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 기자의 안녕, 나사로] 변화는 기회의 마중물… 도전케 하라
새해다.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한 살’을 기존의 나이에 얹고 출발선에 선다. 여기에 ‘1+1’처럼 따라붙는 게 있다. 일반적으로 성인에게는 일터에서의 ‘년차’, 청소년기 아이들에겐 학교에서의 ‘학년’이라는 타이틀이다. 아이의 타이틀이 성인의 그것보다 더 크게 체감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새로운 학급과 교우 관계, 늘어나는 학습량, 대입에 가까워질수록 심화하는 경쟁 등 변화 폭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들에겐 아직 자신에게 올려진 무게를 감당할 만큼의 성숙함이 결여돼 있다.
세상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선행학습 수준이 아니더라도 가정마다 자녀가 배움의 문턱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은 일상처럼 다가온다. 우리 집 거실에선 덧셈 뺄셈의 울타리를 넘어 두 자릿수 곱셈을 마주한 딸, 삼각형 사각형 단원을 떼고 다각형의 내각을 명탐정 추리하듯 찾아내야 하는 아들의 곡소리가 연일 데시벨을 경신한다. 익숙한 얼굴들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친구를 대면해야 하는 상황이 한숨과 눈물로 점철되기도 한다. 좌절 절망 체념 등 부정적 감정이 뒤엉켜 포기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이다.
‘변화(Change)는 기회(Chance)의 마중물이 된다’는 진리를 미리 경험한 부모로서 이 상황을 좌시할 순 없다. 두 단어는 ‘G’와 ‘C’란 스펠링 하나가 다를 뿐이지만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이의 태도에 따라 그 차이는 크다. 변화 속에서 포기(Give up)를 내려놓고 도전(Challenge)을 들어 올릴 때 다시 기회가 주어지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고된 사투 끝에 다시 도전해보겠노라고 마음먹게 하기 위해 필요한 기름칠이 있다. 바로 수고와 노력에 대한 인정이다. 성경은 “네가 네 손이 수고한 대로 먹을 것이라 네가 복되고 형통하리로다”(시 128:2)라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어렵고 힘든 과정이라고, 그 과정을 통과하기 위해 수고하고 있다고,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반가운 열매가 주어질 거라고 말이다.
무명 가수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릴 기회를 주는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3’(JTBC)가 연일 화제를 모으며 감동을 주는 배경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핵심은 뛰어난 음악성과 가창력을 펼쳐 보인 무대 위 출연자들을 향한 심사위원 8인의 심사평이다. 심사평은 경연의 승패를 가르는 날카로운 전문성에 머물지 않는다. 밤낮을 연습에 몰두하며 한 편의 공연을 창조해냈을 가수에 대한 격려, 무대 위에 선 출연자나 심사대에 앉은 출연자 모두 같은 길을 가는 동료라는 공동체성이 한 마디 한 마디에 배어 있다. 자신이 무대에 남긴 진심이 공감을 얻었다고 느끼는 순간 참가자들은 눈물을 터뜨리고 그 눈물의 의미를 아는 시청자들은 함께 운다.
‘아이를 망치려면 재능을 칭찬하고 아이를 도우려면 노력을 칭찬하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하나의 실험을 떠올려본다. 두 개의 반에 아이들을 모아두고 기억력 검사를 했다. 한 반 아이들에게는 “기억을 엄청 잘 하네. 머리가 좋구나”라고 칭찬을 해주고 다른 반 아이들에게는 “노력을 정말 많이 했구나”라고 칭찬을 해줬다. 선생님이 다음 문제를 내준 뒤 두 반에서 나오며 답안지를 슬쩍 보이게 놓고 나가셨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재능을 칭찬받은 아이들은 대부분 부정행위를 했다. 스스로 머리가 나쁘다는 걸 증명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노력을 칭찬받은 아이들은 대부분 답이 생각나지 않아도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 자신이 노력한 것에 대해 이미 인정을 받았고 혹 결과가 좋지 않아도 크게 자존심이 훼손되지 않기 때문이다.
성경은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잠 22:6)라고 말한다. 새로운 변화를 눈앞에 둔 아이들에겐 그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할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야 평생에 걸쳐 좌절로 인해 소중한 기회를 잃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
“한 번 더 무대를 보고 싶습니다.” “한 번 더 무대를 보여드릴 수 있어 감사합니다.” 싱어게인에 참가한 가수와 심사위원들이 ‘어게인’ 버튼을 눈앞에 두고 주고받는 말엔 ‘무대’라는 키워드가 관통한다. 무대가 곧 간절히 열망하는 기회인 셈이다. 크리스천 부모로서 오늘은 자녀에게 이렇게 말해주면 어떨까. 도전을 응원한다고, 기회를 얻으라고 말이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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