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떠 있는 노아의 방주… 예수와 세상 잇는 가교 되다
“건축은 자연과 사람을 잇는 예술이다.”
재일한국인이지만 평생 한국 국적을 유지하며 산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한국명 유동룡·1937~2011)의 말이다. 그는 현대미술과 건축을 아우르는 작가, 국적을 초월해 국제적인 건축 세계를 가진 건축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인에게만 주던 일본 최고 권위의 건축상 ‘무라노 도고상’을 수상하고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슈발리에’를 받았다.
그의 건축물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꼽힌다. 그는 건축할 장소의 지역적인 특성을 살려 인간의 삶이 어우러질 수 있는 건축을 추구했다. 그의 건축철학을 담은 저서 ‘이타미 준의 궤적(ITAMI JUN-Architecture and Urbanism 1970-2011)’에서 그는 “사람의 생명, 강인한 기원을 투영하지 않는 한 사람들에게 진정한 감동을 주는 건축물은 태어날 수 없다”면서 “중요한 것은 그 땅의 지형과 바람의 노래가 들려주는 언어를 듣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자연과 사람, 공간의 조화를 중시했으며 조형의 순수성과 물성의 본질을 탐구했다. 흙 돌 금속 나무 같은 자연 소재를 건축물에 대비해 특징을 부각했고 시간에 따른 건축물의 변화까지 고려했다. 온양 구정아트센터(1982), 제주 포도호텔(2001)과 수풍석뮤지엄(2006) 등이 한국에 세운 대표 작품이다.
교회도 2곳 건축했다. 한 곳은 제주 방주교회(2009)다. 성경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디자인해 건물 옆에 인공 수조를 만들었다. 건물이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예배당 앞쪽 아래, 옆쪽 기둥 사이에 유리창을 만들었다. 지역의 풍경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여 자연과 공간이 상호작용하도록 했다. 순수하면서 간결한 디자인과 이타미 준의 의도를 알아주는 관광객들이 붐벼 이미 제주의 명소가 됐다.
다른 한 곳은 경기도 안산 대부도에 있는 방주교회다. 2012년 완성된 이타미 준의 유작이다. 제주 방주교회만큼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골프를 좋아한다면 알 수도 있겠다. 더헤븐리조트의 더헤븐CC안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대부도 방주교회를 찾았다. 더헤븐CC 이정표에 따라 입구로 진입, 클럽하우스로 향했다. 진입로를 따라 1~2분 지나자 주차장에 앞서 왼편에 누가 봐도 배 같은 건물이 보였다.
첫인상은 보트. 제주 방주교회처럼 건물 옆에 인공수조가 둘러싸여 물 위에 떠 있는 배였다. 건물 하단에 통유리창을 내서 실내외 경계를 허물고 자연 풍광이 내부로 유입되게 한 것도 제주 방주교회와 비슷했다. 일몰 후 하단 유리창을 통해 나오는 전구색 빛은 대부도의 흑암을 갈랐고 등대를 연상케 했다. 이타미 준은 건축을 통해 어둠과 빛의 변주를 구현한 건축가이기도 하다. 제주 방주교회가 직선으로 이뤄진 데 반해 대부도 방주교회는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을 주는 곡선으로 구성됐다. 교회 입구 앞에 묵직하게 자리 잡은 대형 십자가의 존재도 제주 방주교회와 차이점이다. 제주 예배당엔 십자가가 없다.
방주교회 장로인 권모세 더헤븐리조트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리조트를 지으면서 노아의 방주, 구원의 방주라는 의미의 예배당을 짓고 싶어 이타미 준에게 작품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타미 준은 대부도 지형처럼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을 모티브로 수공간에 떠 있는 방주를 구현했다.
건물 외부 마감재인 석재는 대지를, 나무는 자연을 상징해 물과 빛을 통한 순수성을 갖도록 설계했고 석재와 나무, 물이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 소재와 조형의 순수, 물성의 본질을 추구하는 그의 철학이 곳곳에 투영됐다.
내부는 화려한 인테리어 대신 목재를 사용해 소재의 이음이나 구조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이를 통해 진정성을 추구하면서 공간의 목적성에 일체감을 더했다. 타원형 구조의 천장은 예수의 품속에 있는 것 같은 평안함과 안정감을 준다. 예배당에 유일하게 자리한 강대상과 장의자는 정서적 여유와 유연성, 영적 존재에 대한 갈구를 부추겼다.
영적으로 이 교회는 예수와 세상을 잇는 건축물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예수와 잇는 첫 번째 세상은 더헤븐리조트에 근무하는 직원들이다. 직원, 지역 주민, 리조트 투숙객들이 새벽기도회 수요예배 주일예배에 참가한다. 하지만 권 회장의 소망은 무엇보다 모든 직원이 예수 믿고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리조트 직원, 캐디 등 270여명이 근무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수요예배 특별 이벤트다. 예배 후 참석자 전원이 가위바위보를 한다. 최종 우승자 한 명에겐 10g짜리 금덩이를 선물한다. 이것을 매주 진행하고 있다. 권 회장은 “말씀을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주님을 만나지 않겠냐. 어떻게든 예배에 참석시키려고 시작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교계는 물론 골프장업계에서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다. 모태신앙인인 그는 레미콘 사업으로 크게 성공했던 1988년 죽음의 문턱에서 예수를 만났다. 졸음운전으로 큰 사고가 나기 직전 강렬한 빛을 경험하면서 새사람이 됐다. 특히 그는 김장환 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목사를 영적 멘토이자 인생의 스승으로 섬기며 그의 언행심사를 본받고 싶다고 공언하면서 한때 극동방송 운영위원장으로 헌신했다. 지난해 10월 더헤븐CC 골프장 땅과 건물 3028억원 상당을 공익재단에 기부키로 해 한국 사회에 큰 도전을 주기도 했다. 골프장 운영비를 제외하고 매년 100억원을 지역의 어려운 이들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초 이미 200억원 상당의 지분을 기부한 바 있다.
더헤븐리조트는 세계 최고의 복합 리조트로 주목받고 있다. 최고급 레지던스 ‘더헤븐’은 총 6개 동 228객실로 포스코A&C 그룹이 설계하고, 서울 고급 주택단지 ‘나인원한남’ 건축을 총괄한 배대용 건축가가 인테리어를 맡았다. 권 회장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이고 하나님의 것”이라며 “내가 기부한다고 하지만 그냥 하나님 것을 가지고 내가 생색내는 것”이라고 웃었다.
안산=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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