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의 모범 된 대릴 먼로, 아름다운 이별

이준목 2024. 1. 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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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로와 정관장 3시즌 동행... KBL 외국인 선수의 모범으로 손색없어

[이준목 기자]

프로농구 외국인 선수 대릴 먼로가 소속팀 안양 정관장과 아름다운 이별을 고했다.

정관장 구단은 1월 19일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오늘은 안양 정관장 레드부스터스의 명예 캡틴 대릴 먼로 선수와 함께하는 마지막 날입니다. 세 시즌 동안 팀의 주역으로 함께하며 좋은 추억을 함께 한 먼로 선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먼로 선수가 안양에서 보여준 열정 잊지 않겠습니다"라며 작별 소식을 알렸다.

정관장은 이날 오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안양 팬들과 함께 먼로를 위한 고별식을 마련했다. 정관장은 31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한 로버트 카터의 맹활약을 앞세워 삼성을 86-77로 제압하고 3연패를 탈출하며 떠나는 먼로를 위한 작별선물을 남겼다. 정관장 선수들은 승리 직후 사복을 입은 채로 경기를 지켜보던 먼로에게 다가가 함께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경기 종료 후 먼로가 등장했다. 구단은 먼로를 위한 헌정 영상을 준비하며 먼로가 그동안 정관장에서 보여준 활약상을 기렸다. '명예 캡틴'이라는 이름으로 특별 제작한 기념 유니폼도 선물했다. 먼로는 팀 관계자와 코칭스태프, 동료들,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팬들은 먼로의 이름을 연호하자 먼로는 양손을 번쩍 들어 화답하며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미국 출신의 먼로는 조지 메이슨대를 졸업하고 네덜란드와 프랑스, 이탈리아, 튀르키예 등 주로 유럽에서 선수생활을 보내다가 지난 2018년 고양 오리온에 자유계약으로 입단하며 한국농구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먼로는 2018-2019시즌 오리온에서 몸담아 47경기 출전 19.38득점 11.8리바운드 5.4어시스트라는 훌륭한 기록을 남기며 팀을 6강플레이오프로 이끌었고, 트리플더블을 4번이나 기록할 만큼 다방면에서 재능을 발휘했다.

이후 재계약에 실패하여 유럽으로 돌아갔던 먼로는 2021-22시즌 안양 정관장(당시는 인삼공사)와 계약을 맺으며 2년 만에 다시 KBL 무대로 컴백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먼로는 정관장에서는 오마리 스펠맨을 보좌하는 2옵션 외국인 선수로 위상이 바뀌었지만 출전시간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팀에 헌신했다.

먼로와 정관장은 3시즌 동안 동행하며 영광의 시간을 함께 했다. 2021-2022시즌은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2022-2023시즌은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먼로가 정관장에서 보여준 팀공헌도와 위상은 눈에 보이는 성적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먼로는 많은 나이와 빅맨으로는 작은 체격조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농구지능과 패스센스, 이타적인 플레이스타일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효율적인 농구에 능한 선수였다. 멘탈 문제와 잔부상이 잦던 스팰맨을 뒷받침하며 그가 자리를 비웠을때는 먼로가 공백을 메우며 '게임체인저'로 활약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먼로는 외국인 선수임에도 뛰어난 리더십으로 정관장 선수단의 분위기를 이끌 수 있는 베테랑이었다. 친화력이 좋고 성실한 인품의 먼로는 국내 선수들과의 관계도 좋았고 플레잉코치처럼 농구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 시즌 통합우승 이후 오세근-양희종-문성곤-변준형-스펠맨 등 우승주역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하나둘씩 팀을 떠나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팀을 지탱해 준 버팀목이 바로 먼로였다. 시즌 초반 스팰맨의 부상공백을 메우느라 외국인 선수로는 홀로 버텨야 했던 경기도 많았다. 정관장이 시즌 초반 한때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칠수 있었던 것도 먼로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노장이 된 먼로에게 지나친 과부하는 결국 독이 되어 돌아왔다. 먼로는 최근 햄스트링 부상악화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정관장은 먼로에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간의 팀공헌도를 고려하여 교체를 망설였지만, 먼로의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며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하에 결국 대체선수를 발탁하기로 결정했다.

결과론적이지만 정관장이 스펠맨을 일찍 방출했더라면 상황은 전혀 달라질 수 있었다. 정관장은 시즌 초반에 스펠맨 없이도 먼로와 일시대체선수 듀반 맥스웰만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스펠맨이 복귀하면서 오히려 연패의 늪에 빠지며 성적이 급락했고 부상자도 속출했다. 스팰맨의 태업과 부진이 아니었다면 먼로 역시 과부하가 걸려서 부상을 당하는 일도 없었을테니 정관장으로서는 잘못 끼운 첫 단추가 두고두고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비록 팀을 떠나게 된 것은 마찬가지만, 초라하게 퇴출된 스펠맨과는 달리 먼로의 품격있는 퇴장은 그가 정관장에 헌신한 지난 3년 간의 시간이 헛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먼로는 "비록 팀을 떠나지만 은퇴한 것은 아니기에 몸상태가 회복되면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외국인 선수나 노장이라고 해도 팀과 팬을 위하여 헌신하고 진정성을 보여준 선수는 '레전드'로서 충분히 예우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먼로는 KBL 외국인 선수의 모범으로 기억되기에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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