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라크에 충격패...아시안컵 최대 이변
[박시인 기자]
이번 아시안컵에서 최고의 이변이 발생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3위 이라크가 17위의 일본을 무너뜨렸다. 일본은 31년전 카타르에서 벌어진 도하의 비극을 재현하고 말았다.
일본은 19일(한국시간) 오후 8시30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1-2로 패했다.
▲ 19일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이라크와 일본의 경기. 이라크 아이멘 후세인이 두번째 골을 넣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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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라크 후세인에 멀티골 내주며 패배
일본은 이날 4-2-3-1 전형으로 나섰다. 스즈키 자이온 골키퍼를 비롯해 이토 히로키, 이타쿠라 고, 다니구치 쇼고, 스가와라 유키노리가 수비를 구성했다. 중원은 엔도 와타루, 모리타 히데마사가 섰다. 2선은 이토 준야, 미나미노 다쿠미, 구보 다케후사로 짜여졌으며, 최전방에 아사노 다쿠마가 출격했다.
일본은 전반 4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다. 왼쪽 측면을 파고 들던 자심의 크로스를 올려 일본 골키퍼 스즈키가 쳐냈지만 약하게 흐르면서 후세인 앞으로 향했다. 이 공을 후세인이 정확하게 헤더로 마무리지었다.
당황한 일본은 이라크의 견고한 수비진에 꽁꽁 묶이며 예리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이라크가 날카로운 역습으로 일본을 위협했다. 전반 30분 아민이 박스 정면에서 중거리 슛을 시도했으나 골문 옆으로 살짝 벗어났다.
이라크는 끝내 전반 추가시간으로 들어선 49분 역습에 의해 추가골을 뽑아냈다. 왼쪽 측면에서 수비수 야히야가 공을 뺐은 뒤 전방으로 치고 올라가며 크로스를 올렸다. 선제골의 주인공인 후세인이 밀어넣으며 2-0을 만들었다.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다니구치 대신 부상에서 회복한 도미야스 다케히로를 넣으며 수비진부터 정비했다.
후반 6분 이토 히로키의 중거리 슈팅을 시작으로 맹렬하게 공격에 나섰다. 후반 11분에는 아사노가 술라카의 태클에 쓰러졌고,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으나 VAR 판독 끝에 취소됐다.
일본의 첫 유효 슈팅은 후반 15분에서야 나왔다. 이타쿠라의 헤더가 골문으로 날라갔으나 득점과는 인연이 없었다. 일본은 후반 16분 우에다 아야세, 도안 리츠를 교체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라크도 후반 22분 모하나드 알리의 멋진 터닝슛으로 일본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일본은 후반 29분 하타테 레오, 마에다 다이젠을 투입해 남은 교체 카드를 모두 소진했다.
후반 48분 하타테 레오의 코너킥을 엔도가 헤더로 마무리지으며,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듯 보였다. 그러나 후반 교체 투입된 도안 리츠가 결정적인 기회에서 허공으로 띄우며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일본은 동점에 실패하며, 1-2로 패했다.
우승후보 1순위 일본의 부진...도하의 비극 재현하다
일본은 지난해 평가전에서 유럽의 강호 독일, 튀르키예에 승리하는 등 파죽의 연승행진을 내달렸다. 이미 1년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독일, 스페인을 물리치며, 이변을 연출한 일본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우승후보 1순위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일본은 지난 베트남과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예상 외로 고전했다. 베트남의 빠른 스피드와 세트 피스 전술 대처에 애를 먹었다.
미나미노의 선제골로 초반 리드를 잡고도 베트남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전반 종료 직전 재역전에 성공하며 결국 4-2로 승리했지만 우승 후보 1순위에 걸맞지 않게 많은 불안감을 노출한 경기였다.
이번 이라크전은 사실상의 D조 1위 결정전과 다름없었다. 만약 D조 2위로 통과할 경우 E조 1위가 유력한 한국과 16강에서 맞붙을 수 있어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경기였다. 하지만 대이변이 일어났다. 앞선 A매치 11연승 기간 동안 55득점을 기록한 일본의 공격력은 이라크 앞에서 90분 내내 무기력했다.
일본은 이라크의 높은 피지컬에 고전했으며, 주전 골키퍼 스즈키 자이온이 1차전에 이어 이번에도 불안감을 노출하고 말았다.
이날 일본의 이라크전 패배는 31년 전 '도하의 비극'을 떠올리게 한다. 일본은 1993년 10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던 1994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이라크와 2-2로 비기며 충격의 탈락을 당했다.
당시 일본은 이라크에 승리할 경우 자력으로 사상 첫 월드컵 본선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2-1로 앞서던 일본은 후반 45분 이라크의 자파르 옴란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골이 터지는 순간 일본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쓰러진 장면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반면 동시간대 북한에 3-0으로 승리한 한국은 일본을 골득실차로 밀어내고 극적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으며, 이른바 도하의 기적을 일궈냈다.
일본이 패함에 따라 16강에서 한일전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이 20일 요르단전에서 승리하면 E조 1위에 가까워진다.
2023 AFC 아시안컵 D조 2차전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카타르 알 라이얀 - 2024년 1월 19일)
이라크 2 - 후세인 4' 49+'
일본 1 - 엔도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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