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이 대동단결 해 골리앗 무너트린 주식 '실화'
[장혜령 기자]
▲ 영화 <덤 머니> 스틸컷 |
ⓒ 그린나래미디어(주) |
2021년 미국에서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소수의 단결이 거대한 자본을 제친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건'이 일어난 것인데, 대형 헤지펀드사의 대규모 공매도 투자를 상대로 개인 투자자들이 뜻을 모았고, 게임스탑 주가를 폭등시켰다. 제목 '덤 머니'는 월스트리트에서 개인 투자자를 비하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다시없을 다윗과 골리앗 싸움의 서막을 뜻한다.
피겨스케이킹 선수 토냐 하딩의 실화를 담은 <아이 토냐>, 디즈니의 빌런이자 젊은 크루엘라 스핀오프 <크루엘라>를 연출한 '크레이그 길레스피' 감독의 매운 연출이 또 한 번 통했다. 소외되고 미움받는 인물도 그의 손을 거치면 매력적으로 변한다. 복잡한 내면을 파고들어 다층적이고 인간적인 면을 끄집어 내는데 탁월한 감독이다.
사건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유머, 통찰을 품고 교훈까지 안겨주는 드라마틱한 연출로 시선을 끈다. 할리우드에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실제 인물과의 싱크로율까지 상당하다.
▲ 영화 <덤 머니> 스틸 |
ⓒ 그린나래미디어(주) |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인 2021년, 연이은 고립과 막연한 공포로 사람들은 의지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때 혜성처럼 나타난 방구석 주식 유튜버 '포효하는냥(폴 다노)'이 미국의 비디오게임 전문 오프라인 소매점 기업 '게임스탑'의 가치 투자를 주장하기 시작한다.
개인 시간에는 고양이 캐릭터 옷을 입고 붉은 머리띠를 한 유튜버지만 본체 '키스 길'일 때는 보험회사 매스뮤추얼의 직원이자 한 아이의 아빠인 그는 팬덤을 이루게 된다. 당시 게임스탑은 연이은 적자를 기록하며 월스트리트의 공매도 먹잇감이 되고 있었다. 그는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내 주식 투자 관련 게시판 월스트리트벳츠(WSB)에서 본인의 게임스탑 투자 손익과 포트폴리오를 공개하며 큰 인기를 얻는다.
존버하자! 개미들의 대동단결
▲ 영화 <덤 머니> 스틸컷 |
ⓒ 그린나래미디어(주) |
영화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 불공평한 자본 시스템을 전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손가락만 두드려도 결말을 뻔히 알 수 있지만 이야기의 매력으로 책(논픽션)과 영화로 만들어졌다. 2021년 1,2월 상황 이후 4월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해 팬데믹 기간 동안 31일 만에 촬영했다. 그 이후 3년 만에 영화화하는 데 성공한 발 빠른 움직이다.
금융, 주식을 주제로 한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를 다룬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 <빅쇼트>, <라스트 홈>을 재미있게 봤다면 추천한다. 금융 관련 영화들이 고민하는 어려운 용어를 최대한 실생활과 연결해 비유적으로 풀어냈다. 스토리를 쉽고 간결하게 끌고 나가 지루하지 않게 러닝타임 동안 집중할 수 있다.
감각적인 편집과 음악은 주식을 잘 모르는 관객에게도 초대장을 전하며 짜릿한 실화의 참여토록 했다. 실화의 매력을 위해 실제 영상과 사진, 밈을 넣었다. 각각의 캐릭터 서사로 허구적 상상력을 채웠다. 주식 '잘알못'도 배우들의 연기와 놀라운 이야기에 이끌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팬데믹 특수운도 무시할 수 없겠다. 모두가 집 안에 틀어박혀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고 만나던 때라 뭉칠 수 있는 계기가 충분했다. 쉽게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로빈후드(앱)의 등장과 유튜브, 틱톡으로 퍼지는 인증샷과 밈 등이 주요했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키스 길'을 빼고 말할 수 없다. 실존 인물의 진정성 있는 언행과 행동으로 신뢰가 쌓여 활활 타오를 연료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채로운 캐릭터로 사랑받는 '폴 다노'의 연기는 시종일관 집중력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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