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슈]"법원 갑니다"…회장님은 소송중

박선미 2024. 1.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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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미등기 회장님의 경영
그 사이에 낀 소송·사법리스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들의 공통점은 돈 많은 재벌 총수라는 점과 동시에 각종 소송, 사법리스크에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데 있다. 10대그룹 밖으로 영역을 확장해도 소송이나 사법리스크를 경험하지 않은 회장들이 드물 정도다. 이들 중 상당수는 총수 역할을 하고 있지만 미등기 임원으로 책임문제에 있어서는 자유롭다. 그들이 짊어지고 있는 각종 소송, 사법리스크는 미등기 임원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 청사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등기임원 발목 잡은 사법리스크

국내 10대 대기업집단(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한화, GS, HD 현대, 신세계, CJ) 총수 중 미등기 임원으로 계열사에 등재된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6명이다. 10명 중 6명이 등기 임원으로서 부담해야 하는 경영상 의무와 책임은 회피한 채 실질적 총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가운데 이재현·신동빈·이명희·김승연 회장 등 4명은 2022년 사업보고서 기준 미등기 임원으로 등재된 회사에서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까지 보수를 챙겼다.

3월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이 안건에 포함될지 여부는 주주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삼성전자 실적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후퇴해 책임경영 강화가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미등기 임원은 경영권은 행사하지만 법적 책임이 없다.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막대한 권한과 영향력은 행사하면서 책임은 회피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는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힘든 부분이다. 기존의 사법리스크가 해결되지 않고 부담으로 남아있어 굳이 법적 책임이 더해지는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릴 이유가 없어서다. 이 회장은 2022년 10월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지만 아직까지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지는 않고 있다.

이 회장은 2019년 10월 26일 부회장 시절 3년 임기를 끝낸 뒤 등기임원에서 내려왔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가석방 상태였던데다 취업제한까지 묶여있어 등기임원을 맡을 수 없었다. 이후 이 회장이 2022년 8월 광복절 특사로 복권되면서 회장으로 승진하고, 등기임원 등재가 가능한 상황이 됐지만 여전히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으로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어 등기이사 복귀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남아있는 사법리스크 관련 법원의 1심 선고는 오는 26일로 예정돼 있다.

한국판 세기의 이혼 소송

이혼은 사생활 영역이지만 재산분할 이슈가 따라오는 만큼 기업 회장의 이혼소송은 기업 경영과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 절차는 2017년 7월 최 회장이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노 관장의 반대로 합의가 무산되자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본격적으로 이혼소송에 들어갔고 재산분할에 위자료 문제까지 얽혀 지금도 소송이 진행 중이다.

2022년 12월 1심에서 법원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665억원, 위자료 명목으로 1억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초 노 관장이 1심에서 최 회장에게 요구한 조건은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의 SK㈜ 주식의 50%(649만여주) 등 재산분할이었는데, 1심은 SK㈜ 주식에 대해 노 관장이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볼 수 없는 '특유재산(부부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 재산과 혼인 중에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 판단해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SK㈜ 주식이 최 회장의 선친인 고(故) 최종현 회장으로부터 증여, 상속받은 지분에서 비롯됐다는 최 회장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소송은 양측이 1심에 불복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항소심 과정에서 노 관장은 재산분할과 위자료 청구 액수를 기존 1조원대에서 2조원대로 늘렸다. 분할을 요구하는 재산의 형태도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에서 현금으로 바꿨다. 위자료소송도 진행 중이다. 노 관장은 지난해 3월 최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이 혼인 관계 파탄을 초래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30억원대 위자료 소송을 제기했다.

재산 상속 두고 가족 간 불협화음

LG가(家) 상속 소송 재판 중심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있다. 구 회장은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2018년 별세한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과 관련한 7000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납부 완료했다. 상속세 납부까지 마쳤지만 아직 상속 재산을 둘러싼 소송은 진행형이다. 구 회장의 어머니 김영식씨와 여동생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는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냈다.

별세한 구본무 선대회장은 LG주식 11.28%를 비롯해 2조원 규모의 재산을 남겼고, 구 회장은 LG 지분 8.76%를 상속 받았다. 반면 세 모녀는 이 중 5000억원 정도만 가져갔다. 세 모녀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낸 배경에 대해 구 회장이 많은 유산을 상속하는 대신 상속세를 혼자 부담하는 것으로 합의가 돼 있었지만, 합의 내용과 다르게 세 모녀가 상속세 납부와 대출까지 일으켜야 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또 구 회장이 당초 합의된 것보다 훨씬 많은 유산을 받았다는 점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했다.

반면 구 회장측은 상속 지분 분배 과정과 절차는 이미 합의된 사안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LG는 장자가 그룹 회장을 잇는 장자 승계 원칙을 이어오며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를 위해 지분을 포함한 유산 상속도 집안 원칙에 따라 분배해왔다. LG측은 또 2018년 말 상속인들 간의 합의에 따라 상속세는 상속받은 재산에 따라 각자 납부하기로 돼 있으며, 실제 세 모녀 측도 2018년 말부터 2021년 말까지 네 차례의 상속세를 모두 납부했다고 했다. 소송 제기 이후부터는 세 모녀가 상속세를 내지 않아 구 회장이 대신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식품기업 아워홈도 2016년부터 경영권을 둘러싸고 이어진 남매갈등이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소송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아워홈 최대주주)이 여동생인 구지은 부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하면서 싸움이 다시 커지고 있다.

구 전 부회장은 "구지은 부회장(대표이사)과 구명진 사내이사가 2023년 아워홈 주주총회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결의가 위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통해 거액의 이사 보수를 수령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반면 구 부회장측은 "창사 이래 이사 전원의 보수한도(총액)를 정하는 결의에 있어 이사인 주주가 특별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결의해왔다”며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구 전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지만 아워홈 지분구조상 38.56%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다 경영복귀를 시도하고 있어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은 당분간 계속될 분위기다. 구지은 부회장은 20.67%, 구명진 사내이사는 19.60% 지분을 보유 중이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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