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영 괴롭힌 사이버렉카, 승소했어도 운영자 벌금형…1심 판결부터 영상 필터링" [법조계에 물어보니 318]
"유튜버, 비방 목적 영상 올려 기소된다면…1심 판결부터 영상 필터링 하는 시스템 도입해야"
"해외 플랫폼 소송, 외국법 아는 변호사 필요…장원영, 소속사 지원 있어서 가능"
"가짜뉴스 퍼뜨리는 사람들에 대한 엄벌 필요…공익 목적인 경우만 참작해줘야"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승소하면서 이른바 '사이버 렉카'에 대한 처벌 길이 열릴 지 주목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형사처벌 영역인 명예훼손은 징역형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드물고 벌금형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 탈덕수용소 운영자에 대한 처벌 수위도 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유튜버들이 비방 목적으로 영상을 올려 명예훼손으로 기소됐다면 1심 판결을 받았을 때부터 플랫폼 차원에서 영상을 필터링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210단독 박지원 부장판사는 장씨가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 운영자 박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박씨가 장씨에게 1억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탈덕수용소는 2021년부터 장씨에 대한 비방이 담김 영상을 제작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유튜버는 장씨 외에도 여러 아이돌 가수들에 대한 비방 영상을 제작했고, 계정이 삭제되기 전인 2022년 12월 기준 영상 조회 수는 1억5000만회를 넘었다.
김규현 변호사(법무법인 평안)는 "유튜브가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기에 채널 운영자 정보 제공 명령을 받기 위해선 미국 법을 아는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 장씨는 소속사에서 재정적 지원을 해줬기에 소송이 상대적으로 수월했을 것"이라며 "미국에선 모욕과 명예훼손이 범죄가 아니기에 한국 경찰이 협조 요청을 해도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만 민사상 손해배상에 대한 경우는 인정을 해주기에 장씨 측에서도 이런 부분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김 변호사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글을 쓰거나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참작을 해줘야 한다. 반면 장씨 비방 영상을 올린 채널 운영자처럼 가짜뉴스, 헛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엄벌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현재는 이 두 케이스 모두 엄연히 다른데 비슷한 수준으로 처벌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법원에서 악질적인 유튜버와 그렇지 않은 유튜버에 대해선 차이를 두고 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위종욱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유튜브도 규제 대상에 포함해서 방송과 동일 선상에서 강하게 규제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방송은 유튜브에 비해 공적인 요소가 매우 강한 영역이어서 유튜브를 방송과 동일하게 규제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더군다나 유튜브는 해외 플랫폼이기에 우리나라에서 방송과 같게 규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 변호사는 "명예훼손 범죄는 죄질에 따라 징역형 처벌도 받을 수 있지만, 보통 초범은 벌금형인 경우가 많다"며 "다만 유튜버들이 비방 목적으로 영상을 올려서 명예훼손 등으로 기소된다면 1심 판결을 받았을 때부터라도 플랫폼 차원에서 영상을 필터링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고려할만하다"고 강조했다.
배연관 변호사(법무법인 YK)는 "한국에서 사이버 명예훼손과 관련하여 유튜브 채널 운영자 정보 명령을 요청하더라도, 미국에서 받아들여 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청구를 집행해준 것은 이례적으로 보인다. 채널 운영자 정보를 알 수 있었기에 민사소송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민사소송 액수를 보면 소위 사이버 렉카에 대한 처벌 여부를 떠나, 왜곡된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한계를 걸겠다는 취지의 판결인 것 같다. 형사처벌보다 민사 소송에서 강하게 손해배상을 제기하여 비방 목적 영상유포의 책임을 묻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 변호사는 "사이버 명예훼손은 반복성을 띄더라도, 명예를 타 법익인 신체나 자유 재산만큼 보호하진 못하기 때문에 처벌 수위가 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면 미국에선 강하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한다"며 "유튜브는 방송이 아니기에 반박 영상을 올리더라도 시청자들이 반론 영상을 안 보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비방 목적 영상을 반복적으로 게시한다면 언론중재위원회를 비롯한 미디어 중재장에 강제로라도 회부하는 방법과 같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태룡 변호사(법률사무소 태룡)는 "손해배상 청구 금액 1억원이 인정되려면 '탈덕 수용소' 때문에 무엇을 손해 봤는지에 대해 판사를 설득할 정도로 입증되어야 한다. 장씨 측에서 이를 입증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이라며 "'연예인이어서 많은 금액이 인용됐다'는 의견이 있지만, 명예훼손으로 말미암은 손해가 얼마나 컸느냐가 중요하다. 장씨의 경우엔 이미지가 금전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기에 많은 금액이 인용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명예훼손성 범죄들이 벌금형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기에 징역형을 받는 때는 드물다. 우리나라에서도 한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한 게 아니라면, 명예훼손 범죄는 법원에서 인정하지 않으려는 추세가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사이트에서 명예훼손 범행을 저지르면 처벌이 되고 외국 사이트에서 명예훼손 범행을 저지르면 처벌을 피하는 것은 부당하다. 적어도 국내에서 사업하는 플랫폼이라면 국내 수사기관에 협조하도록 하는 기반은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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