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금지+추가 기소+구단 부실…황의조, 선수 생명 '절체절명' 위기

최원영 기자 2024. 1. 19. 18: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황의조(노팅엄 포레스트)가 벼랑 끝에 섰다.

지난 18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불법촬영 및 2차 가해 혐의를 받는 황의조는 지난 16일 출국 금지 조치를 당했다. 황의조는 이에 반발해 이튿날인 17일 '과잉 수사로 소속팀에서 무단 이탈했다'는 내용의 수사관 기피신청서를 서울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실에 제출했다.

지난해 6월 자신을 황의조의 전 연인이라 소개한 A씨가 황의조와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동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공유했다. 황의조가 다수 여성과 관계를 맺고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A씨는 황의조에게 '풀리면 재밌을 것이다', '기대하라'며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의조는 같은 달 26일 사생활 폭로글 유포자인 A씨에 대해 정보통신망법 위반(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협박 등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해당 영상들은 2022년 그리스 1부리그 올림피아코스에서 임대 신분으로 뛸 당시 도난당한 휴대전화 안에 있었던 것들이며, 불법적인 방법으로 찍은 영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폭로 글의 내용은 허위이고 해당 사안으로 이미 여러 차례 협박을 당했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5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18일 경찰이 유포된 영상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불법촬영 정황이 있다고 판단, 황의조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사건은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황의조의 형수인 점도 알려졌다. 황의조는 형수 A씨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지난달에는 황의조의 촬영물에 나온 전 연인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황의조와 교제한 적은 있지만 그 당시나 그 후로 민감한 영상의 촬영에 동의한 적이 없었다. 계속해서 삭제해달라고 청해왔다"고 밝혀 논란이 거세졌다. 황의조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합의하에 찍은 촬영임을 거듭 강조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12일 황의조를 소환해 10시간가량 비공개 조사를 진행했다. 황의조가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돼 첫 조사를 받은 지 두 달만이다.

황의조는 12일 조사에서 피해 여성이 촬영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아 불법 촬영이 아니라는 기존 주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의조의 변호인은 입장을 내며 "황의조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사용하던 휴대폰과 노트북 등 9대 이상의 전자기기를 모두 포렌식했으나 어떤 불법촬영 영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변호사도 같은 날 입장을 내고 "사전에 동의를 구했다면 그런 사실을 유추할 대화가 있어야 하지 않나. 황의조는 수년 전 피해자와 교제 당시 성관계 도중 피해자의 휴대폰으로 촬영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 피해자는 몹시 당황해 영상을 삭제했다. 이 내용도 경찰에 진술했다"고 전했다.

황의조는 지난 15일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한 혐의로 추가 입건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정례 기자간담회를 통해 "황의조와 그의 법무법인 변호사 1명을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성폭력처벌법상 신상 공개를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 1차 조사를 진행한 상태"라고 말했다.

황의조의 법무법인은 지난해 11월 입장문에서 불법촬영 의혹에 대해 '합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상대 여성은 방송 활동을 하는 공인이고 결혼까지 한 신분"이라고 언급했다.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신상을 공개해 2차 가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황의조는 이번 사건으로 선수 생명 최대 위기를 맞았다. 우선 태극마크부터 박탈당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해 11월 28일 회의를 통해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황의조에 대해 수사기관의 명확한 결론이 나올 때까지 그를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윤남 윤리위원장은 "국가대표 선수는 고도의 도덕성과 책임감을 갖고 국가대표의 명예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고, 그런 면에서 본인의 사생활 등 여러 부분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28일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 출전할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축구협회의 처분대로 황의조의 이름은 없었다. 대체 공격수 선발 여부에 관심이 쏠렸으나 조규성(미트윌란), 오현규(셀틱) 등 기존 공격수 2명만 뽑혔다.

황의조는 소속팀 노팅엄에서 입지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출국 금지 조처로 팀에 합류할 수 없게 됐다. 프리미어리그(EPL)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한국에서 발이 묶였다.

노팅엄에 합류하는 과정도 갑작스러웠다. 지난해 여름 노팅엄으로 임대 복귀한 황의조는 이적시장 막바지 챔피언십리그(2부) 노리치시티로 1시즌 임대 이적을 떠났다. 지난해 11월말 QPR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직후 햄스트링 부상을 호소하며 한 달 넘게 결장했지만 지난해 말 그라운드로 돌아와 다시 선발 출전을 이어갔다. 11월 한 달 동안 2골을 터트리면서 노리치 11월 이달의 선수 후보 4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1월 이적시장이 열린 후 다시 유니폼이 바뀌었다. 노리치는 지난 9일 돌연 황의조와의 임대 계약을 해지하고 그를 다시 노팅엄으로 임대 복귀시켰다. 당시 노리치는 "황의조는 여름 이적시장 마감일 당시 부상을 입은 조슈아 서전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임대로 합류했다. 18경기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했다"며 "노리치의 모든 사람들은 지난 몇 달 동안 황의조가 보여준 노력과 헌신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그의 미래에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노리치가 갑작스레 황의조를 노팅엄으로 돌려보낸 이유로 부상을 꼽았다. BBC는 "황의조는 현재 햄스트링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 부상으로 인해 앞으로 6주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할 듯하다"며 "황의조는 원소속팀인 노팅엄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부상으로 약 한 달간 결장 후 다시 그라운드에 섰지만 또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노리치가 황의조와 동행을 끝내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전트가 부상 회복 후 복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노팅엄 복귀 직후 황의조는 국내로 돌아와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다시 출국하기 전 발이 묶여 팀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황의조 측은 소속팀 무단 이탈로 인해 큰 벌금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주장 중이다.

출국 금지 조치가 해제돼 노팅엄에 합류하더라도 출전 시간을 보장할 수 없다. 주전 경쟁을 치러야 하기 때문. 당초 황의조가 노팅엄을 떠나 다른 팀으로 임대된 것도 노팅엄에서 주축으로 자리를 잡지 못해서였다.

노팅엄과 계약 직후 황의조는 노팅엄 구단주가 운영하는 그리스 명문 팀 올림피아코스로 한 시즌 임대 이적을 떠났다. 당시 노팅엄은 "우리는 FC 지롱댕 드 보르도의 공격수 황의조를 영입하게 돼 기쁘다. 황의조는 곧바로 그리스의 챔피언 올림피아코스로 임대돼 2022-2023시즌을 소화하게 될 것이다. 임대 기간 올림피아코스에서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황의조는 올림피아코스에서 후보로 밀려나며 헤맸다. 이후 지난해 초부터 6개월 동안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로 임대 이적을 다녀왔다. 서울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안익수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고, 꾸준히 출전하며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다. 팀 경기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어 노팅엄으로 복귀했다. 2023-2024시즌을 앞두고 프리시즌 팀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했으며 친선 경기에도 출장했다. 황의조는 노팅엄이 프리시즌 계획한 친선 경기 7게임 중 6게임에 모습을 드러냈다. EPL 데뷔를 향한 꿈을 키웠으나 지난해 9월 노리치로 다시 임대됐다. 임대 전까지 계속해서 경기 명단에서 제외되는 등 고전했다.

설상가상, 노팅엄의 상황도 좋지 않다. 프리미어리그 버전 재정적 페어 플레이(FFP) 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을 위기다. EPL 사무국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노팅엄과 에버턴이 리그의 '수익성 및 지속 가능성 규정(PSR)'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 두 구단은 2019-2020시즌부터 2022-2023시즌까지 구단 운영에서 기준치 이상의 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PSR 규정에 따르면 EPL 구단은 세 시즌 동안 총손실액 1억500만 파운드(약 1770억원)를 넘겨선 안 된다. EPL 사무국은 노팅엄, 에버턴이 이 기준치를 지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규정에 따라 두 구단은 14일 이내에 EPL에 공식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최대 12주 동안 청문회를 거친다. EPL 산하 별도 위원회가 벌금 또는 승점 삭감의 징계를 내릴 전망이다.

현지 매체들에 의하면 노팅엄에 허용된 손실은 1억500만 파운드보다 낮다. 노팅엄은 2021-2022시즌까지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챔피언십리그(2부)에 있었기 때문이다.

2020-2021시즌, 2021-2022시즌 챔피언십리그에 속했던 노팅엄은 지난 세 시즌 동안 손실 6100만 파운드(약 1024억원)를 기록했다. 챔피언십리그에서 두 시즌간 각각 1300만 파운드(약 218억원), 1부리그로 돌아온 2022-2023시즌 3500만 파운드(약 587억원)를 떠안았다.

노팅엄은 승격 후 새로운 선수 영입을 위해 2억5000만 파운드(약 4198억원)를 이적료로 지출해 위험을 안고 있었다. 부담을 덜기 위해 브레넌 존슨을 토트넘 홋스퍼로 보내면서 4750만파운드(약 798억원)의 이적료 수익을 얻기도 했다.

승점 삭감의 징계를 받을 경우 노팅엄은 강등을 각오해야 한다. 노팅엄은 2022-2023시즌 오랜만에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해 극적인 잔류에 성공했다. 올 시즌엔 15위(5승5무10패·승점 20)를 기록 중이다. 이미 강등권(18∼20위)과 가까운 상황이다.

현재 기준, 만약 징계에 의해 승점 10이 깎일 경우 시즌 승점은 반토막이 나 10점이 된다. 리그 최하위인 셰필드 유나이티드(2승3무15패·승점 9)보다 고작 승점 1 앞서게 되며 강등권의 중심에 자리하게 된다.

지난해 11월 에버턴이 이 악몽을 겪었다. 2021-2022시즌 PSR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승점 10을 삭감당했다. 당시 승점 4가 되며 순식간에 19위로 추락했다.

노팅엄은 앞서 2014-2015시즌 챔피언십리그에 머물 때, 전 구단주인 쿠웨이트 자본가 파사즈 알 하시위가 공격적인 투자 대비 수입을 얻지 못해 재정 규정을 위반한 적 있다. 이로 인해 소득과 지출의 균형이 맞을 때까지 선수 영입 제한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올 시즌 또다시 고비가 찾아왔다. 구단 재정 회복을 위해 선수들을 대거 처분할 수도 있다. 입지가 불확실하고, 팀에 합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황의조가 방출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작지 않다. 황의조의 'EPL 드림'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허무하게 막을 내릴 위기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노리치시티, 노팅엄 포레스트 SNS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Copyright © 엑스포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