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가 대기업 퍼주기?" 尹이 불붙인 ‘낙수 vs 분수효과’ 논쟁
“낙수효과와 분수효과, 이런 측면의 얘기도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이명박(MB)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2차관을, 문재인 정부에선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경기지사는, MB와 문 전 대통령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2017년 6월 경제부총리 후보자 청문회 중 “두 정부의 가장 큰 경제정책 기조 차이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었다.
낙수(落水)는 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고, 분수(噴水)는 아래서 위로 솟구친다. 여기에 효과를 붙이면 일종의 경제학 용어가 된다. 낙수효과는 대기업의 이익과 부유층 소득이 늘어나면 중소기업과 중산층·저소득층으로 돈이 흘러간다는 이론이다. 분수효과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대한 복지를 강화하고 임금을 올리면, 경기 전반의 소비가 확대된다는 주장이다. 주로 보수정부는 낙수 효과에, 진보 정부는 분수 효과에 근거한 경제 정책을 펼쳤다. MB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문 전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이 대표적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와 반도체 세액공제 연장 등 각종 감세 정책을 꺼내며 낙수효과를 강조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민주당이 “부자 감세”라 비판하며 ‘낙수·분수 논쟁’이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민이 바라는 주택 민생토론회에서 “‘있는 사람에게 세금을 뜯어내야지’ 하는 생각은 궁극적으로 서민과 중산층 피해로 이어진다”며 “다주택자를 ‘집값을 올리는 부도덕한 사람’이라 보고 징벌적 과세를 하게 되면 임차인에게 조세전가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닷새 뒤 수원에서 열린 반도체 민생토론회에선 반도체 세액공제 연장 계획을 밝히며 “’큰 기업들 도와주고 어려운 사람 힘들게 만드는 거 아니냐’ 그런 얘기들은 거짓 선동에 불과하다”고 수위를 높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9일 “민간과 시장 중심의 경제정책 혜택이 결국 중산층과 서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이를 낙수효과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초(超)부자감세 그랜드 슬램이자 선거용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8일 “정부의 초부자 감세 정책으로 나라의 재정은 파탄 위기”라고 날을 세웠다.
낙수효과와 분수효과 논쟁은 정치적 진영과 맞물리며 역대 정부 때마다 반복돼왔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보수 성향의 미국 공화당은 레이건 정부 이후 낙수효과를 근거로 감세 정책을 펼쳤다. 반면 민주당 소속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년 미 의회 연설에서 “낙수효과는 결코 작동한 적 없다. 경제를 바닥에서 위로,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성장시킬 때가 됐다”며 부자증세 정책을 공언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등 경제 환경이 급변하며 단순히 낙수효과·분수효과로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게 불가능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며 국가와 기업이 리스크를 함께 나눠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공급망 리스크를 국가와 기업이 함께 풀어나가고 있는 반도체 산업을 대표 사례로 거론했다. 강 교수는 “낙수와 분수를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맞춰 세제와 경제 정책을 풀어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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