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만들어간 사람들 [고려거란전쟁②]
아수라장인 전장에서 수많은 병사들이 백병전을 벌이던 1019년 귀주. 당시 고려의 최신 무기였던 검차들이 빼곡히 늘어서있다. 30만 대군에 다다르는 거란의 위세는 대단하다. 경갑 기병을 뒤로한 병사들이 돌진하는 가운데 고려군은 검차로 진을 치고 근거리 무기까지 들어 거란군과 맞선다.
KBS2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은 영화를 방불케 하는 전쟁 장면으로 서막을 올린다. 제목부터 고려와 거란이 맞붙은 전쟁을 정조준하는 이 드라마는 철저한 고증과 화려한 영상미로 치열했던 당대 고려의 분투를 다룬다. 앞서 양규(지승현) 등이 활약한 흥화진 전투와 애전 전투 등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리며 인기몰이 중이다.
고증부터 특수효과까지… 전쟁만큼 치열한 뒷이야기
‘고려거란전쟁’에는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투영됐다. 대하사극인 만큼 역사 고증은 철저히 이뤄졌다. 작품을 연출한 전우성 감독은 3년 전부터 ‘고려거란전쟁’ 기획을 시작했다고 한다. 철저한 역사 고증을 위해 고려사에 정통한 학자들을 만나는 것은 물론, KBS2 ‘정도전’·‘징비록’ 등을 자문한 조경란 박사의 검수를 거쳐 당대 모습들을 살렸다. “중요한 기록은 충실히 담되 극적 이야기로 각색”(전우성 감독)했다는 설명이다.
전쟁 신은 ‘임진왜란 1592’를 연출한 김한솔 감독이 전담했다. 실제 국궁을 제작해 국궁사법으로 활을 쏘는 등 사소한 부분까지 공을 들였다. 김 감독은 쿠키뉴스에 “활을 쏘는 ‘깍지’ 활용법이나 활·화살 패용 역시 전문가를 초빙해 상세히 고증했다”고 설명했다. 장대한 규모의 전투 장면은 디지털 크라우드 등 ICT 기술을 접목했다. 야외 특수스튜디오에서 배우 20여명의 모습들을 먼저 촬영, 이를 컴퓨터 그래픽(CG)을 통해 대규모 병력으로 불리는 식이다. 배우들에게는 전투 장면을 촬영하기 전부터 영화 현장처럼 그림 콘티(촬영용 연출 대본)와 영상, 예상 모습을 담은 애니메이션을 보여줬다고 한다. 산성 전투는 KBS 특수 영상팀을 투입해 실제 존재하지 않는 성곽을 CG 기술로 연장해 구현했다. 3000명 고려군이 40만명에 달하는 거란 대군을 물리친 흥화진 전투 역시 실제 산성에서 촬영 후 CG를 입혀 완성했다.
몽골서 갑옷 공수, 손가락 하나하나 분장… 열연 비화
배우들의 호연 역시 ‘고려거란전쟁’의 재미 요소다. 사극으론 이미 정평이 난 강감찬 역 최수종을 비롯해 혼란스러운 정국을 이끄는 현종 역 김동준, 양규 장군 역 지승현, 거란군을 연기한 소배압 역 김준배와 야율융서 역 김혁 등 배우들의 노고가 몰입을 이끈다. 외형 고증도 돋보인다. 극 중 거란 장군들을 연기하는 김준배와 김혁은 분장과 의상 착용만 1~2시간이 걸릴 정도다. 김 감독은 “거란군의 의상은 몽골 전통의상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몽골에서 직접 제작했다”고 귀띔했다. 주인공의 적인만큼 더 강하고 멋있게 보이고자 대사와 연기 톤까지 세세히 신경 썼다. 김 감독은 “몽골어 선생님과 수업을 통해 사실성을 살리려 노력했다”고 했다.
역사 공부에도 열을 올렸다. 대중에 비교적 덜 친숙하던 현종과 양규를 연기한 김동준과 지승현이 대표적이다. 김동준은 드라마 홍보사를 통해 “진정한 왕으로 나아가는 현종을 구현하기 위해 감독과 대사·시선·손짓 하나하나 이야기하고 고민하며 촬영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승현은 촬영 전 양규의 업적부터 공부하고 그가 어떤 인물일지를 고민했다. 최근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지승현은 “승리를 향한 고집,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성격과 그에 어울리는 말투를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했다. 승마와 활쏘기는 촬영 두 달 전부터 시작해 틈틈이 연습했다. 가벼운 촬영용 활과 각궁 활도 따로 제작해 계속 소지하며 손에 익혔다. 거친 전장에서 부르튼 손가락까지도 분장을 거쳤다. 지승현은 “배우뿐 아니라 분장팀과 CG팀, 감독님 등 많은 분의 숨은 공이 담긴 작품”이라고 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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