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의 비극' 리턴즈!...일본, 이라크에 1-2 충격패→한국과 16강서 만나나 [아시안컵 리뷰]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충격적인 결과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 축구 대표팀이 이라크에게 패하며 31년 만에 '도하의 비극'이 재현됐다.
일본이 19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D조 2차전에서 1-2로 패했다.
이라크에게 패한 일본은 2위(1승 1패 승점 3)가 됐다. 곧바로 이어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맞대결 결과에 따라 3위까지 내려갈 수도 있는 위기 상황에 놓였다. 만약 일본이 D조 2위가 되고 한국이 E조 1위가 될 경우, 두 팀이 16강에서 맞대결을 펼칠 수도 있다.
◆ 베트남에 흔들렸던 일본 수비진 그대로...이라크는 대거 물갈이
일본은 지난 14일 열린 베트남과의 1차전에서 4-2로 역전 승을 거뒀다. 전반 11분 미나미노 다쿠미가 먼저 선제 골을 넣었지만, 강한 압박과 빠른 역습을 시도한 베트남에게 역전을 당했다. 전반 16분 응우옌 딘 박의 환상적인 헤더 득점과 33분 팜 두안 하이의 연속 골로 일본은 수세에 몰렸다.
다행히 전반 45분과 추가시간 49분 미나미노와 나카무라 게이토의 연속골로 일본은 다시 역전했다. 후반 40분 교체 투입된 우에다 아야세의 쐐기 골이 터지며 대회 첫 승을 챙겼다.
이라크는 인도네시아와의 1차전에서 3-1로 승리했다. 전반 17분 모하나드 알리가 선제골을 넣었지만, 인도네시아의 역습에 전반 37분 마르셀리노 퍼디난에게 동점을 내주며 흔들렸다.
이라크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전반 종료 직전 다시 리드를 가져왔다. 전반 추가시간 52분 오사마 라시드의 득점이 터졌고 후반 30분 아이멘 후세인이 세 번째 골을 터뜨려 승점 3점을 얻었다.
2차전 전까지 일본이 다득점에 앞서 조 1위(1승 승점 3·골득실 +2·득점 4)다. 이라크는 3골을 넣어 2위(1승 승점 3·골득실+2·득점 3)다.
앞서 모리야스 감독은 베트남전 기자회견을 통해 7경기를 모두 이겨 우승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13일 회견을 통해 "이번 대회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참가했다. 다가오는 경기마다 최선을 다해 상대하겠다"며 "일본 국민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 새해 일본에 지진이 일어났는데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축구 대표팀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전세계에 분쟁과 갈등이 있는데 우리의 축구가 그런 갈등과 분쟁에도 위로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본에선 새해 첫 날인 지난 1일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지진으로 지난 11일 현재 213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에서 지진 사망자가 100명을 넘은 것은 276명이 숨진 2016년 구마모토 지진 이후 8년 만이다. 모리야스 감독은 아울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을 생각하며 축구 만큼은 이런 분쟁도 치유하길 바란 것으로 보인다.
모리야스 감독은 부상 중인 간판 윙어 미토마에 대해선 "베트남전에선 뛸 수 없다"면서도 "2차전에선 뛸 수 있는지 점검해보겠다"고 했다. 일본은 19일 오후 9시30분 중동 난적 이라크와 조별리그 2차전을 벌인다. 1차전 벌이고 5일 시간이 있는 만큼 미토마의 회복 속도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일본을 잘 아는 트루시에 감독과의 대결에 대해선 "일본 대표팀을 지휘했기 때문에 우리 팀을 잘 알고 조사도 다 해놨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도 베트남을 잘 분석했다. 매우 치열한 경기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날카로운 공격과 더불어 단단한 방어 또한 신경써야 한다"고 받아쳤다.
하지만 최근 A매치 10경기(비공식으로 열린 요르단전 포함) 전승, 45득점 6실점의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재현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일본과 우승을 다툴 것으로 간주되는 한국 입장에선 향후 맞대결 가능성에서 자신감을 갖고 대비할 수 있게 됐다.
1년 1개월 전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던 일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위로 아시아 최강이다. 반면 베트남은 94위에 불과했다. 뚜껑을 열고 보니 그 정도 차이는 아니었다. 일본은 생각보다 고전했고, 베트남은 졌지만 잘 싸웠다.
대회 역대 최다인 5회 우승에 도전하는 일본은 베트남전에서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객관적인 전력 차로 이를 압도하며 일단 승리에 성공했다.
일본은 미토마 가오루와 도미야스 다케히로 등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부상 여파로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부상이 있었던 구보 다케후사는 회복한 뒤, 베트남전에 교체 출전해 우에다의 골을 도와 자신의 클래스를 보여줬다.
반면 이라크는 지난 2007년 대회 우승 이후 자국 사정과 맞물려 어려움을 겪엇지만, 아시안컵에선 꾸준히 성적을 내왔다. 2011년 카타르 대회 8강, 2015년 호주 대회에선 한국에게 패했지만, 4위를 차지했다. 2019년 UAE 대회에선 16강에 머물렀다.
이라크는 지난해 1월 열린 걸프컵에서 지난 1988년 사우디아라비아 대회 이후 35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기세를 끌어 올렸다.
이번 대회에선 모하나드 알리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를 보유했고 수비에선 베테랑 알리 아드난이 건재하다. 여기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지단 익발의 활약도 관심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다만 지난 인도네시아전 득점에 성공한 오사마 라시드가 아내의 출산 때문에 포르투갈로 떠나 이날 경기 출장 여부가 불투명하다.
우승에 도전하는 모리야스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을 통해 "베트남과의 경기 이후 선수들은 훈련에서 좋은 집중력을 보였다. 현재 선수단 준비가 잘 돼 있고 더 나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라크전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라크 대표팀은 몸싸움이 거친 거친 동시에 팀으로 잘 융화되어 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라크를 향한 인상은 현재까지 그러하다"라며 상대를 경계했다.
모리야스는 이어 앞서 베트남전에 크게 고전했던 것에 대해선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몇몇 팬들이 베트남에게 두 골이나 내준 것에 실망감을 표했고 상대를 더욱 강하게 제압하지 못했다는 점을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난 그들의 생각을 모두 이해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우리가 어떻게 베트남전을 준비했는지에 대해서는 별 상관이 없다. 그저 (승리했고) 다음경기를 잘 준비하면 될 뿐이다. 부정적인 의견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경기력에 만족스럽지 않다는 질타는 사람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음을 증명하기 때문"이라며 이라크전에서 더 나은 경기력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나아가 수비 불안에 대해서 그는 "그 의견을 경청하겠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아도 이기기에는 충분했다. 다음 경기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도미야스의 경후 훈련에 복귀해 경기에 뛸 수 있는 몸상태"라고 설명했다.
모리야스 감독과 동석한 이타쿠라 고도 "첫 경기 후 4일정도 쉬었다. 휴식도 잘 취했고 훈련도 잘 받았다. 팀 내부에서도 선수들끼리 소통이 잘 되고 있고 다음 경기를 잘 치르고 싶어한다. 이라크와의 다음 경기는 조별리그 성적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라크전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베트남의 강한 압박에 고전했던 점에 대해, 이타쿠라는 "베트남과의 경기서 예측하지 못한 일이 있었던 것은 맞다. 그러나 아시안컵 대회 특성상 원하는 일만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점은 많이 수확할 수 있고 다음 경기에서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라며 단점을 보완해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이라크의 헤수스 카사스 감독은 일본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은 대회에서 가장 강한 팀 중 하나이고 모리야스 감독과 오랜 시간 함께 한 팀이다"라며 "많은 선수들이 유럽 최고 리그에서 뒤고 있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엄청난 경기를 했다. 일본을 이기기 위해선 우린 완벽한 경기를 해야 한다"라고 경계했다.
베트남전 득점의 주인공 라시드는 포르투갈에 다녀오면서 이날 경기 벤치에 앉는다. 카사스 감독은 "라시드는 가족 때문에 팀을 떠났었다. 축구는 중요하지만 인생에서 더 중요한 것이 있다"라며 그를 보내준 이유를 설명했다.
이라크는 4-2-3-1 전형으로 나섰다. 잘랄 하산 골키퍼를 비롯해 알리 후세인, 사드 나티크, 레빈 술라카, 아흐메드 야히야가 수비를 구축했다. 3선은 프란스 디아, 아미르 알 아미리가 지켰다. 2선은 알리 자심, 이브라힘 바예시, 유세프 아민, 최전방에 아이멘 후세인이 출격했다.
이라크는 1차전과 비교해 상당히 많은 숫자가 바뀌었다. 알리 아드난과 모하나드 알리, 지단 익발, 라시드, 메르카스 도스키 등 대부분의 전력이 빠졌다. 교체로 출전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번 경기에 선발로 출전했다. 다닐루 알 사에드는 감독과의 마찰로 1차전 후 무단 이탈한 상태다.
일본도 4-2-3-1 전형으로 맞섰다. 스즈키 자이온 골키퍼를 비롯해 이토 이로키, 이타쿠라 고, 다니구치 쇼고, 스가와라 유키노리가 수비진을 구성했다. 3선에 엔도 와타루와 모리타 히데마사가 수비를 보호했다. 2선은 이토 준야, 미나미노 다쿠미, 구보 다케후사, 최전방에 아사노 다쿠마가 출격했다.
일본은 베트남전과 비교해 구보가 나카무라 게이토가 벤치로 내려가고 베트남전에 교체 출전했던 구보가 선발로 첫 경기를 치렀다. 최전방도 아사노가 첫 선발 출장해 득점을 노렸다. 미토마는 이날 경기에도 명단 제외됐다.
◆ 피지컬에 무너진 일본, 이라크에 충격적인 선제 실점
전반 극초반 이라크의 깜짝 공세가 이어지며 일본을 당황케 했다. 어린 윙어들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일본을 압박했다.
이라크가 오히려 먼저 선제 골을 터뜨렸다. 전반 4분 왼쪽에서 공을 소유한 뒤 크로스가 연결됐다. 스즈키 골키퍼가 제대로 쳐내지 못한 공을 후세인이 머리로 밀어 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190cm 장신 공격수 후세인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VAR 판독이 생각보다 길어졌지만, 득점은 그대로 인정됐다.
이라크의 파상 공세가 강하게 이어지면서 일본은 빠르게 역습을 시도했다. 아사노를 선봉으로 빠른 공격을 노렸다.
13분엔 박스 앞에서 세밀하게 패스를 주고 받은 뒤, 히로키가 박스 안까지 전진해 슈팅까지 시도했지만, 높이 떴다.
일본은 점유율을 점차 늘려가며 동점을 노렸다. 21분엔 코너킥 이후 이어진 상황에서 엔도가 슈팅을 시도했지만, 빗맞으며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 중반 점유율을 6대4까지 끌어 올린 일본은 25분 오른쪽에서 올라온 스가와라의 크로스로 중앙에 전진한 아사노를 노렸다. 하산 골키퍼가 잘 커버하면서 공이 연결되지 못했다. 세밀하게 패스를 하며 공격을 시도했지만, 이라크의 밀집 수비를 뚫지 못했다.
이라크의 역습은 가끔 나오지만 날카로웠다. 전반 37분 아민이 빠르게 전진하면서 돌파를 시도했다가 준야에게 파울을 당했다. 준야는 경고를 받았다.
일본 수비의 집중력이 흔들렸다. 전반 43분 19세로 아주 어린 알리 자심에게 스가와라가 뚫리면서 경기장 분위기는 이라크에게 너무나 유리한 방향으로 흘렀다.
일본은 전반 내내 슈팅 3개를 시도했지만, 단 하나도 유효슈팅으로 연결하지 못하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 패스 자체는 일본이 더 많이 했지만, 효과적으로 경기를 진행한 건 이라크였다.
이라크는 전반 추가시간에 다시 일본을 무너뜨렸다. 전반 추가시간 49분 히야의 크로스를 후세인이 머리로 밀어 넣으면서 멀티 골에 성공했다.
후세인은 득점에 성공한 뒤, 오른쪽 허벅지를 가리키며 경기를 뛰지 못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일본은 그사이 공격을 계속 이어갔다. 하지만 골망을 흔들지 못했고 전반은 그대로 끝났다.
◆ 통한의 PK 취소...일본 침몰+도하의 비극 리턴즈
후반 시작과 함께 양팀 모두 교체를 진행했다. 이라크는 부상 여파가 있는 최전방 공격수 아이멘과 알 하이다르를 빼고 모하나드 알리, 메르카스 도스키가 투입됐다. 일본도 다니구치 쇼고가 빠지고 도미야스 다케히로가 교체 출전했다.
후반이 시작된 후에도 일본은 이라크의 좁은 공간을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다시 이라크가 공격에 나서면서 위협했다.
후반 8분 왼쪽에서 중앙으로 침투에 성공한 아민과 스즈키 골키퍼가 경합 상황이 벌어졌다. 공이 흘렀고 모하나드 알리가 이어 받아 크로스까지 시도했지만, 수비에 막혔다. 골킥으로 이어졌지만, 스가와라의 수비력에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었다.
후반 10분에 일본이 결국 기회를 만들었다. 이토 준야가 왼쪽 침투에 성공한 뒤 낮은 크로스를 시도했다. 가운데 있던 아사노가 뒤에서 수비에게 태클을 당해 걸려 넘어졌고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라크 선수들은 항의했고 VAR 판독이 이어졌다. 주심은 온필드 모니터를 본 뒤, 페널티킥을 취소했다.
일본은 후반 14분 코너킥 이후 상황에서 이타쿠라가 헤더를 시도했지만, 하산의 품안에 안겨 아쉬움을 삼켰다.
이라크는 후반 16분 프란스 디아를 빼고 오사마 라시드를 넣어 기동력을 보강했다. 일본도 구보와 아사노도 빠지고 도안 리츠, 우에다 아야세를 넣어 패턴에 변화를 줬다.
일본은 교체 이후 좁은 공간에서 공격을 계속 진행했다. 조금씩 수비에 어려움을 느끼자 이라크는 후반 20분 아민을 빼고 베테랑 수비수 알리 아드난을 투입해 수비진 보강에 나섰다. 아드난이 들어오면서 이라크는 백3로 전환했다.
이라크는 후반 22분 롱패스로 전방에 붙힌 뒤, 공을 소유한 모하나드 알리가 박스 안에서 발리 슛을 시도했다. 반대편 골포스트를 빗겨갔지만, 일본의 간담을 서늘케했다.
일본의 공 소유 시간은 더 길어졌고 이라크가 내려서서 버티고 빠르게 역습을 시도하려고 했다. 일본은 기동력을 점차 유지하면서 파상 공세를 펼쳤고 이라크는 육탄 방어를 펼쳤다.
일본은 후반 29분 이토 준야, 모리타를 빼고 하타테 레오, 마에다 다이젠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라크도 후반 32분 알리 자심을 뺴고 자이드 타신을 넣어 센터백 숫자를 보강했다.
파상공세에도 후반 40분까지 득점이 나오지 않자 일본은 초조해졌다. 꼐속해서 부정확한 크로스가 이어졌고 일본은 불리한 코너킥 상황에서 이라크의 수비진에 밀려났다.
후반 추가시간은 무려 8분이 주어졌다. 일본은 결국 후반 추가시간 48분 엔도가 간신히 한 골을 만회하며 추격에 성공했다.
일본은 뒤늦게 추격을 시작했고 이라크는 침대축구를 시작했다. 일본은 차분하게 공을 소유해 공격을 전개했다. 후반 추가시간 50분 도안의 슈팅이 극적으로 나왔지만 수비 맞고 굴절됐다.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 도안의 슈팅은 하늘 높이 향하고 말았다.
막바지에 일본은 계속해서 왼쪽 측면을 공략했다. ㅎ추가시간에 추가시간이 1분 정도 주어졌고 일본은 이라크를 집요하게 공략했지만, 마지막에 골킥이 선언돼며 이라크에게 기세가 기울었다. 결국 주심이 휘슬을 불며 경기는 이라크의 승리로 끝났다.
◆ 굴욕적인 일본의 패배, 이라크에 역사적 승리→한국과 16강 가능성 커졌다.
일본은 이라크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고개를 숙였다. 일본은 이라크와 역대 아홉 번째 맞대결에서 역사상 첫 패배를 당하며 굴욕을 당했다. 지난 1993년 10월 1994 미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이라크를 처음 만난 일본은 이날 경기 전까지 6승 2무로 절대적 우위를 보였다.
일본은 카타르에서 다시 이라크에게 동점을 허용하며 도하의 비극을 재현했다. 1993년 예선 맞대결에서 2-2로 비겨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던 당시 '도하의 비극'으로 불렸던 경기가 이번엔 패배로 재현됐다.
특히 1993년 당시 선수로 도하의 비극을 맛봤던 모리야스 감독이 이번엔 감독으로 이라크에게 다시 발목을 잡히며 고개를 숙여야 하는 악연이 이어졌다.
이라크는 일본전 역사상 첫 승리로 자존심을 세웠다. 더군다나 조별리그 2연승으로 빠르게 16강 진출을 확정지어 조 1위 수성에 주력할 수 있게 됐다. 베트남과의 3차전도 잡는다면, 일본을 D조 2위로 내리고 D조 1위를 차지할 수 있다.
일본이 만약 D조 2위가 되고 한국이 요르단, 말레이시아를 제압하고 E조 1위가 된다면, 두 팀이 결승전이 아닌 16강전에서 만나는 시나리오가 쓰여진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두 팀의 맞대결이 토너먼트 마지막 단계가 아닌 첫 단계에서 벌어지게 되는 셈이다.
E조 1위와 D조 2위는 오는 1월 31일 오후 8시 30분 카타르 도하에 있는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8강 진출을 두고 격돌한다.
지난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예선 당시 이라크가 싱가포르에서 열린 일본과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한 뒤 이라크는 40년 만에 이라크를 상대로 공식전 승리를 가져가며 엄청난 역사를 썼다. 공식 A매치로 기록되지 않았지만, 성인 대표팀이 출전하는 경기에서 거둔 승리는 이 경기가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이라크에게 엄청나게 값진 승리였다.
일본은 무기력하게 이라크의 큰 수비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총 슈팅 숫자 15개였지만, 유효슈팅은 단 2개에 불과했고 블락된 슈팅이 4개나 됐다. 빗나간 슈팅이 9개나 되는 최악의 결정력으로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피지컬의 한계를 느낀 일본에겐 무기력함이 느껴졌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이라크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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