1500m 경기가 남자 선수들에게도 교훈이 됐다. 중국의 양징루는 경기 초반 치고나가 다른 선수들을 한 바퀴 제치면서 여유있게 금메달을 땄다. 선두 기준으로 울리는 마지막 바퀴 종소리를 혼동한 정재희(17·한강중)는 바퀴 수를 착각하며 7위에 그쳤다.
주재희는 "여자 선수들이 뒤처지는 실력이 아닌데 그런 결과가 나왔다. 한국이 아직 쇼트트랙을 잘 한다는 것을 관람 오신 팬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어서 더 열심히 탔다"고 중국은 남자 결승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썼지만 주재희가 멋지게 극복했다. 주재희는 "중국이 작전을 잘 짰다. 그래도 쇼트트랙은 한국 아니냐"며 웃었다.
강릉 아이스아레나는 2018 평창올림픽 쇼트트랙과 피겨 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경기장이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주재희는 임효준(중국명 린샤오쥔)의 남자 1500m 금메달 경기를 아이스아레나에서 지켜봤다. 주재희는 "그때 임효준 선수의 세리머니가 인상적이었다. 마침 장소도, 종목도 똑같았는데 1등 기회가 와서 나도 따라해봤다"고 했다.
21일엔 개인전인 500m와 1000m가 열린다. 24일엔 혼성 계주가 치러진다. 주재희는 최대 4개의 금메달에 도전할 수 있다. 역대 청소년올림픽에서 2관왕은 여러 명 탄생했지만, 3관왕에 오른 선수는 없었다. 주재희는 "목표는 언제나 크게 가지라고 배웠기 때문에 금메달 4개로 잡겠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기분이 상하거나 컨디션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중위권을 유지하면서 치열하게 다투던 김유성은 슈아이 션 복시옹(미국)과 장바오를 제치고 3위로 들어왔다. 김유성은 "이틀 전에 감기가 걸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최선을 다한 결과가 동메달인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몸 관리를 잘 해서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한 정재희는 "초반부터 치고 나가는 작전을 예상은 했는데, 영상으로만 접했기 때문에 실제로 겪으니 당황했다. 체력을 아끼기 위해 기다리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퀴수 숫자가 1등 기준인데 착각했다. 이번 대회가 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강릉=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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