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연가’ 윤경아 작가, 몰입도 높이는 ‘성장’ 서사 [작가 리와인드(110)]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2003년 KBS 단막극 ‘윌리엄을 위하여’로 데뷔한 윤경아 작가는 이후 ‘공부의 신’, ‘브레인’, ‘메디컬 탑팀’, ‘부탁해요 엄마’, ‘열여덟의 순간’, ‘오! 삼광빌라’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하며 내공을 쌓았다.
의학 드라마 ‘브레인’, ‘메디컬 탑팀’부터 주말드라마 ‘오! 삼광빌라’까지. 넓은 장르 스펙트럼을 보여준 윤 작가는 ‘환상연가’를 통해선 사극에 도전 중이다. 상반된 두 인격을 가진 남자와 그 남자를 사랑한 여자, 풋풋한 사랑과 지독한 집착을 넘나드는 이야기로 판타지, 로맨스, 사극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고 있다.
◆ 넓은 장르 스펙트럼 속…‘성장 서사’로 형성하는 공감대
문제아들의 명문대에 가기 위한 고군분투를 그린 드라마 ‘공부의 신’으로 첫 장편 드라마 데뷔를 한 윤 작가는 당시 10대들의 성장 서사를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담아내며 단번에 흥행에 성공했다.
삶의 목표 없이 방황하던 10대 학생들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각성하고, 이후 갖은 노력 끝에 대학 진학에 성공하는 특별할 것 없는 전개였지만, 각 캐릭터들의 풍부한 서사로 이 과정을 납득 가능하게 그려내면서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었다.
아무런 목표 없이 살았지만, 홀로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 앞에서만큼은 다정하고, 또 듬직한 황백현(유승호 분)을 필두로, 노력은 하지만, 성적이 오르지 않아 고민인 김풀잎(고아성 분), 귀여운 백현 껌딱지 나현정(지현 분)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보는 재미가 있었다. 나름의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이 사랑과 우정을 나누며 성장하는 과정이 다소 비현실적이기도 했지만, 이들의 풋풋함과 열정으로 빈틈을 채우며 흥미를 유지했다.
현실주의자였던 강석호(김수로 분)가 특별한 학생들을 만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과정이나, 열혈 교사 한수정(배두나 분)의 진심 가득한 고군분투 등 ‘성장’에 초점을 맞춘 청소년 드라마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캐릭터들이 모두 등장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를 충실하게 담아내며 ‘알고 봐도’ 재밌는 청소년 드라마의 매력을 ‘잘’ 전달한 것이 핵심이었다.
‘브레인’ 또한 여느 의학 드라마와는 결이 조금 달랐다. 성공에 대한 강한 욕망을 지닌 뇌 질환 전문 신경외과 의사 이강훈(신하균 분)이 진정한 멘토를 만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로, 주인공 이강훈이 인간적인 면모를 찾아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 시청자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병원 내 권력 암투를 통해 긴장감을 유발하는 한편, 실력은 있지만 환자에 대한 ‘진심’은 빠져있었던 이강훈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뛰어난 실력의 선배 의사 이강훈을 좋아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올바른 의사의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하는 윤지혜(최정원 분), 환자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빛나는 김상철 교수(정진영 분)부터 동기 이강훈보다 부족한 실력을 인정할 줄 아는 서준석(조동혁 분), 그리고 권력욕에 눈이 멀어 이강훈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고재학 과장(이성민 분) 등 병원 내 다양한 인간군상을 통해 ‘브레인’만의 메시지를 뚝심 있게 전달하며 ‘웰메이드’라는 호평을 받았었다.
배우 박지훈, 홍예지 등 신인들이 나선 ‘환상연가’ 또한 판타지 로맨스 사극의 재미 이면에 주인공들의 성장 서사를 통해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상반된 두 인격을 오가는 사조 현(박지훈 분)과 복수를 위해 자객이 된 연월(홍예지 분)의 서사 또한 흥미롭지만, 서로에게 빠져들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 남기는 여운이 깊다.
여러 장르를 섭렵하면서도, 우리 주변 어디에 있을 법한 인물들의 성장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면서 공감의 발판을 마련 중인 윤 작가가 ‘환상연가’를 통해선 어떤 메시지를 남길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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