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시행 D-8…유예 연장 키 쥔 野, '산안청 설립' 요구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확대 적용 시일이 7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소기업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당장 오는 27일 예고된 법 시행을 멈추려면 25일 본회의에서 야당의 협조를 받아 중처법 적용 유예를 위한 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하는데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 설립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여야 간 이견이 커지고 있어서다.
앞서 중처법 적용 유예 논의 전제조건으로 ▶법 유예 시 대안 마련 ▶2년 후 법 적용 약속 ▶정부 공식 사과 등 세 가지 조건을 요구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다시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 설립 ▶산업재해예방 직접 예산 1조2000억→2조원 상향이라는 구체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당정이 지난달 27일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 대책’을 발표했지만, 내용이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野, 文 정부 때 무산됐던 '산안청' 설립 요구
산안청은 민주당이 집권당이었던 문재인 정부 당시 설립을 추진하다가 무산된 조직이다. 김영주 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있던 2018년, 장관 자문기구에서 산업재해를 전담하는 기구인 산안청 설치를 권고했고, 이듬해 4월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설립 검토에 합의했다. 국회로 돌아간 김 의원이 2020년 7월 산안청 설치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처벌 위주의 정책 기조 확대 우려와 부처 간 이견 조율 실패 등으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대신 2021년 7월 고용부의 산재예방보상정책국이 산업안전보건본부로 승격되면서 인력과 업무가 확대됐다.
한때 무산됐던 산안청을 다시 들고나온 민주당을 두고 국민의힘은 난색을 표했다. 19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요구에 모두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화답한 것 아닌가”라며 “거시적 안목으로 국가 경제와 국민 일자리를 살펴야 하는 정부의 입장도 헤아려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업계에선 자칫하면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미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청이 만들어지면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는 것밖에 더 되냐”고 지적했다. 또 “중처법은 규제뿐 아니라 지원과 예방이 병행돼야 하는데 고용부에서 따로 떼어 새로운 청이 만들어질 경우 이 부분이 소홀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야당 협조 없이는 법 시행 유예 불가
만약 민주당이 끝까지 개정안에 합의해주지 않을 경우 법 시행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일각에선 정부가 계도기간을 두어 시간을 끌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고용부 관계자는 “중처법은 계도기간이 있어도 처벌을 막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보통 계도기간에는 정부가 적극적인 감시를 하지 않음으로써 처벌을 유예할 수 있는데 중처법의 경우 사업장에서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해 처벌을 피할 수 없어서다.
당정은 민주당을 향해 전향적인 태도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50인 미만 중소기업 대표를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한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만, 법의 목적은 ‘중대재해 예방’”이라며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가 큰 만큼 국회에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해 신속하게 처리해주시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중처법은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을 처벌(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5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50인 미만 사업장(공사금액 50억 미만)'에 대해선 3년간의 유예 기간을 둬 오는 27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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