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프닝? 중국 경제는 아직도 예열 중 [생생中國]
‘내수 부진’ ‘소비 둔화’ ‘고용 불안’.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경제를 대표하는 용어들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 ‘리오프닝’을 선언했음에도 중국 경기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도 갈수록 어두워지면서 ‘피크차이나(중국 성장세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있다는 뜻)’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컨설팅 업체 로디엄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3~3.5%로 제시했다. 블룸버그통신 전망치(4.5%)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로디엄그룹은 부동산 부문 침체와 제한적인 소비 지출, 무역 흑자 감소, 지방정부 부채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중국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말 미국 경제 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도 “중국 경제는 엄격한 코로나19 팬데믹 봉쇄에서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않았다”며 “뚜렷한 개선 조짐이 없어 올해도 계속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올해 중국 경제 발목을 잡을 요인으로는 내수 부진을 꼽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적인 투자은행(IB)과 국제 금융기관들은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로 각각 5%, 4.8%를 예측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4.7%, 국제통화기금(IMF)은 4.6%, 세계은행은 4.4%, 한국은행은 4%대 중반을 예상했다.
중국 청년 실업률(16~24세 기준)이 역대 최고치로 치솟은 점도 부담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직장을 구하지 못한 주요 도시 청년들이 최근 도서관으로 몰리고 있다. 2년 전 한 사모펀드 회사에서 퇴사한 친란 씨(36)는 매일같이 베이징의 한 공공도서관에 나와 대학원 입학시험을 공부하고 있다. 친 씨는 “또래 청년들이 평일에 도서관을 찾는다”며 “그들과 직장에 관해 얘기한 적은 없지만 서로가 실직자임을 암묵적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에 다니다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온 에코완 씨(35)는 생각보다 심각한 취업난에 뒤늦게 퇴사를 후회한다고 했다.
직장을 다니다 그만둔 퇴사자뿐 아니라 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들도 도서관을 자주 찾고 있다고. 중국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청년 실업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가장 마지막에 공개한 6월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인 21.3%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외국인 자본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대(對)중국 FDI는 1조403억3000만위안(약 189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지난해 1~10월(9.4% 감소)보다도 악화한 수치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상하이를 전격 방문했다. 시 주석은 2년 만에 찾은 상하이에서 “외국인 투자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직접 ‘경제 챙기기’에 나선 것은 소비·생산 등 경제 지표가 부진한 데다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탈중국’ 우려가 커진 영향이라는 해석이 많다.
그럼에도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가장 큰 이유로는 미국 등 서방 국가와 대만과의 갈등 같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리오프닝에도 외국인 투자자 심리는 약화됐다”며 “일부 외국 기업 지도자들이 중국으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더 투자하기 위해 나서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3호 (2024.01.17~2024.01.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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