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서는 뭐 하나, 이런 거나 많이 만들지"…'무료급식소 명동밥집' [데일리안이 간다 14]

박상우 2024. 1. 2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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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19일 서울 중구 명동밥집 찾아…문 연지 5분 만에 만석, 대기하는 노인들 수십명
이용객 "조금만 늦게 도착해도 한시간 기다려야…이용객 점점 늘어 급식소 문 닫을까 걱정"
명동밥집, 물가 올라 운영비 늘어도 계획대로 운영…노인들 의료지원과 구직활동까지 도움
"100% 후원금 운영…한달 기준 1만명 정도 식사, 현재 밥집에 등록된 자원봉사자만 1200분"
19일 오전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무료 급식소 명동밥집. 한 노인이 번호표를 받기 위해 자원봉사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데일리안 박상우 기자

유난히 추운 올해 겨울, 노숙인과 독거노인 등은 더욱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다. 당장 내 한 몸 편히 쉴 곳도 없는 이들에게 매 끼니를 해결하는 것은 큰 고민거리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천주교 서울대교구 산하 한마음운동본부는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을 운영하며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하루 평균 800명의 이용객이 찾고 있다는 명동밥집은 조금만 늦게 도착해도 한 시간 이상 줄을 설 만큼 인기가 좋고 우리 이웃의 따뜻한 온정이 가득했다.

19일 데일리안은 서울시 중구 옛 계성여중고 운동장에 위치한 '명동밥집'을 찾았다. 이날 오전 11시 5분, 문을 연지 5분 만에 급식소는 식사를 하는 노인들로 빈자리 없이 만석을 채웠다. 노란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은 노인들에게 번호표를 배부하고 좌석이 생길 때마다 급식소 입장을 안내했다. 급식소 밖에도 언뜻 봐도 50명은 더 되는 노인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추운 날씨였지만 노인들의 발걸음은 끊이질 않았다. 순식간에 사람은 불어났고 20분만에 대기인원은 185번까지 늘었다. 패딩 점퍼와 방한용품으로 무장한 노인들은 추위와 맞서며 자기 번호가 불리기만을 기다렸다. 캐리어를 끌고 온 노숙인부터 몸이 불편해 다리를 저는 노인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식사 메뉴는 꽁치김치찜, 두부양념장, 마늘쫑마늘무침, 소고기배추국이었다. 웬만한 식당에 버금가는 반찬이었다. 부족하면 얼마든지 더 먹을 수 있는 점도 이용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식사를 마친 노인들은 무료로 제공하는 마스크를 받아 가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명동밥집 우측에는 오늘의 메뉴가 적혀 있다(왼쪽). 이미 많은 노인들이 식사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오른쪽).ⓒ데일리안 박상우 기자

이 곳에서 만난 김모씨(70대·남)는 "오늘은 11시 조금 지나서 도착했는데 이미 100명이 줄 서 있더라. 조금만 늦게 도착해도 한 시간은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며 "여기는 노숙인뿐만 아니라 나처럼 평범한 노인들도 많이 와서 말동무도 만들 수 있고 좋다. 맛도 괜찮은 편이라 주 2회 정도 이용한다"고 말했다.

한모씨(70대·남)도 "주변 사람들이 알려줘서 한두달 전부터 와서 점심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밥도 맛있고 마스크도 공짜로 한 장씩 줘서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며 "요즘 따라 점점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아 혹시라도 문을 닫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 정부 지원이 늘어 문 여는 날이 많아지면 좋을 텐데"라고 푸념했다.

'명동밥집'은 지난 2021년부터 천주교 서울대교구 한마음운동본부가 운영해 온 무료급식소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유행했을 당시 여러 무료급식소 운영이 중단되며 끼니를 거르는 사람이 늘어나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일요일까지 세 번,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노숙인들과 노인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박모씨(71·남)는 "하루 평균 850~900명이 식사를 하러 온다. 일요일에는 1000명 이상 몰린다"며 "급식소 문을 열기 1시간 전부터 와서 줄 서있는 사람들도 있다. 배고픈 사람들은 두끼씩도 먹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급식소 이용객은 어르신들이 대부분이고 노숙인은 하루에 20명 정도 오는 것 같다"며 "가끔씩 젊은 학생들도 밥을 먹으러 오고 중국 동포들도 꽤 많이 온다"고 덧붙였다.

19일 오전 11시 20분인데도 대기번호가 185번까지 늘었다(왼쪽), 명동밥집에서 식사를 하고 계시는 어르신들(오른쪽).ⓒ데일리안 박상우 기자

코로나19 사태와 이후 고물가 여파로 다수 무료급식소가 운영난을 겪으며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이지만 명동밥집은 후원자들의 꾸준한 후원으로 취약계층들에게 베푸는 온정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의료지원과 구직활동 등 노인들의 사회적 자립까지 돕고 있었다.

명동밥집 관계자는 "한달 기준 1만명 정도가 명동밥집에서 식사를 하신다. 사업 초기에는 급식소만 운영했지만 현재는 화장실과 샤워실도 만들었다. 또한 주말을 이용해 무료 진료와 미용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동밥집은 100%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최근 경기가 안 좋고 물가가 오르면서 운영비가 늘긴 했지만 어려워도 초기에 계획했던대로 운영하고 있다"며 "현재 밥집에 등록된 자원봉사자분들만 약 1200분이다. 오전, 오후조로 나눠 총 100~120분이 급식소 운영을 돕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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