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소중한 ‘원앙’ 담으려 카메라 행렬…개체수 감소의 역설

김동환 2024. 1. 2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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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용비교아래쉼터 인근에 원앙 촬영하려는 시민들 몰려
지난 18일의 200마리 수준보다 줄어들어…‘어디로 갔나’ 아쉬운 시민들
19일 서울 성동구 용비교아래쉼터 인근의 중랑천교에서 한 남성이 자신의 카메라로 촬영한 원앙. 이 남성은 ‘촬영을 전문으로 하느냐’는 질문에 “취미로 삼고 있다”고 답했다.
 
“저 새가 뭐예요?”

“원앙이요! 원앙.”

19일 오후 1시쯤 서울 성동구 용비교아래쉼터 인근에 있는 중랑천교에서 사진 촬영을 준비하던 60대 남성이 한 시민의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남성은 ‘원앙 수가 좀 적어 보이는 것 같다’는 시민의 말에 “어제 뉴스에서 본 것보다 줄어든 것 같다”며 “그래도 아직 오리 사이에 섞였다”고 손가락으로 원앙이 보이는 쪽을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물 위에 뜬 오리떼 사이에 뒤섞인 원앙 10여마리가 눈에 띄었다.

남성은 ‘촬영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취미로 삼고 있다”고 웃었다. 어디서 왔는지 묻자 “서울 사람은 아니다”라고 답한 뒤, “어제 왔으면 원앙을 더 많이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한양대 방향으로 많이 날아갔다던데 이따가 자리를 옮겨봐야겠다”며 저 멀리 시선을 던지고 다시 뷰파인더에 눈을 붙였다.

앞서 서울 성동구청 유튜브 채널에 ‘중랑천 일대에 원앙 200마리가량 모였다’는 ‘새박사’ 윤무부 교수 설명을 담은 영상이 올라와 언론 등에서 보도된 후, 용비교아래쉼터는 원앙떼를 사진으로 담으려는 이들이 모여들었다. 전문가 수준 카메라를 든 시민 몇 명이 이날 보였고, 한강변 산책로 따라 운동하던 이들도 보도를 떠올린듯 물 위로 슬쩍 눈길을 던졌다.

청계천과 중랑천 합수부인 ‘살곶이 체육공원’ 인근부터 용비교아래쉼터를 지나 강변북로 아래에 이르는 3㎞여 구간의 철새도래지 잠재 가치를 높게 평가한 서울시는 2005년 ‘중랑천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원앙은 이전에도 이 일대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19일 오후 서울 성동구 중랑천 일대에서 철새 떼가 노닐고 있다.
 
서울시 자료와 시민운동 플랫폼 서울환경연합의 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중랑천 철새보호구역에서 발견된 원앙 개체는 지난 5년간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 의뢰로 경희대학교 부설 한국조류연구소가 2019년 발표한 ‘중랑천, 청계천 및 안양천 철새보호구역 조류 서식현황보고’는 2018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총 11회에 걸친 중랑천 철새보호구역 조사에서 우선 조류 총 44종이 확인됐다고 알렸다.

학명이 ‘Aix galericulata’인 원앙은 1차 조사에서 24마리가 발견됐고 ▲344마리(2차) ▲148마리(3차) ▲347마리(4차) ▲296마리(5차) ▲309마리(6차) ▲429마리(7차) ▲220마리(8차) ▲66마리(9차) ▲324마리(10차) ▲242마리(11차)가 확인됐다. 회차에 따라 이전 확인 개체가 다시 발견되는 중복 확인 가능성은 있다. 회차별 발견 개체 중 가장 많은 개체를 ‘최대 확인 개체수’로 별도 정의하는 이유다. 원앙은 7차 조사에서 총 429마리가 관찰돼 최대 확인 개체수로 기록됐다.

원앙처럼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도 확인됐고 직박구리, 청둥오리, 논병아리, 왜가리, 민물가마우지, 물닭 등도 관찰됐다. 조사는 경로를 따라 걸으며 출현 조류를 관찰하거나 울음소리로 확인하는 ‘길조사법’과 한 곳 이상 조사정점을 정해 주변 일정 범위를 빠짐없이 관찰하는 ‘정점조사법’을 썼다. 같은 기간 안양천 조사에서 원앙은 발견되지 않았다.

보고서는 “2018년 1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총 11회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중랑천 철새보호구역에서 관찰된 조류는 총 44종으로 전년의 47종보다 줄었고 확인된 개체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원앙에 관해서는 “강변북로 아래 수변의 모래톱과 초지, 용비교~응봉교 사이 수변을 빈번하게 휴식지로 이용하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해 용비교아래쉼터 인근 원앙떼 발견은 필연임을 명확히 했다.

서울환경연합이 지난 14일 발간한 ‘2023 시민과학리포트’는 2022년 12월10일부터 지난해 1월28일까지 총 8회에 걸친 중랑천 철새보호구역 조사에서 원앙이 ▲215마리(1회) ▲205마리(2회) ▲150마리(3회) ▲270마리(4회) ▲80마리(5회) ▲117마리(6회) ▲120마리(7회) ▲99마리(8회) 확인됐다고 알렸다. 최대 발견 개체수는 4회차의 270마리로 최근 사례와 비슷하다.

두 보고서 조사 시기가 유사한 점 등을 종합했을 때, 큰 틀에서 서울시 2018~2019년 자료의 원앙 최대 개체수(429마리)보다 대폭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철새 개체수와 종(種)의 다양성 변화 관찰을 위해 2020년 ‘철새 시민조사단’을 발족한 서울환경연합은 매년 해왔듯 이번에도 총 10회(지난달 9일~다음달 중순) 조사를 통해 철새 개체수 변화를 확인하고 서식지 훼손 행위 감시 등 활동을 펼친다. 오는 3월에는 그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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