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편의점서 깜짝"…물티슈 4배나 비쌌다, 환자가 무슨 죄
지난달 말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찾은 송모(53)씨는 시아버지를 중환자실에 입원시키기 전 병원 내 편의점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간호사가 사오라고 한 물과 휴지, 물티슈, 기저귀를 샀는데 계산 금액이 4만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영수증을 확인해보니 물티슈(70매)가 6800원, 생수(500㎖)가 1200원, 성인기저귀(10개입)가 1만 6000원이었다. 송씨는 “아무리 물가가 올랐다지만 물티슈가 거의 7000원인 게 말이 되냐”며 “병원에서 꼭 사야 하는 물품만 비싸게 파는 게 악의적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성모병원에서 약 5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인근 동일 브랜드 편의점에서 해당 품목 가격을 비교해보니 병원 편의점 가격이 100~3000원가량 비쌌다. 병원에서 1200원이던 생수(500㎖)는 인근 편의점에서 1100원이었고, 병원에서 1만 6000원이던 성인기저귀(10개입)는 인근 편의점에서 1만 2600원이었다.
서울 시내 여러 대형병원 편의점 가격을 따져본 결과, 병원 편의점 내 물품만 할인 행사를 하지 않거나 품목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았다.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편의점에서는 물티슈(60매) 1개에 5700원이었는데, 불과 200m 떨어진 인근 편의점에서는 같은 가격이지만 1+1에 판매하고 있었다. 생수 역시 병원 편의점에서는 1100원으로 할인 행사가 적용되지 않았지만, 인근 편의점에서는 2+1에 판매하고 있었다.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편의점에서는 물티슈(70매)가 6000원이었는데, 인근 동네 편의점에서는 물티슈(70매)를 1+1로 35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1개 가격으로 치면 4배 가까이 차이 나는 것이다. 또 동네 편의점에서는 자체 브랜드(PB) 생수(500㎖)가 700원에 판매되고 있었지만, 병원에서는 1100원짜리 생수(500㎖) 두 종류만 있고 이보다 저렴한 상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미용 티슈(250매)도 병원에선 2500원짜리 한 종류밖에 없었지만, 동네 편의점에서는 3개 묶음 PB 상품을 51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편의점 관계자는 “병원 같은 특수 입지 점포의 경우 임차료나 점포를 관리·유지하는 비용이 과다한 경우 부득이하게 일부 상품에 한해 소폭 가격을 조정하는 경우가 있다”고 인정했다. 대형병원도 한강 등 공원이나 휴게소, 리조트, 테마파크, 공항 등과 마찬가지로 임차료가 높은 특수 입지에 속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매출의 약 33%, 한 달에 약 1억원을 병원에 임차료로 지불한다고 한다. 다른 편의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병원 편의점의 수수료는 다른 점포에 비해 많게는 30%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며 병원의 임대료 책정을 문제 삼았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장소 독점성을 갖는 병원 내 편의점이 환자 곁을 떠나기 어려운 보호자의 열악한 상황을 활용해 값을 더 비싸게 매기는 것은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병원은 공공성을 가진 기관인 만큼 환자의 복지가 침해되거나 보호자의 피해가 발생했다면 입점한 기관에 대해 협조문을 띄우는 등 통제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측은 “임차료의 경우 코로나19 때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가격을 내리기도 했다”며 “만약 다른 병원에 비해 임차료가 과도하게 책정됐거나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병원 내 편의점 품목에 대해서도 정상 가격 범위를 벗어나 내원객의 이익을 침해하는 부분이 있는지 살피고 편의점에 조정을 권고하겠다”며 “대신 병원 편의점의 경우 점심 때 도시락을 20% 할인해주는 등 복지 서비스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성모병원에 입점한 편의점 측은 취재가 시작된 이후 “병원 내 편의점을 이용하는 소비자 편의와 후생을 고려해 가격을 다시 시중가에 맞게 조정했다”고 밝혔다.
장서윤 기자 jang.seo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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