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성난 사람들’ 속에 오아시스가 있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자신의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이 있다. 임계점과 한계점, 이 두 용어는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의미가 있다. 임계점은 어떤 변화가 일어나기 직전의 순간이나 찰나를 말한다면 한계점은 우리가 더 나아갈 수 없다고 느끼는 지점을 말한다.
어떤 상태에서 더는 견디지 못하고 다른 상태로 변화하는 곳이 임계점이다. 액체였던 물이 ‘0도’ 이하가 되면 고체로 얼기 시작하고, 반대로 ‘100도’가 되면 끓으면서 기체로 변화된다. 이처럼 임계점은 과학 용어지만 다른 분야에서도 쓰인다. 한계를 넘어선다거나 견딜 수 있는 범위, 그 이상을 초과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넬슨 만델라는 장기간의 감옥 생활과 인종 차별의 억압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마틴 루서 킹 목사는 인종 차별에 맞서 싸우며 끊임없이 구하고, 찾고, 두드렸다. 그들의 노력은 결국 큰 변화를 끌어냈다. 믿음 생활을 잘하려고 노력하지만 수많은 문제 앞에서 자신의 한계를 느끼는 순간도 분명히 있다. 고난의 대명사로 통하는 성경의 인물 욥도 수많은 시련과 고통을 경험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신앙을 잃지 않았다. 재산도 잃고 자녀도 죽고 가정도 풍비박산 났다. 설상가상으로 아내와 친구들이 와서 그를 조롱했다. 하지만 삶과 신앙적인 한계점에 부딪혔을 때 그는 원망하거나 불평하기보다 하나님께 나아가 겸손히 주님의 은혜를 구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중요한 신앙 원리를 가르치기 위해 ‘구하라, 찾으라, 두드려라’(마 7:7~8)고 하셨다. 여기서 구하라는 것은 일차적으로 먹고사는 문제만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나라와 그분의 계획이나 뜻이 무엇인지를 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찾으라는 것은 세상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 아니다. 인간적인 방법이 아니라 하나님의 방법을 찾으라는 말씀이다. 두드리라는 것은 사람 마음을 두드리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을 두드리라는 것이다. 세상의 물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기도하고 믿음으로 나아가 두드리라는 말씀이다. 지금 당장 이뤄지지 않을 수 있지만 가까운 미래나 어느 시점이 되면 이뤄주신다는 의미다.
혹한을 녹이는 훈훈한 소식이 모처럼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한국계 감독과 배우들이 활약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원제 BEEF)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콕 극장에서 열린 2024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TV영화 부문 8관왕에 올랐다는 소식이다. 넷플릭스가 제작해 지난해 4월 공개한 10부작 드라마 ‘성난 사람들’은 인생이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 남녀 주인공이 대형 마트 주차장에서 난폭 운전에 화가나 서로에게 복수하며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그린 블랙 코미디다.
이 영화는 이민사회 안에서의 갈등과 성공, 그리고 이 이상의 것도 물론 있지만 현대인의 삶과 심리를 아주 잘 묘사했다. 영화에서처럼 미국에서 한인교회는 이민자들 사이, 그리고 그 자녀들 사이에서 확고한 인적 네트워크의 근거지가 된다. 한인교회는 이민자나 그 자녀가 느끼는 여러 정서적 압박감과 불안감으로부터 그들을 지켜주는 역할도 한다. ‘성난 사람들’은 한인교회가 가진 이 순기능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한인교회에 대한 드라마의 묘사가 지극히 단편적이고 피상적이라는 점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지만 한 줄기 희망을 비추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의 대한(大寒)을 품은 주말이다. 절망은 ‘번개탄’을 피우지만 희망은 총알도 막아주는 ‘방탄복’을 선물한다. 보름 후면 봄을 알리는 입춘(立春)이다.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성난 사람들’ 속 사막에 숨어 있는 오아시스를 만나보면 참 좋겠다.
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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