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디올백 의혹 입장 분명히 말했다…대통령실과 갈등 없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내 한국교회총연합을 찾아 장종현 대표회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뉴스1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사이에 갈등 조짐이 이는 가운데, 국민의힘 지도부는 19일 “갈등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서울 중구 한 행사장에서 열린 현장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명품백 의혹’에 대해 “그 이슈에 관한 저의 입장은 분명하고 확실하게 말씀드렸다”며 “더는 다른 말씀은 드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날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께서 걱정할만한 부분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과의 갈등설에 대해서는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이니 갈등이라 할만한 건 없다”고 답했다. 전날 “디올백 의혹 본질은 정치공작”이라고 한 윤재옥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그는 “제 목소리와 윤 원내대표의 목소리는 하나”라고 했다. 당정갈등 혹은 당내갈등으로 비칠 수 있는 사안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이견 노출을 최소화한 모습이다. ‘국민눈높이’라는 표현을 두고도 당내에서는 “대통령실과 확전을 피하면서도 디올백 의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다수인 점을 피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앞서, 이날 오전 한 위원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20여분 간 윤 원내대표 등과 회의했다. 이 때 명품백 의혹이나 갈등설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한 입장과 수위를 조절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사정을 잘 아는 여권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선거를 이끌어야 하는 한 위원장과 원내 협상에 임해야 하는 윤 원내대표의 관점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갈등이라고 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이 이 정도로 했으니 이젠 대통령실이 나서야 한다’는 데 두 사람이 인식이 같은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당에서 위원장까지 나서서 아쉬움을 표했으니, 대통령실에서 어떤 식으로든 움직임이 있거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당 지도부이 이런 입장과는 별개로 국민의힘에선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날도 이어졌다. 가장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온 김경율 비대위원은 이날도 CBS 라디오에 나와 “디올백 의혹은 영부인의 지위와 역할, 기대치를 무너뜨린 사안”이라며 “국민 마음을 돌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다해서 용서를 구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심을 대표해야 하는 여당에서 이런 목소리가 처음 나왔다는 것은 부끄러운 부분”이라고도 했다.

시대전환 출신인 조정훈 의원도 YTN라디오에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 지지자에게도 아쉬움이 진하게 배어 나오는 사안”이라며 “국민의 불편함이 큰 점을 대통령실이 충분히 헤아리고, 사실관계를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런 정서는 격전지가 많은 수도권에서 더 선명하다. 서울의 한 당협위원장은 통화에서 “사실 바닥 민심을 살피다 보면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김 여사 관련 사안 때문에 밀리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며 “영상이 있는 디올백 의혹은 특검법보다 파급력이 큰 만큼,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당 바닥 민심의 온도차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 위원장은 이를 매끄럽게 해결해야하는 숙제를 떠안게됐다. 일각에선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도 수용 의사를 밝힌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서두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별감찰관 추천은 당장이라도 야당과 협의를 시작할 수 있는 사안이다. 지도부 소속 의원은 “특별감찰관에 대해선 한 위원장도 전향적”이라며 “가만히 앉아서 선거에 질 순 없다는 게 다수 의원의 생각”이라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