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연패 수렁' 페퍼, 야스민 투혼도 무용지물
[양형석 기자]
선두 현대건설이 페퍼저축은행을 꺾고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강성형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19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9,29-31,28-26,25-19)로 승리했다. 작년 12월 23일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3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10연승 도전이 좌절됐던 현대건설은 4라운드 6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면서 독보적인 1위로 전반기를 마쳤다(19승5패).
현대건설은 주포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가 블로킹 1개가 부족한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하며 30득점으로 맹활약했고 양효진이 17득점, 위파위 시통이 13득점,이다현이 10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반면에 16연패 중인 페퍼저축은행은 현대건설을 상대로 두 번이나 듀스 접전을 벌이며 선전했지만 결국 17연패를 막지 못했다. 특히 페퍼저축은행의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는 26득점으로 분전하고도 팀의 17연패를 지켜 보면서 전반기 일정을 마감했다.
▲ 현대건설과 결별한 야스민(오른쪽)은 작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페퍼저축은행의 지명을 받았다. |
ⓒ 한국배구연맹 |
2021-2022 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각 구단이 선수들의 영상을 보고 선수를 선발하는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예년과 달리 신생구단 페퍼저축은행이 참여하면서 참가팀이 7개로 늘어났고 켈시 페인과 재계약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를 제외한 6개 구단에서 새 얼굴을 지명했다. 미국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야스민은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KPS 체믹 폴리스)에 이어 전체 2순위로 현대건설에 지명됐다.
현대건설은 2020-2021 시즌 벨기에 국가대표 출신의 아웃사이드히터 헬렌 루소(뮬하우스)와 함께 했지만 루소는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파워'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렇게 2020-2021 시즌을 최하위(11승19패)로 마감한 현대건설은 2021-2022 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 지명권을 얻었고 크로아티아와 이탈리아,그리스 리그에서 활약했던 아포짓 스파이커 야스민을 선택했다.
현대건설의 선택은 탁월했다. 안정된 서브리시브를 자랑하는 아웃사이드히터 황민경(기업은행)과 고예림, 높이가 뛰어난 미들블로커 양효진과 이다현을 보유한 현대건설에서 파워 넘치는 공격수 야스민은 그야말로 '맞춤형 외국인 선수'였다. 야스민은 2021-2022 시즌 32.67%의 그리 높지 않은 공격 점유율을 기록하고도 득점 4위(674점)와 공격성공률 2위(42.81%), 서브 1위(세트당 0.44개)에 오르며 맹활약했다.
현대건설은 2021-2022 시즌 28승3패로 압도적인 선두를 달렸지만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종료되면서 우승팀이라는 타이틀을 얻지 못했다. 현대건설은 팀이 정규리그 1위에 오르는데 일등공신이었던 야스민과 재계약했고 2022-2023 시즌 챔프전 우승에 다시 도전장을 던졌다. 현대건설은 2022-2023 시즌 개막 후 2라운드까지 전승을 달리며 독주체제를 구축했고 야스민은 2022-2023 시즌에도 현대건설의 주공격수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2022년 12월 18일 페퍼저축은행과의 3라운드 경기는 야스민이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고 뛴 마지막 경기가 되고 말았다. 현대건설은 야스민이 허리부상으로 결장하면서 연승행진을 마감했고 4라운드 후반부터 야스민의 공백을 느끼며 연패에 빠졌다. 현대건설은 뒤늦게 새 외국인 선수 이보네 몬타뇨를 영입했지만 몬타뇨의 기량은 야스민에 비할 수 없었고 야스민이 없는 현대건설은 플레이오프에서 도로공사에게 연패를 당하며 탈락했다.
▲ 야스민은 이번 시즌 팀의 부진과 별개로 경기당 평균 22.79득점을 기록하며 주공격수로서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
ⓒ 한국배구연맹 |
현대건설은 2022-2023 시즌이 끝난 후 야스민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아무리 야스민이 수술 후 건강하게 돌아온다 해도 2022-2023 시즌 실패의 원인이었던 선수와 함께 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유의 몸(?)이 된 야스민은 작년 5월에 열린 여자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 도전장을 던졌다. 허리수술 후 재활 중이던 야스민은 3일 동안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실시된 트라이아웃에서 평가전에 출전하지 않고 가볍게 몸만 풀었다.
하지만 야스민은 15일에 열린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페퍼저축은행에 지명됐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두 시즌 동안 현대건설을 상위권으로 올려 놓은 야스민의 경험에 높은 점수를 줬고 야스민 역시 팀 합류 전까지 착실히 컨디션을 끌어 올리면 정상적인 시즌소화에 문제가 없을 거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FA 최대어' 박정아에 야스민까지 영입한 페퍼저축은행은 단숨에 이번 시즌 여자부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19일까지 각 구단이 24경기를 치르며 전반기 일정을 마감한 가운데 야스민은 547득점을 올리며 득점 부문 4위에 올랐다. 득점순위는 현대건설에서의 첫 시즌이던 2021-2022 시즌과 같지만 공격성공률에서는 41.54%로 8위에 머물러 있다. 7명의 외국인 선수 중 5위로 그리 효율적인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현대건설 시절에 비해 공격효율이 낮아진 것을 전적으로 야스민의 탓으로 돌릴 순 없다.
페퍼저축은행은 이번 시즌 27.97%의 리시브 효율로 여자부 7개 구단 중에서 유일하게 20%대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 중이다. 페퍼저축은행은 19일 현대건설전에서도 팀 리시브 효율이 23.53%에 머물렀고 리시브 효율 30%를 넘긴 선수는 미들블로커 하혜진(75%) 밖에 없었다(미들블로커는 네트에 맞거나 짧은 서브가 들어왔을 때만 리시브에 참여한다). 그만큼 야스민이 확률 낮은 오픈공격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19일 현대건설과의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패하며 17연패를 당한 페퍼저축은행은 어느덧 2021-2022 시즌과 2022-2023 시즌에 한 번씩 기록했던 구단 최다연패 타이기록을 세웠다. 심지어 오는 31일 후반기 첫 경기 상대도 선두 현대건설이기 때문에 팀 최다연패 신기록을 세울 확률도 적지 않다. 허리디스크라는 부상을 이겨내고 복귀해 이번 시즌 건재한 기량을 보여준 야스민의 투혼마저 빛이 바랐던 페퍼저축은행의 우울한 전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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