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넓이보다 깊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선밸리 지역에 있는 그레이스 커뮤니티 교회의 존 맥아더 목사, 마스터스 대학교 총장이기도 한 그는 한국 전쟁에 참전했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친척입니다. 또 그가 시무하는 교회가 선교사를 제일 처음으로 파송한 나라도 한국이라고 합니다. 그는 교회 운영 및 재정과 같은 “설교 외의 교회 업무는 일체 사양한다”는 조건으로 이 교회에 부임했다고 합니다. 요즘과 같이 목회 사역의 다양화란 명분하에 온갖 부서와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고, 동시에 모든 사역의 일원화라는 역설적인 명분으로 담임목사가 교회 운영과 재정 및 교회 모든 부문과 부서를 장악해 독단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지도력과 카리스마라는 미명으로 미화되는 시기에, 목회자의 목회 사명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실례가 되는 듯합니다.
맥아더 목사가 한 언론사와 인터뷰한 내용 중에 ‘목사는 넓이보다 깊이를 추구해야 한다’란 말씀이 제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교회가 넓어진다는 건 수적인 성장을 통해 외형적으로 대형교회가 된다는 것, 즉 일반적으로 부흥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대형교회처럼 교회가 넓어지는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 아니더라도 목사의 언변, 영리함, 전략 같은 것을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깊이는 그런 식으론 불가능하며 숫자를 떠나 맡겨진 양 떼를 돌보는 일에 집중하고 복음 안에서 가지게 되는 깊이는 오직 하나님을 위한 영광이라고 말을 전합니다.
교회마다, 교인마다 입버릇처럼 외치는 부흥이 과연 넓이를 지향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깊이를 지향하는 것일까요. 하나님의 축복이 아닌 언변과 영리함 같은 인간적 능력과 홍보 및 광고와 같은 세상적 마케팅 전략으로 이루어 놓은 교회의 성장을 ‘하나님이 이루신 역사’라고 포장하고 이런 넓이를 지향하는 교회를 비판하면 부흥하지 못한 자의 열등감에서 비롯된 시기와 질시로 치부해 버립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수천, 수만 명의 성도가 아닌 출석 교인의 숫자를 늘리는 교회의 넓이는 인간적 힘과 능력으로 가능하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복음의 깊이를 알아 그 복음을 전하는 예수님의 제자로 만드는 교회의 ‘깊이’는 오로지 하나님의 축복으로만 가능한 일입니다.
예수님의 시대에는 제사장을 비롯해 바리새인, 서기관 등과 같은 수많은 종교 지도자들이 있었고 크고 화려한 성전과 회당들이 있었으며 그들이 가진 권력과 재물은 어마어마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바꾼 것은 몇 명 되지 않았던 예수님의 제자들이었죠. 넓이가 아닌 깊이가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킨 것입니다. 오늘날 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잃어버리고 사람들의 뒷담화 거리와 조롱거리로 전락해 버린 것이, 성경의 본질 위에서 그 말씀을 따르는 제자가 되는 것이 아닌 세상에서 누리는 부귀영화를 하나님께 받아낼 축복으로 여기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태복음 5장 13~16절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하셨습니다. 빛과 소금이 되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이 세상에 긍정적 영향과 아름다운 영향을 미치는, 믿는 자로서의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는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소금의 맛도 깊이가 중요하며 빛도 넓이보다 더 밝게 비추는 빛의 깊이가 중요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영적으로 신앙적으로 깊이 있는 마음으로 세상과 사람을 품는 성도와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무엇을 소유하느냐’하는 넓이의 삶이 아닌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깊이의 삶이 그리스도인의 참된 가치가 될 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조금은 더 살만한 곳이 될 것입니다.
강현중 목사(주반석교회)
◇강현중 목사는 글로벌감리교회(GMC) 소속 목회자로서 미국 캘리포니아 주반석교회를 시무하고 있습니다. 세계 복음화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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